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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4 02: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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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진보성향이라 고노무현 전대통령(이하 노통)과 성향이 많이 다름.
노통은 보수이며 애국자에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성향을 가졌음.(반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보수이자 독재이며 매국)
나는 진보이며 애국+민주주의자이기에, 민주주의에 위해를 가하는 세력에 맞선다는 공통점 때문에 전략적 지지를 했었을 뿐, 사실 노통과 나는 지향하는 경제정책에 있어 하늘과 땅차이... 난 FTA를 반대하고 이라크 파병도 반대했으며 스크린쿼터 축소도 반대했었음.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와 미국중심의 세계질서 편입에 나는 죽어도 반대하는 입장이고 노통은 어쩔수 없으니 따라야 한다는 입장 차이.
그러기에 노통시절에도 나는 노통의 정책에 하나하나 불만을 달며 반대했었고, 그러한 평가는 지금 와서도 바뀌지 않았음. 나는 여전히 그 시절 FTA는 시작하기 전에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이라크 파병은 수십년 제국주의 압제에 시달렸던 우리가 남의 나라 점령전쟁에 파병한다는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 생각하며, 문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정책은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함. 또한 노통이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구역질나는 말장난으로 진보의 설 자리를 빼앗아버린 사실에 여전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그의 신자유주의 노선이 빈부격차를 크게 키워놓은 실패한 경제정책이라 생각함.
다만 그럼에도 내가 노통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그의 탈권위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크게 발전시켰기 때문. 물론 아직까지 구시대의 권위적 폐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통 정권 시절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커리어하이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 또한 외교정책도 그 어느 정권 시절보다 교활하고 효과적으로 잘 해내는 등(특히나 대북정책) 여러가지 업적들이 큰 것도 분명한 사실.
노무현 정권 5년의 역사는 아주 찬양과 미화될 만한 것도 아주 비난만 받고 부정당해야 할 것도 아닌, 반드시 되돌아보고 곱씹어보며 이어야 할점은 잇고 고쳐야 할 점은 고쳐야 할 '실패와 성공이 명확하게 구분된' 매우 중요한 참고서임. 선배가 물려준 매우 귀중한 시험백서이자 동시에 오답노트라는 이야기. 이 5년은 무작정 미화해서도 무작정 부정해서도 안될 매우 소중한 자산이'었'음. 노통이 죽기 전까지는.
노통의 죽음은 이명박정권에 의해 이뤄졌음. 철저하게 정치적 목적에 의한 수사는 사실관계 확인보다 언론플레이에 집중했었고, 노통에게 죄가 있느냐 없느냐의 수사보다 그의 이미지에 대한 집요한 공격만 이뤄졌음. 결국 노통은 자기 신념과 그 신념을 따르던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비극적 선택을 내렸고, 이는 결국 이명박 정권이 그의 죽음을 만든것임.
내게 노무현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는, 물론 그의 죽음에 대한 순수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에 더해 이제 더이상 노무현정권 시절에 대한 제대로 된 (생산적인)비판과 수용은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는 점이 더 큼. 그 5년은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되돌아보며 반성한 점과 배울점을 찾아야 할 한국 현대사의 매우 중요한 교재였음에도 이제 그것은 '고인의 유품'으로써 우리 머릿 속 서재에서 마음 속(감정 속) 액자 속으로 옮겨져 버렸음.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그것을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재분석했어야 할 소중한 교재가, 지지자와 반대파 사이에 묻지마식 찬양과 비난만 오고가는 종교경전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말임.
이명박의 노통 (정치적)살해 덕분에 우리나라는 한동안 박정희의 망령과 노무현의 망령이 뒤엉켜 싸우는 난장판이 될 것임. 지금 당장 이번 총선만 봐도, 노무현이라는 슈퍼 히어로(혹은 빌런)과 박정희라는 슈퍼 빌런(혹은 히어로) 패거리 간의 판타지 슈퍼히어로물이 펼쳐지고 있는게 현실. 친노파는 노무현에게서 뭘 이어 받아야 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고, 뭘 반성하고 고쳐야 사람들이 따라줄지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음. 친박파는 뭐 언제나 박정희교 광신도였으니 달리 할 말 없고.
