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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0 1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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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박근혜는 수구 세력 내에서 아무런 실권이 없다고 봅니다.
뭔가 스스로 주도해서 행동하기보다 항상 주변인들에게 모든걸 맡겨버리죠.
유신과 '민'혁당 사건에 대한 사과 역시 본인이 결정한 게 아닐겁니다.
당시에 워낙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던 판국이라 대국민 사과라는 '쑈'라도 했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던 건 맞지만, 박근혜 본인은 진심으로 그게 잘못된거라 생각 안 할 사람이거든요. 게다가 절대로 사과할 마음도 없었을 겁니다.(박근혜는 이명박처럼 욕심으로 똘똘 뭉친 욕망의 화신이라기보다, 자신의 '잘못된' 신념을 꿋꿋하게 믿고 밀어붙이는 사상범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자기 신념-이자 아비의 신념-을 단순히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임기응변으로라도 부정할 생각을 가질 수가 없죠. 그리 쉽게 꺾을 신념이면 애당초 싸돌아다니며 '유신은 어쩔수 없는 선택'같은 생각없는 망발을 지껄이지도 않았을테니까요) 그런 박근혜가 유신에 대한 사과를 했다, 그것도 추석을 얼마 앞두고 무척이나 중요한 시기의 주말에 집구석에 틀어박혀 종일 고민하던 끝에 사과 결정을 내렸다.. 이건 본인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기보다 그 '하루'동안 주변 참모들이 얼르고 달래서 그렇게 하도록 시켰다고 보는게 타당하겠죠.
박근혜의 정책 공약들 역시 어디서 이것저것 주워온 것에 불과합니다.
사학비리를 근절시킬 사학법 개정안에는 길바닥에 나가 땡깡피우며 반대했던 '정수장학회 돈줄로 정치 입문한', '사학재단 대변인'께서 등록금 비싸다며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운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장직을 한낱 노름판 판돈으로 내던졌던 정당의 수장이 이제와 보편적 복지를 운운한다? 대기업 퍼주기와 부자감세를 여태껏 조장해온 정당이(심지어 그 대표주자 이명박 가카가 여전히 이 당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여당이) 경제 민주화를 운운한다?? 이건 이명박정권 5년간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이 '경제민주화' '복지' '사학비리 근절과 교육개혁'에 관심을 가지자 그냥 진보쪽에서 그 타이틀만 훔쳐와서 대충 말장난 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기에 이번 대선을 '공약을 보고 뽑자'고 말씀하시는 순진한 분들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시는 겁니다. 보수고 진보고 전부 다 똑같은 진보적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어요. 어느 한놈은 구라치고 있다는 거죠. 이번 선거는 누구의 공약이 더 좋냐는 비교가 아니라, 어느놈이 구라쟁이고 어느놈이 참말쟁이인지를 가리는 선거여야 합니다) 박근혜의 정책은 자기 신념에 따른 정책이 아니라, 워낙에 상황이 이명박과 그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판국이다 보니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야당이 내세운 '대안 정책'들의 제목을 대충 따와서 코스프레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독재도 경제 발전을 위해선 어쩔수 없는 것', '소수의 희생+빈부격차도 경제 발전을 위해선 어쩔수 없는 것'이라 믿는 양반이 이런 '복지와 평등' 정책을 만들, 아니 빌려올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요? 이것 역시 주변 참모진들이 '불리한 상황 타개'를 위해 억지로 꾸며낸 것에 불과합니다.
박근혜는 사실 아무런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아비를 따라 청와대 들어가서 뭐 열심히 자~알 하다보면 모든게 다 자~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박근혜더러 뭘 어떻게 하겠냐는 구체적 질문을 던지면 두루뭉실하게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하다보면 잘 될겁니다'드립치는 이유는, 실제로도 딱 그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겁니다. '내가 청와대 가서 잘 하면 잘 될거야' 이게 전부죠. 부친이 박정희이고, 모친이 육영수만 아니었더라면 아무리 '동네 똥개를 후보로 내세워도 30%는 먹고 가는' 새누리 당이더라도 언감생심 대선 후보는 꿈도 못 꿀 인물됨됨이죠. 박정희 팬클럽 동원에 가장 유리하다는 점, 그 딱 하나로 수구 세력이 내세운 얼굴마담이자 꼭두각시 인형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수구세력이 박근혜를 포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생각합니다.
