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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16: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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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의 현실...
1.대기업 재벌들이 중소기업을 착취해 먹고 사는 기형적 대한민국 산업계의 현실
기본적으로 IT벤쳐는 적은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을 노리지만 그만큼 성공확률은 낮은 말그대로의 '벤쳐사업'을 베이스로 합니다. 물론 꾸준히 성장해 규모를 많이 키운 기업들이라면 다르겠지만, 보통 처음 시작하는 IT회사들은 많은 자본금, 큰 사무실, 빵빵한 직원 수가 아니라 자신의 획기적(이라 생각하는) 아이디어 하나만을 가지고 이 바닥에 뛰어들죠. 이렇게 수많은 IT벤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승부를 벌여 극소수가 성공하고, 어느정도는 생존하고, 또 많은 수는 사라지는 것이 이 업계의 생태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선 그게 안돼요. 빼어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성공한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전혀 못됩니다. 일단 저렇게 작은 회사들 중에 괜찮은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회사들이 나오려면, 그들이 클 때까지 대기업 자본들의 약탈에게서 보호해 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만 우리나란 그런게 없어요. 그냥 뭐 좀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 나왔다치면 대기업에서 자본을 앞세워 그걸 거의 강탈하다시피 해버리거든요. 지적 재산권에 대한 보호도 미흡하거니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똑같이 베껴서 내놓는다면(물론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자해 따라하는 것이기에 후발주자이나 서비스는 더 뽀대나겠죠..)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뭐 어떻게 반항해볼 방법조차 없습니다. 법정 투쟁이요? 대기업의 닳고 닳은 최상급 법무팀이 재판을 질질 끌기만 해줘도 중소기업은 수년간 아무것도 못하고 끌려다니다 거지꼴 나기 일쑤입니다. 마지막에 재판에서 이긴들 상처뿐인 영광인거죠. 이겨봤자 얻을 수 있는게 그리 많지도 않구요.
결국 IT벤쳐 중에 꽤 쓸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들이 나온다 한들, 대기업이 '어 이거 괜찮네 나한테 팔아라'라고 할때 푼돈이라도 받고 얼른 팔지 않으면 조만간 대기업 자본 융단폭격에 고사당하는 꼴만 날 뿐입니다. 그렇다고해서 그 아이디어를 판다고 한들, 구글이나 애플같은 외국 IT기업들이 작은 회사의 아이디어를 사들였을때 처럼 그걸 뭐 좀 잘 다듬어 발전시킨다거나 그런것도 우리나라에선 절대로 없습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근시안적 시각을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모시켜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푼돈 몇푼을 바랄뿐이지 그런걸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해낸다거나 그런거 전혀 없어요.
이런 이유로 한국 IT업계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맨 주먹 두개, 열정을 가지고 뛰어드는 '벤쳐'가 아니라, 그냥저냥 안전하게 위에서 떨어지는 콩고물 받아먹고 살아야 하는 대기업 하청업만 남은 꼴이 되었습니다. 창의력과 열정, 도전정신이 제일 중요해야 할 IT업계가 하청업으로만 먹고 사는 꼴이라니 아이러니하죠. 지금 한국 IT업계는 정부기관, 공기업, 대기업에서 간간히 발주하는 커다란 프로젝트들이 풀어주는 자본에 의해 근근히 먹고 사는 격입니다. 물론 하루에도 수두룩하니 생겨나고 사라지는 IT업체 수를 생각하자면 돈이 풀리는 곳 보다 그 돈 받고 싶어하는 회사 수가 월등히 많기에 바득바득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펼쳐지게 마련이구요.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곳에서도 (정부기관이야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도 워낙에 근시안적이고 비전문적인데 콧대만 높은 놈들이라) 자기가 뭐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스스로도 사실 잘 모릅니다. 그냥 위에서 '야 요새 이런거 인기라는데 한번 해볼까?' 소리 나오는 바람에 급하게 대충 시작된 프로젝트니까요. 그래서 이 일을 하는데 어떤 인력과 어떤 일정이 필요하고 심지어 어떠어떠한 기능들이 필요한지 조차도 전혀 모릅니다. 그러니 그 일 따겠다고 몰려온 IT업체들 중에 제일 기간 짧게 부르고, 제일 금액 적게 부른(혹은 나랑 대학 동창이라거나 내 친척이랑 아는 사람이라거나 아니면 어젯밤에 술자리에서 찐하게 한잔 쏴줬다거나 하는) 회사를 대충 고르게 마련이죠. 그 일 받으려고 달려온 회사 입장에서도 '우리는 이러이러한 기술력으로 저러저러한 서비스를 구축해 어떠어떠한 효과를 내겠다'보다 '더 짧은 기간에 더 적은 금액으로 완료하게뜸' 이걸 어필하는데 더 급급합니다.(물론 애당초 상대 대기업 담당자와 어떤 인맥의 끈이 이어져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일테구요)
이렇게 가격경쟁을 붙어 일을 따온들, 현실적이지 못한 일정과 말도 안되는 가격을 가지고 정상적 일처리가 가능할리 만무하죠... 결국 이건 모두 작업자들(디자이너, 개발자)에게 떠넘겨집니다. "아침에도 일하고 낮에도 일하고 저녁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쉬는날도 일하면 겨우겨우 한 3일밖에 오버 안되는 일정이니까 빠듯하게 일합시다"가 되는거죠. 휴일근무, 야근수당이요? 어휴 월급이나 안 밀리면 다행이죠.
IT쪽에서도 SI나 에이전시 쪽이 특히나 막장소리를 듣는 이유는, 걔네는 원래 하는 일 자체가 '하청'이거든요... 무차별 가격경쟁과 그로 인한 비상식적 일정산출, 박봉은 말할 것도 없고, 툭하면 파견에 파견지에서 야근/밤샘 등등 근무환경도 그야말로 최악의 개판...
한국 IT업계가 근본적으로 개판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기업 위주로 모든 산업계가 돌아가게끔 맞춰져 있다보니 IT업계에서도 중소기업의 아이디어/기술력 이런거 하나도 보호 못받기는 매한가지에요. 결국 IT업계도 대기업 하청업으로 먹고 사는 판으로 전락하고, 그 많은 수의 IT업체들이 전부 다 하청으로만 먹고 살아야 하다보니 프로젝트 수주 경쟁이 과열되고, 가격경쟁 붙고,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일 따와야 하고, 그러면 또 업계 종사자들은 노예처럼 개판인 환경에서 일해야 하고 뭐 이렇게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