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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0 14: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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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매번 똑같은 리플을 다는데, 한번 더 달께요.
외교문제는 감정싸움이 아닙니다. 감정적으로 '쟤 밉다. 그러니까 왕따' 이런식이 아니란 겁니다. 미국이 이란 왕따 북한 왕따 시키는게 그냥 걔들이 나쁜놈이고 밉살스러우니까 그러는거 절대로 아닙니다. 국제사회에선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 그런거 없어요. 그냥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손잡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는 거고, 그런 관계에서 자기에게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되도 않은 명분을 만들어 가지는 것 뿐이죠. '악의 축'이요? 미국이 이라크를 친 게 정녕 이라크가 나빠서 그런거겠습니까..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지금 어디 있을까요.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그냥 이라크를 점령한 것 뿐입니다. (이라크를 쳐서 얻은 이익도 있긴 하겠지만 이라크가 달러화 이외의 수단으로 석유거래를 하는 시장을 만들려고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석유거래를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유로화나 다른 화폐로 조금씩 교체되기 시작한다면 막대한 부채를 가진 미국 경제는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되니까요) 우리 한국의 대북정책도 이런 '국제 외교 문제'로 봐야 합니다. 초등학교 논리를 가진 사람들은 이전 정권의 대북지원을 '북한이 예뻐서 퍼주기'로, 현 정권의 기준없는 대북강경책을 '나쁜놈이니까 혼내줘야지'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신데,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살펴보죠. 북한에게 우리 남한은 별로 중요한 상대가 아닙니다. 대남적화통일이요? 그딴거 이미 불가능해진 이야기란거 걔네가 더 잘 압니다. 일단 전쟁터뜨려서 북한이 이길 가능성도 적습니다. 만에하나 북한이 이겨서 남한을 점령한다면? 그런다 해도 북한은 버틸수가 없습니다. 황소개구리가 아무리 주둥이를 크게 벌릴수 있다한들 고래를 삼킬수 있을까요? 삼킨다 한들 금새 배가 터져버리겠죠. 한국과 북한의 인구가 2배를 넘습니다. 게다가 한국 20대 이상 남성 대다수는 현역 군인이거나, 2년간 군사훈련을 받은 예비군 병력입니다. 그리고 북한에 비해 훨씬 더 부유한 생활과 정치적 자유를 누린 이들이죠. 이들을 1인독재체제에 수용시킬 수 있을까요? 되려 북한 인민들이 남한 국민들의 사상에 동조되어 버릴 가능성이 훨씬 높겠죠. 자, 절대로 그들의 지도자와 지배체제에 복종할 뜻이 없는 '체계적 군사훈련을 받은 예비 게릴라'들이 천만은 넘을듯 한데요, 이게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의 결과입니다. 그나마 전쟁에서 북한이 이길 가능성도 적어서 거기까지 가기도 힘들겠지만요. 그렇기에 지금 북한에게 남한은 잡아먹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냥 인질일 뿐이에요. 여차하면 대남 무력도발을 하며 자기네 내부 정치적 혼란을 잠재울 목적을 챙기거나, 미국의 관심을 끌거나 하는 대상일 뿐이죠. 최악의 경우에 남한에게 전면전을 걸어온다 해도 그건 그냥 최악의 상황에 몰린 상황에서 '혼자 죽을수 없다, 같이 죽자'는 발악일 뿐 다른 목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북한에게 정말 다급하고 중요한 상대는 우리 한국따위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인겁니다. 미국은 북한에게 경제봉쇄를 통해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그 와중에 북한에게 유일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나라죠. 북한의 처절한 경제난은 체제의 한계와 지배계급의 무능탓도 크지만, 미국의 경제봉쇄 탓도 매우 큽니다. 북 입장에서는 경제난의 3대 원인 중에 스스로의 체제적 모순/무능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미국 탓을 할 수 밖에요. 미국이 북한 숨통을 좀 풀어주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질 것도 사실이긴 하구요. 그래서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의 관심을 끄는 겁니다. 봉쇄 풀어달라, 자기네 체제 인정해달라, 불가침 조약 맺자, 이건 모두 미국의 외교적 군사적 압박에 위기감을 느껴서 그러는거죠. 중국은 북한과 거의 유일한 동맹관계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묻지마 혈맹'이런거 아닙니다. 중국은 호시탐탐 북한을 뜯어먹을 기회를 노리고 있고, 북한도 중국과 들러붙어 원조를 받기는 하지만 그 속내를 잘 알고 있는 상태죠. 북한 혼자 미국을 상대하기는 벅차니 중국을 등에 업고 미vs중 싸움을 붙여 그 사이에서 콩고물을 얻어먹는 외교를 펼칩니다.(사실 북한의 외교술은 세계 최고라 부를만한 레벨입니다. 미국조차도 북한과 1:1 외교는 꺼릴 정도로요. 실제로 뒷통수도 여러번 얻어맞았고...)
북이 제일 껄끄럽게 여기며 신경쓰고 눈치보는 상대가 미국이고, 한국(과 일본)은 그냥 가끔 시비걸 대상이자 인질일 뿐이죠. 한국이 북한에게 강경하게 굴든 온화하게 굴든 북한은 별 신경 안씁니다. 그냥 입바른 소리로 으르렁댈 뿐입니다. 즉, 남북관계에 있어 우리 한국은 아무런 주도권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우리가 뭔 짓을 해도 북한은 별 신경을 안 써요. 북의 숨통을 쥔 것도 미국이요, 그것을 풀어 줄 수 있는 것도 미국이며, 그나마 원조해주고 편 들어주는 건 중국이거든요.
