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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9 17: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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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외교문제를 '나 쟤 싫음 그래서 안놀음'하는 감정싸움문제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당연히 조문단 보내야죠.
김정일 사망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했고, 연평도 포격도발까지 맞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 수가 없는 이유가, 손 내밀면 그 전의 일들을 전부 덮는게 되니까요. 하지만 김정일 사망에 대한 조문을 명분으로 손을 내밀면, 이전 것을 묻어버리는게 아니라 '잠시 유보'하면서도 친화책으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북한과 화해모드로 돌아설 명분이 생기는 거죠.
게다가 지금당장 전쟁이 난다 안난다의 문제가 아니라, 김정은이 세습 후계를 하던 다른 세력이 집권하던 권력이 재정비되고 안정될때까지 북한 상층부는 혼란과 권력투쟁이 벌어질게 뻔합니다. 누가 이기든, 이러한 혼란과 혼란 이후 집권을 한 당사자들이 자신의 세력기반 안정화를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뻔하죠. 내부의 혼란을 끝내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리려 할 겁니다. 북한이 그런 행동을 보일때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아닌 우리 한국이구요. 대남 무력도발을 일으킨 뒤에 남한측 소행이라 말을 돌릴게 뻔합니다. 우리네 어느 정치세력이 틈만나면 북풍을 이용하듯, 북한도 남풍(?)을 이용하죠. 자기네가 도발해놓고 한국탓으로 돌리는 식으로요.
이걸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급하게 화해모드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향후 북한이 자기네 혼란을 종식시킬 목적으로 한국을 걸고 넘어지며 무력도발을 감행하기 껄끄럽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주변국들은 물론 북한 내부에게도 우리의 명분을 쌓는 겁니다.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고 화해를 청한 것으로 말이죠. 게다가 자기네 정치 지도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조문과 위로를 보내왔다면, 향후 한국에 무력도발을 하려해도 눈치가 많이 보일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평소보다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테고, 중국도 자기네 편 들어주기 애매해질테고(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민간인 피해때문에 중국이 북한편 들기 주저했던 것 처럼), 명분을 우리 손에 쥘 수가 있는거죠.
누누히 말하지만 북한은 언제나 말썽의 원흉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같이 북한에게 으르렁대고 있어봤자, 남들 눈에는 두놈이 '서로 싸우는'걸로 보일 뿐입니다. 우리가 먼저 손내밀고 화해하려 드는데 북한이 도발을 일으킨다면 그땐 국제사회에서 다르게 보죠. '정상적인 나라 하나가 비정상적 나라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는'걸로 말이죠. 외교문제는 명분 싸움입니다. 김정일 밉다고 해서 밉다밉다 하는건 우리끼리나 할 말이지 정부나 정당들의 공식적 대응은 당연히 조문과 위로와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는게 맞죠. 그게 우리나라 이익에도 부합되는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