친노는 그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던 박정희 광신도들과 점점 닮아가고 있음. 이성을 잃고, 노무현에 대한 냉정하고 이성적인 평가(계승과 반성 둘 다)를 놓침. 그냥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에 대한 분노만 있을 뿐. 물론 이들을 탓하고픈 마음은 없음. 사람이니까. 사람이니까 그렇게 비극적 죽임을 당한 이를 두고 어찌 그리 냉정하게 이성을 차릴 수 있겠음? 그러나 어쨌든, 그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막을 수 없는 감정의 폭주' 덕분에 우리는 노무현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놓치게 되었음. 탈권위도, 자기 자신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다른이들이 더 많은 것을 배워가기를 바랬던 계획도 모두 덮히고, 이젠 감정싸움만 남았음.
뭐, 어쩔 수 있나. 훗날 대한민국 발전을 수십년은 정체시켜버린 이명박 정권의 수많은 중대한 실정 가운데 '노무현을 정치적 살해'했다는 것이 기록되어 있을 것임.
ps)뭐 노통 지지자들에게 뭐라 하는 건 아님. 이런 낯뜨거운 자료를 만들고 하는 것도 뭐, 사람이 죽은 일에 감정적이 되지 않을 수 있겠나, 생각하자면 충분히 납득은 가는 일. 다만 일개 지지자가 아니라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이번 총선 전략은 진짜 개 병신같음. 친노 친노 울부짖는 것 만으로 친박에 승리할 수 있을거라 나태하게 생각했다는 점이 참 민주당스럽다는 생각밖에...
맨 위에 적었듯이 '노통-민주당'과 '박근혜(박정희)-새누리당' 두 세력은 기본적으로 '보수지향'에서 같음. 둘 간 근본적 차이는 민주vs독재이며, 애국vs매국이며, 합리vs불합리임. 노통이나 새누리나 FTA지지에는 똑같은 입장임. 둘 간 차이는 결국 합리적으로 계산한(하려했던) FTA와 묻지마식 날치기 FTA인데, 이 얼핏보기에 별반 차이 없어보이는 차이점을 유권자들에게 이해시키려면 먼저 노통에 대한 분석과 수용/반성이 스스로 먼저 철저하게 이뤄졌어야 함. 큰 프레임으로만 덥썩덥썩 정치를 받아들이는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이걸 이해시키려면 매우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있었어야 했는데 이게 없으니 '니들이 먼저 시작한거 아니냐 FTA'이런 역공에 걸려들어 쩔쩔 매기나 하지.. 스스로 노통에 대한 분석과 계승과 반성도 없이 대강 친노 이미지 뒤집어 쓰고 무대뽀로 날뛰니, 내세울 정책이고 뭐고 있기나 하나..대부분 새누리당 정책이랑 별 달라보일 것도 없는 상황이 나는게 당연한 일(어차피 둘 다 보수적 정책이니까. 심지어 '시혜적'복지의 탈을 슬쩍 쓰고선 꼴에 복지 운운하는 것 까지 똑같음..) 새누리당과 정책적으로는 비슷해 보일지 모르나 결정적으로 이게 다르다,라는 점을 어필하려면 민주vs반민주, 애국vs매국 밖에 없음. 그게 친노와 친박의 실질적 차이점이니까. 근데 그건 낡았다, 사람들 한테 안먹힐거다라며 친노vs친박으로 내모니까 부동표들한테 '똑같은 정책 갖고 당파싸움 벌이는'걸로 비춰질 수 밖에. 이명박의 연이은 수퍼 삽질로 잡은 최고의 기회에서 박근혜는 유체이탈로 이명박과 선긋기에 성공했는데 민주당은 스스로 판 나태한 함정에 빠졌음.
이번 총선 압승 분위기에서 박빙으로, 다시 수세로까지 몰린 원인은 민주당의 계속되는 자살골 덕분. 한명숙 내 당신 이럴줄 진즉부터 알았음. 이제 가카의 총선직전 대반전빅엿이라도 하나 터져주지 않으면 이번 선거 참... 낙관하기 힘든 상황일듯.. 새누리당 개박살이란 꿈은 접고, 그냥 그놈들보다 한두석이라도 더 먹길 바란다, 야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