북한이 미국에게 1:1회담을 줄기차게 요청하고, 미국이 그걸 꺼리며 다자간 협상을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한테 자기 숨통 틔워달라고 대놓고 요청하고, 미국은 북한을 괴롭힐 명분을 얻기 위해 4자네 6자네 다자간 테이블로 끌어내 왕따를 시키려 들고, 이 싸움이죠. 한국도 그 테이블에 한 자리 달라고 할 명분은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그냥 들러리일뿐 대북 문제의 주도권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다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린 그런 위치에요.
자, 그럼 우리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느냐, 그리고 지난 두 정권에서의 대북 화해정책은 무슨 목적이었느냐를 살펴보죠. 우리가 아무리 강경하게 나서봤자 북한은 눈하나 꿈쩍 안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도발을 할 수도 없죠. 북한은 깡패국가고, 우리는 정상적인 나라입니다. 국제사회에서의 평판도 좋은 '정상인'이란 거죠. 깡패 건달들이야 아무한테나 막 시비걸 수 있겠지만 우린 그렇게 살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게다가 '잃을 것 없는 동네 건달'이랑 '부유하게 살며 평판도 좋은 부잣집 주인'이랑 싸움 붙으면, 당연히 후자가 손해니까요. 설령 길가다 뺨 한대 맞아도 같이 들러붙어 싸워 경찰서 끌려갈 필요 없이 한번 참는게 이득인 입장이란 겁니다. 그럼 우리가 북한에게 '퍼주기'식 화해정책을 펼치면 뭐가 달라지냐구요? 자꾸 퍼주기 퍼주기 폄하하는데, 목적없이 그냥 인도적 목적으로만 지원한거 절대로 아닙니다.
북한에게 조금씩 지원량을 높여가며 국제사회에서의 대북문제에 있어 우리 한국의 발언권을 높여나가는 목적인거죠. 지금이야 국제사회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할때 미국 아니면 중국을 통해 이야기해야 할 상황이지만, 우리의 발언권을 높여나가 결국에는 모두가 북한 문제 이야기를 할때 우리를 통해 하도록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북한이 진정 우리 한국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대북정책을 온화하게 가느냐 강경하게 가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우리 눈치를 봐야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야만 연평도 도발 같은거 함부로 할 수 없게 되는 거구요. 화해를 할래도 진짜로 할 수 있고, 강경하게 나가더라도 북한이 진짜로 뜨끔하고 겁내게 만들려면 대북외교전쟁에서 우리 한국이 주인공이 되어야만 한다는 겁니다. 이전 정권의 대북 지원은 두가지 측면에서 실리가 있었습니다. 꾸준한 지원을 통해 (물론 그런다 해도 한계는 있겠지만) 북한이 점차 우리의 지원에 기댈수 있게끔 첫 발을 내딛은 것이구요, 여전히 불안정한 신뢰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며 북으로 하여금 우리의 대북 정책이 '일관됨'을 보여줬습니다. 믿든 안 믿든은 북한 마음이었겠지만 최소한 우리가 일관된 자세를 취하겠다는 제스쳐는 전달한 거죠. 거기에 더해 미국의 부시정권이 대북 강경책을 쓰며 북미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국이 거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대북 문제의 주도권이 미국에 있지만, 명분으로 따지자면 우리쪽에 있어야 할 주도권이기에 미국이 투덜대면서도 따라올 수 밖에 없었죠. 북한은 자꾸 삐뚤어지며 핵개발을 나서고 미국은 그걸 또 강경드라이브로 막으려 들고 그럼 또 북한은 더 삐뚤어지고.. 이 악순환이 최악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까지 가지 않도록 한국이 중재를 한 격이죠.
물론 그래도 갈 길은 멀긴 합니다만, 최소한 한국이 대북문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느리지만 꾸준하게 밟아온 것이 지난 두 정권 10년간의 커다란 소득이었습니다. 느린 길이지만 그것 밖에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현 정권의 5년간 대북정책이 되돌릴수 없게 후퇴한 것은 바로 북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며 쌓아둔 신뢰마저 아주 박살을 내버리고, 기준도 목적도 없는 강경책 운운하며 대북문제를 있는 그대로의 '대북'문제로 보지 않고 정권의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며 들쭉날쭉 제멋대로 행보를 보인 탓이지요.(북한뿐 아니라, 어느나라와 협상을 하든간에 외교테이블에 나가서 '우리 나라 내부 정치적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니네가 뭐 좀 해주면 안되냐'는 소리를 한다는 건 정말 호구 중에 상호구짓입니다. 현 정권은 북한에게도 그러했고, 미국에게도 그러했으며, 일본에게도 그러했죠. 정권 내내 강경일변의 목소리를 내놓고 막판에 와서 '선거도 다가오는데 정상회담이나 하자. 전 정권에선 한번씩 했던데 우린 한 3번쯤 할까?' 이따위 소릴 한게 현 정권이고, 미국에게 가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때문에 우리나라 난리 났는데 우릴 봐서라도 대만과 협상할때 우리보다 좀 더 느슨하게 해줄 수 없냐'는 망발을 지껄인게 현 정권이며, 일본에겐 그 유명한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가 있죠. 아마츄어 중에 이런 개아마츄어가 없습니다.)
대북정책, 전 정권의 온화책이 '퍼주기'라 운운하는 사람들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지금 상황에선 그거 밖에 없어요. 강경강경 부르짖어봐야 북한이 신경이나 씁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