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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16: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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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전쟁이 나면 땅따먹기 점령전이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 '시발 나 혼자 죽을 순 없지?'하며 상대 국토 초토화시킬게 뻔하기 때문.
북한이 가지고 있는 생화학무기를 좀 생각해보자. 어차피 한국 국토 황폐화 시킬 목적으로 쏘는 건데 명중률은 중요치 않다 미사일 개수가 중요할 뿐. 구식 미사일이라도 생화학무기 잔뜩 실어다 포항, 울산 등등 공업지대와 발전소 등의 기간산업들을 몽땅 박살을 낼게 뻔하다.
남북간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이 얻을 수 있는게 뭘까? 한국 이기기 절대 쉽지 않다. 만약 이긴다고 하면, 북한이 한국 지배할 수나 있나? 인구수가 한국이 5천만, 북한이 2천만이다. 게다가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를 누리던 5천만이다. 그 중 절반의 남자 중에 20대 이상 절대 다수가 2년간 군복무와 군사훈련을 마친 이들이고. 이런 5천만명이 2천만에 동화되어 김뽀글씨 독재체제 밑으로 순순히 들어갈까? 그 2천만이 5천만에 물들어 손에손에 총 칼 몽둥이 쥐고 주석궁으로 쳐들어가는 게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라 보여지는데?
625사변 일어났던 시절이랑 지금은 정세가 전혀 다르다. 북한은 한국이랑 전쟁 벌여서 무력적화통일을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한국을 지배할 수가 없다. 아니 그 이전에 무력적화통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한이 무슨 재주로 한국과의 전쟁에서 이기나? 결국 전쟁이 터졌을때 북한의 자세는 딱 이거다. '곱게 보존해가며 점령해서 날로 다 삼켜야지 헤헷'이 아니라, '시발 나 혼자 죽을거 같냐 다 터뜨리고 같이 죽자' 이거.
아니 애당초 북한이 한국이랑 전면전을 벌일수 있는 상황 자체가 그거란 거다. 625시절처럼 한국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발발이 아니라, 구석에 몰려서 더이상 아무것도 할수 없게 된 상황이거나 혹은 일부 강경파 또라이들이 쿠데타라도 일으켜 정권을 잡고 막가파식 자살특공 전쟁을 벌이는 거. 간간히 일으키는 무력도발이랑 전면전의 차이는 잘 아실테고, 북한이 우리한테 툭툭 걸어오는 무력도발들에도 불구하고 북한도 결코 전면전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거지. 자기가 죽을 상황이 아니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선제공격?
이런 소리 하는 사람들은 게임이나 만화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그건 남북간 땅따먹기 싸움이 아니다. 그냥 한반도 초토화해서 황무지 되는 거지.
한국이랑 북한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 중국이나 미국이 이긴다. 중국의 속국이 되거나, 쫄딱 망한 상태에서 형식적으로만 주권을 가졌지 실질적으로 미국 속국 되거나.
한국 국방력이 지금도 강력하지만 이런 강함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전쟁을 막기 위함이지 전쟁을 잘하기 위함이 아니다.
국방력을 유지/강화해야 함은 맞는 말이지만 그와 동시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외교력이다.
북한과의 외교력 격차를 따지자면 한국이 엄청나게 뒤쳐지는게 사실. 가진거 하나도 없는 북한은 중-미간 두 강대국 알력싸움 중간에서 이쪽 저쪽 줄타기 해가며 자기가 얻을거 다 얻어내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마저 몇차례 발라버렸을 정도(물론 뭐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상황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긴 해도)
한국은? 현 정권 들어서면서 햇볕정책 버린 후 남북 문제에 아무런 방향도 철학도 계획도 없다. 장기적 시각도 없고 그냥 입에 발린 강경책이 전부다. 강경하겠다고 말로만 해놓고 정작 한 짓들은 북한과의 대화채널 단절 뭐 이런것 뿐. 이건 뭐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아무리 적국이라도 기본적으로 상대와의 최소한의 대화채널은 확보해 놓고 있어야 정상인거다. 걔네가 맨날 거짓말만 한다고? 시발 그럼 국가간 외교전 벌이는데 순진하고 솔직하게 지 속마음 다 털어놓는 병신도 있나? 거짓말을 하고 허풍을 늘어놓고 협박을 하고 욕설을 하더라도 그 말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 내는게 외교력이고 첩보능력이다. 자국민들 뒤나 캐고 커뮤니티에 악플질이나 할 게 아니라, 국정원이 해야할 일은 바로 그런거라고.