애당초 박근혜는 포기하고 뭐하고 할 대상도 아니에요. 그냥 얼굴마담, 바지사장에 불과하니까요. 수구가 박근혜를 포기했다는 건 재집권을 포기했다는 말인데, 수구는 어떤 상황이 와도 절대로 권력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인물들이 아닙니다. 얼굴마담은 갈아치울 수 있더라도 권력을 단 1분 1초라도 포기할 놈들이 아닙니다. 심지어 스스로 싼 똥에 당장 내년에 나라꼴이 개판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 똥밭에서라도 자기가 왕노릇 하고 싶어할 놈들입니다.(그리고 그 책임은 뜬금없이 '국정운영에 도움 안주는 야당때문이에염 징징' 탓을 하겠죠. 국회 의석 수도 제일 많고 청와대도 자기네가 차지하고 있어도 그런 핑계 댈 놈들입니다)
NLL건 역시 글쓴분 말씀처럼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저게 뭔 말도 안되는 공격인가, 그리고 과거는 더이상 말하지 말자던 놈들이 웬 과거타령인가(이건 뭐 네거티브 하지 말자면서 다음날 바로 네거티브 저지르는 놈들이니 믿는게 바보겠지만) 생각하는게 당연하겠지만, 대다수의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그정도의 판단력조차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냥 언론에서 '노무현 NLL포기발언! 이 빨갱이 새끼들!!'하면 대충 '민주당은 안보무능이구나' 믿어버리는 사람들이란게 문제죠. 따라서 NLL을 물고 늘어지는 것 역시 궁여지책으로 저지르는 일이라기 보다 충분한 효과를 노리고 저지르는 짓이라 봅니다.
지금 저놈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건 역시나 문-안 후보단일화인데, 단일화 시기가 자꾸 늦춰지는 이유는 문, 안 두 후보 모두 급할게 없단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 각자가 서로 세 몰이를 해 나가다가 선거가 임박해 올때 극적으로 단일화 논의가 진척을 보이게 되면, 그동안 유권자들의 미적지근해진 관심이 단숨에 다시 불타오를 수 있는 마지막 필살기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단일화 이전까지 꾸준히 문/안 양쪽을 깔짝깔짝 상처입히며 '그놈이 그놈' 이미지를 씌우다가 기회 봐서 한놈을 확 자빠뜨릴 어퍼컷 감 이슈를 찾는 겁니다. NLL이 만약 효과를 보게 된다면 (우리 선거문화의 전통(?)인)'북풍공작'을 이용해 문재인을 훅 보내겠다는 심산인거죠.
수구세력에겐 박근혜는 그냥 얼굴마담입니다. 이건 이명박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명박의 경우엔 스스로 권력욕이 워낙에 넘쳐나던 인간이기에 스스로 참 말도 안되는 깽판을 많이 부렸습니다. 수구에게 이용당할 것은 당해주더라도 대운하-4대강 같은 개억지에서 공기업 민영화까지 자기가 해 쳐먹을 수 있는건 다 해쳐먹었죠. 수구 입장에서도 쉴드치고 싶어도 치기 난감한게 참 많았을 겁니다. 이명박 정권은 '대통령도 해 쳐먹고 수구도 해 쳐먹고 서로서로 누가 더 많이 쳐먹나 경쟁하는' 시기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박근혜는 스스로 뭔가 해 쳐먹을 생각은 없을겁니다. 정수장물회로 워낙 부유하게 자라온 사람이라 딱히 돈 욕심이 더 많이 있지도 않을테고, 자기 욕심보다는 나라꼴을 자기 신념대로 꾸미는 일에만 더 관심을 가질 '사상범'이니까요. 거기에다 이명박처럼 주변사람을 다 자기 입맛대로 휘어잡고 싶어하지도 않으니 만약 정권을 잡으면 친박들은 신나서 날뛰게 될겁니다. 수구세력에게도 이상적인 '인형'이죠. 하는 일 없이 욕망도 없이 청와대 얌전히 앉아서 울상만 짓고 있으면 수구와 친박들이 하고 싶은대로 다 해먹을수 있는 시대가 올테니까요.
