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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0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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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런 경우임.
살인현장에 홀로 서성이다 붙잡힌 사람이 있음.
이 경우 정황상 유력한 용의자이나 살인을 그 사람이 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음. 그러나 살인 증거가 없다 뿐이지 정황상 유력 용의자 이기에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함.
허나 영장청구가 늦어지는 동안 경찰의 요구에도 불응해가며 증거인멸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번 후 경찰에 출두한 상황.
이 경우 경찰의 수사는 무척 어렵고 길게 진행될 수 밖에 없음.
만약 살인범이 맞다면 살인 도구 등의 결정적인 증거를 어디에 버렸는지, 어떻게 인멸했는지 찾아내기 힘들어졌기 때문. 피의자의 집, 그 시간 동안의 행동 동선, 만난 사람 등을 다 추적해 조사해야 하니까임.
이 수사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는 케이스는 딱 하나, 운좋게 빠르게 증거물을 확보했을 경우밖에 없음. 1~100 사이의 특정 숫자를 맞추기 위한 스무고개 식 수사로 1부터 100까지 순서대로 불러보는 게임을 할때 이 게임이 빨리 끝나는 경우는 그 숫자가 운 좋게 10 이내의 작은수여서 빠른 시간 안에 찾은 케이스 밖에 없으니까.
만약 '100안에 그 숫자가 없더라'는 결과가 나오려면 100까지 다 세어 봤어야만 알 수 있는 것임. 다 세어 보지도 않고 없다고 미리 단정 짓거나, 혹은 '지금까지 세어 봤는데 그 숫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식의 불필요한 중간발표를 하는 행각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말.
살인범이 범행도구를 버렸을지 모를 그 수많은 시간과 장소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할테고, 이 수사가 조기에 어떤 '발표를 할 만한' 결과를 얻기 위한 조건은 운 좋게 처음 들이닥친 그 장소에서 덜컥 피묻은 칼을 발견했을 경우일 뿐임. 한 두군데 겨우 대강 조사해놓고 '증거없음' 소릴 늘어놓는건 타조와 펭귄만 조사해놓고 '모든 새는 날지 못함' 하는 소리와 다를바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