상상을 해봐라. 포커칠 때 내가 테이블에 내려놓는 카드들, 내가 상대에게 보여주는 표정들은 물론 전부 상대를 속이기 위한 것들이다. 상대도 마찬가지, 표정도 제스쳐도 내려놓는 카드도 모두 의도적으로 나를 속이기 위해 보여주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봐야만 한다. 봐야지만 상대 패는 어떤 것인지, 상대 생각은 뭔지, 의도는 뭔지 계산할 수가 있는 거라고. 그 계산이 틀린다면 내 능력이 부족한거고, 맞다면 내 능력이 출중한 탓이다. 그게 싫다고 해서 상대 표정도 몸짓도 내려놓은 바닥패도 보지 않고 눈감고 포커치는 건 포커를 치는게 아니라 그냥 로또복권 자동선택으로 한장 사는 것과 다를게 없는 짓이다.
외교전에서 상대와의 최소한의 대화채널마저 단절해 버리는게 바로 이런짓 이라고. 이건 강경이 아니라 병신이지 그냥. 국민들을 매카시즘으로 선동질 좀 해야겠는데 정작 북한상대로 강경하게 쓸 수 있는 카드가 손에 아무것도 없으니 겨우 한다는게 그런 걸 한거라고. 그래놓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 좀 해보겠다고 특사 파견을 할려는데 미국한테 가서 "내 정권이 지금 국민들 상대로 강경 말장난 치고 있는데 니들이 그럼 곤란하니 특사파견 좀 늦춰주면 안되겠니?" 드립쳤다가 미국이 어이를 상실했다는 개망신이나 당한게 한국 이명박 정권 외교력의 현 주소임.
국방력 강한거 자부심 느낄만 하고, 국방력 더더욱 강하게 갈고 닦아야 하는거 맞는 말이지만 어차피 북한을 잡으려면 전쟁으로는 못 잡는다. 국방력만큼이나 외교력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거고, 이번 정권 들어서 아주 처절할 정도로 밑바닥 아마추어 외교력을 보여준 이상 갈 길이 엄청 멀다. 햇볕정책이 갑갑하긴 했어도 사실 그거밖에 우리가 쓸 카드가 없었던거고, 단순히 인도적 차원에서의 묻지마 지원이 아니라 차후 국제사회에서 대북문제를 다룰때 한국을 통해서 하도록, 대북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플랜의 첫 단추였던 거다. 뭣도 모르는 잉간들이나 퍼주기네 뭐네 뻘소리 하지. 우리나라가 북한 상대로 강경하게 할 수 있는 카드가 뭐가 있냐? 선제공격 절대불가론은 위에 길게 말했고, 우리가 무슨 국제사회 쌩양아치 북한마냥 무력도발이라도 일으키랴?
북한은 한국 안 무서워 한다. 대북 경제봉쇄 미국이 하고 있고, 대북 선제공격도 한국은 절대 못하고 미국이 키를 잡고 있다. 원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다 미국이 쥐고 있는데 한국이 뭐가 무섭겠어? 한국이 강경을 하건 뭘하건 신경 쓸 필요도 없지. 그냥 가끔씩 자기네 내부 정세 안정시키는 용도로 국지도발 일으키거나, 미국아 나 좀 봐라 시발ㅋ 하는 용도로 한국 동해/서해에서 괴롭히기나 할 뿐이지. 국제사회에서 대북문제를 다룰때 실리는 미국과 중국이 다 가지고 있다. 주도권도 그놈들 차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명분은 한국은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얼른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고. 우리가 북한과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다 대북문제 주도권 내놓으라 징징거리면 누가 들어주나 그걸?
북한의 핵개발이 무서운 이유는, 그거 가지게 되는 순간 우리는 명분마저 빼앗긴다. 지금까지는 "미국 니들이 아무리 그래봐야 전쟁나면 죽는건 우리 한국이다, 그니까 우리말 들어"하면 미국도 깨갱할 수 밖에 없었지만(부시정권 시절 대북 강경 그렇게 울부짖었어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ㅈㄲ 우린 온건책! 하면 부시가 깨갱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바로 이거다. 명분은 우리 손에 있거든) 북이 핵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쥐고 딱 하와이까지만 사정권 안에 두게 되더라도 이 명분도 미국한테 빼앗긴다. 그게 북한 핵개발의 진짜 무서운 점이다. 그게 아니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무슨 제주도에 쏠려고 개발하나? 핵 없어도 구식 생화학무기로도 한반도 황폐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이 지금 해야 할 가장 시급한건 국방력은 여전히 강력하게 키우고 유지하면서 동시에 외교력을 올려야 한다. 국정원 데리고 오유 댓글놀이나 할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