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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 17: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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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복지가 너무 잘되면 사람들이 일 할 의욕을 잃는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최종적으로 중요한건 복지를 얼마나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에 만족과 보람을 느끼느냐 아니냐의 문제이고, 이것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삶의 목표를 찾고 그것을 열심히 추구하게끔 이끌어주는 것으로 실현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복지는 이것을 위한 기본 전제이자 수단일 뿐이죠. (복지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란 소립니다)
물론 복지를 잘 갖췄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삶과 일에 열정을 가지게 되지는 않습니다. 복지는 말 그대로 기본 조건일 뿐,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교육제도도 잘 정비되어야 하죠. (또한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삶에 만족할 수는 없을겁니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복지를 잘 갖춰두지 않고서는 절대로 사람들이 자기 삶에 만족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복지란 사람들이 자기 삶에 충실하고 자기 꿈을 펼칠 수 있게 만드는, 삶의 열정을 가질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기 때문이죠. 어떤 직업으로 어떤 일을 하든 최소한의 기본적인 행복을 누릴수 있다는 전제가 없으면 결국 몇몇 특정 직업만이 행복추구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꿈이나 열정과 상관없이 '단지 생존만을 위해' 그 직업에 관심과 흥미가 있던 없던 무조건 그 일을 희망해야만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원치않는 경쟁을 낳아 더 많은 불행을 낳을 뿐입니다. 바로 지금 한국의 모습처럼 말이죠.
유교문화의 폐해 중 하나로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인습이 남아있습니다. 이 인습을 타파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귀천 구분이 직업별 수입 차이에 따라 새로이 나눠져 더욱 공고히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직업이 동일한 대가를 받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직업별로 수익 차이는 당연히 있겠죠. 하지만 어떤 직업이든 간에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릴 보상과 보장은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천시받는 직업일지라도 최소한의 행복추구권, 결혼할 수 있고 자기 집을 꾸릴수 있고 돈 걱정 없이 자식 키울 수 있을 행복추구권을 가질 수 있다면 당연스레 사회 속의 직업귀천 구분도 희미해질테죠. 환경미화원이나 건설노동자들은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사회적 인식 상 천대받는 것과 별개로 일의 어려움에 비해 받는 보수는 많이 부족합니다. 노동시간 등 노동환경 보장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그들이 아무리 자기 직업에 보람을 느끼려 해도 느끼기 힘들고, 사회적 인식이 바뀌려 해도 바뀌기 힘듭니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행복을 누릴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어찌 보람을 찾고, 어찌 인식변화가 있을 수 있을까요.
위에 UKI같은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그럼 열심히 공부해 돈 잘 버는 직종을 가지면 될 것 아니냐고. 하지만 사람의 흥미는 제각각 다른 법이고, 자신의 흥미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생존을 위해 직업을 강제당하게 되면 생활은 좀 더 윤택해질지언정 그것 역시 그리 행복한 삶이라고는 볼 수 없을겁니다. 판검사 비리, 수전노 의사들의 행태 등은 그들이 단순히 남들에게 인정받고 돈을 많이 벌수 있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했을 뿐, 자신의 직업에 어떤 사명감이나 보람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정의에 대한 열의와 사명감 없이 물욕 명예욕만 쫓는 판검사,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의사들, 결국 이 체제는 우리 사회 전체를 더욱 불행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죠.
일부에서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죽도록 공부한 의사랑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환경미화원이 같은 벌이를 가져야 하느냐고. 제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복지사회란 그런걸 말하는게 아닙니다. 직업에 따른 수익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지만, 환경미화원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열심히 일한 만큼 최소한의 행복추구권을 누릴만한 수익은 받아야 하고, 자신의 여가와 삶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노동시간과 환경 제약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런 소릴 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은 게 한가지 있습니다. 밤잠 못자고 응급환자와 씨름하며 환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혈투하는 외과의들은 압구정에 수두룩한 성형외과/치과 의사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직업인가요? 그래서 그렇게 더 적은 벌이에 더 많은 가혹한 노동과 시달리는 건가요? 삶의 목적을 돈 많이 버는 것만으로 고정하고, 돈 많이 버는 직업만을 추구한다면 이 사회가 잘도 굴러가겠네요.
노동은 의무인 동시에 축복입니다. 자기 삶의 목적을 찾아 그것을 이루고 보람을 느끼기 위한 과정이니까요. 한국 땅엔 '내가 이 직업을 통해 어떠한 꿈을 이루겠다'는 이들보다, '내가 이 직업을 통해 돈 많이 벌어 나중엔 일 때려치우고 떵떵거리며 놀고 먹겠다'는 이들이 갈수록 더 많아집니다.
'보람되고 즐겁게 일하기 위해 일하는게 아니라 돈벌어 일 때려치기 위해 일하는 나라'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