수구는 수구대로 여전히 자신들이 왕먹는 시대를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의 배후는 재벌이고, 재벌이 소유한 언론/정치계의 거물들이죠. 국가 기간산업인 공기업과 금융마저 자기네 손에 떨어지면 더이상은 뭐 나라가 망하던 말던 관심도 없을 놈들입니다. 이에 대한 욕심은 마르지 않습니다. '다음 정권 들어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사람들이 우리탓 하면 어쩌지?' 아마 이런 걱정조차도 안 할 겁니다. 하면 좀 어때, 그런다고 뭐 달라지나? 어차피 그때도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이게 다 야당 탓이다 돌리면 30%는 묻어놓고 갈 지지기반인데, 하는 자신만만함이 깔려있으니까요.
박근혜 주변에 붙은 친박찌꺼기들도 절대로 포기 안할겁니다. 친이계 놈들이 5년간 죽어라 해 쳐먹는 꼴을 부러움의 눈길로 봐 왔고, 그 놈들이 자기네 친박을 얼마나 핍박해왔는지 뼈저린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으니까요. "나도 만질거야!!"하는 심정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겠죠. 당선만 될 수 있다면 시청광장에서 박근혜 벌거벗겨서 스트립쇼라도 시킬 놈들일 겁니다. '박근혜의 친박'이 아니에요 '친박의 박근혜'지..(아마 박근혜가 정권 잡으면 박근혜는 맨날 불쌍한 표정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고 있을테고 친박 놈들이 미친듯 날뛰며 비리 저질러 먹을겁니다. 이명박 주변인의 5년보다 훨씬 더 과격하게 지랄치겠죠. 역대 최강의 측근비리 정권이 탄생할겁니다)
정리하자면 박근혜는 아무 실권이 없고, 그를 조종하는 세력(얕게는 친박 찌질이들, 깊게는 배후에서 이 나라를 좌우하는 재벌-매국-수구세력들)이 모든 힘을 손에 쥐고 박근혜를 조종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은 확실하지만, 그들의 욕망은 결코 마르는 법이 없습니다. 포기하는 법도 없구요. 그들의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저갱 같은 욕심은, '이번 정권 말미에 신나게 지랄쳐놓고 다음 정권 쟤네한테 넘겨서 책임 다 떠넘겨야지' 같은 이성적 판단(일보 후퇴)조차 용납하지 못할 수준의 욕심입니다. '이번 정권 막바지까지 신나게 지랄쳐놓고, 다음 정권 잡은 뒤에 더 신나게 지랄쳐서 남은 부스러기까지 바득바득 다 긁어먹어야지' 이정도쯤 되는 거죠. 어차피 대충 책임은 이놈저놈 떠넘기면 되고, 욕먹어도 배후의 실체들이 아니라 표면적인 얼굴마담이 대신 먹는 것에 불과하며, 그래도 30%는 묻지마 지지를 해주는게 이 나라꼴이니까요.
지금의 사태는 이런 격입니다. 수구는 언제나 심해에 자리잡고 조용하고 묵묵하게 자기 욕망대로 흘러갑니다.(심지어 이들은 김대중-노무현 민주 정권때 조차 자기 하고 싶은 것들을 이뤄낸 놈들이에요) 친박은 자기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이제 권력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신나게 지랄치는 중입니다.(워낙 천박한 놈들이다보니 정권 잡기도 전에 너무 설치다 벌써 몇놈 훅 갈 정도죠.. 심해 수구세력에 비하면 촐랑대는 잔챙이에 불과할 천박함입니다) 박근혜는 주변 애들이 뭐라하던 별 관심도 없고 통제할 의지도 능력도 없고 그냥 자기 아빠 제사를 묵묵히 지내는 중입니다. 본인이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는지나 모르겠네요. 친이계는 살 길 찾아 날뛰며 이명박을 버릴지 말지, 어디에 붙을지 고민하고 있을겁니다. 뭐 이미 거의 다 숙청당했지만요. 이명박은 이제 수구에게 용도폐기된 유통기한 지난 인형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퇴임 후에 떵떵거리고 먹고 살기 위한 마지막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정 안되면 한 몇달 감빵 살다 나오더라도 평생 먹고 살 돈 벌어두면 되지' 정도로 각오를 다지고 있겠죠.
작금의 수구세력은 이렇게 수많은 분파(?)들이 제각각 불타는 욕망을 따라 이리저리 합종연횡하는 욕망의 도가니 속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자기 욕망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마음도, 심지어는 일시적으로라도 후퇴할 생각조차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