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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9 14: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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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팀 확충이 안되면 프로야구 10구단 체제에서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건 지금 8구단 체제 하에서도 마찬가지죠.. 고교야구는 이미 지금도 정체된 상태에요.
프로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 고교야구 인프라가 먼저 단단히 다져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나, 야구는 정말 지독하게도 자본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스포츠입니다. 프로리그가 먼저 나서서 아마츄어 리그를 이끌어야지, 프로리그를 위해 아마츄어 리그를 먼저 활성화 시키자는 말은 논리적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프로구단 수가 늘어나 '취업의 문'이 넓어지면 자연스레 지원자도 많아질테고 고교야구도 서서히 파이가 커지겠죠. 물론 이건 엄청 느리고, 그 동안 프로 리그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적지 않습니다.(경기력도 떨어질테고 이는 팬들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그러기에 고교야구를 먼저 부흥시키자는 방법이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이야깁니다. 프로야구단 수가 정체되어 있는 지금 상황에서 과연 누가 고교야구에 투자를 하며, 고교 야구 선수들은 무엇을 보고 야구에 뛰어들어야 할까요?
한국 스포츠는 모든 종목에 있어서 철저한 엘리트 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모든 학업을 포기시켜가면서 해당 종목에 뛰어들게 만듭니다. 그리곤 그 중에서 최상위 극 소수만 성공을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도태시키죠.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할 것이 못되는게, 그쪽은 공부도 하면서 자연스레 운동도 같이 시킵니다. 그 중에 운동에 재능이 있으면 운동 쪽으로 진로를 잡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취미로 생활체육을 즐기는 식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한번 운동을 시작하면 다른 모든 것을 접어두고 뛰어들어 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거기서 밀려나면 이미 학업을 포기한 상황에서 이도 저도 아닌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고 맙니다. 결국 프로야구 8개 구단 체제가 계속 유지되는 한, 어차피 나아가야 할 길이 좁고 한정되어 있기에 고교야구도 발전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강제적으로 고교야구단 수를 더 늘려봐야, 성공하는 이들의 수는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앞날이 불안한 상황에서 야구를 선택할 학생과 학부모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거죠.
이미 한국의 고교야구 인프라는 죽을만큼 죽어있습니다. 그게 워낙 심한 상황이라, 그나마 남아있는 고교야구단들의 지역간 편차가 심해 프로구단의 자기 지역 1차지명도 폐지된 상태죠. 이는 프로구단들의 자기 지역 고교야구 지원을 끊어지게 만들었고, 고교야구가 다시 고사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중입니다. 9, 10구단 창단을 부르짖는 이들 역시 고교야구 수를 그대로 둔 채 프로구단 수만 늘린다면 한동안 경기력 저하가 당연히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교야구를 다시 일으킬 방법은 전혀 없으니까요...
야구는 자본주의의 꽃과 같은 스포츠라고들 합니다. 프로야구가 더 커나가기 위해 고교야구가 발전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나, 프로리그의 질적 향상을 위해 먼저 아마츄어 야구 인프라를 확충하자..가 아니라, 선수 수요를 먼저 늘리면 선수 공급도 늘어난다..의 방법으로 접근하는게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