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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7 12: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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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 복지 같은 말장난은 때려치우고, 복지 개념들 좀 잡고 삽시다.
복지가 뭔지도 모르니 선별적 복지네 뭐네 말도 안되는 똥소리를 덥썩덥썩 믿고 엄한 소리를 하죠.
복지는 못 살고 가난한 사람한테 불쌍하다고 나랏돈으로 적선해주는 그런 개념따위가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정도의 삶의 질은 누려야 한다는 기준선을 그어놓는 것이죠.
부자들도 우리나라 국민이고, 부자들도 세금을 냅니다. 아니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냅니다.(이렇게 내야지 정상인데 망할 이명박이 부자감세 실컷 시켜주고, 박근혜가 그 기조 그대로 끌고 가고 있는게 정신 나간 나라운영일 뿐입니다. 이렇게 내야지 정상인데 이노무 새퀴들이 무지막지하게 탈세 해먹고 튀는게 문제, 그걸 또 안 잡고 쉬쉬하고 눈감고 자빠져 있는게 문제일 뿐, 그럼에도 부자들이 내는 세금 부담은 '안부자'들이 내는 세금보다 훨씬 큽니다)
그런 부자들이 복지를 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왜 부자들한테 밥 떠먹여 줘야 하느냐구요?
세금은 아니지만, 건강보험 재정에서 가입자 중 상위 5% 부자가 담당하고 있는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아시나요? 그걸 아신다면 단순히 부자나 나나 똑같이 건보 혜택 받는다고 "내 돈으로 부자 먹여살린다"는 민망한 말은 절대로 못하실텐데 말입니다.
무상급식을 하는데 왜 내가 낸 세금으로 부잣집 아들까지 먹여살려야 하느냐구요? 당신이 내는 세금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게 부자들입니다. 그런 부자들이 세금으로 그정도 혜택도 받으면 안되는 겁니까? 당신이 낸 세금으로 부잣집 애들 밥을 먹이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부자가 낸 세금으로 아이들 서너명의 밥은 먹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은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그 세금으로 자기 자식 밥한끼 못 먹여야 하는 겁니까?
보편적 복지를 보고 빨갱이네 뭐네 하는데, 그럼 부자들이 세금 내놓고 그 세금으로 자기 자식 밥 한끼 못먹이고 가난뱅이들한테 다 뜯겨야 하는 당신네들의 그 '선별적 복지'는 뭔가요? 부자고 안부자고 세금을 냈으면 똑같이 혜택을 받아야 하는 보편적 복지가 빨갱이 짓일거 같으면, 부자 돈 강제로 빼앗아 안부자들한테만 나눠주는 선별적 복지는 그럼 뭡니까?
그리고 말입니다. 무상급식을 아이들 모두에게 주겠다는 것은 부잣집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같은 안부잣집 아이들을 위한 겁니다. 그걸 왜 부자들이 반대를 할까요? '그딴거 필요 업ㅂ따! 우리같은 귀족느님들 아들딸이 니들같은 가난뱅이 색희들이랑 똑같은거 먹기 쫀심 상한다!' 이게 그 이유입니다. 조건없는 무상급식은 바로 우리 자식들이 학교에서 그딴 더러운 계급사회에 놓이지 않게 하기위한 '교육'의 일부이기도 한 겁니다.
물론 복지라는게 분야에 따라서는 일정 이하 소득을 가진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복지를 '그 사람들'이 불쌍해서 주는 불우이웃돕기 쯤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복지는 눈을 가리고 행해지는 겁니다. 상대가 누군지 알 필요도 없고, 그 사람이 불쌍하다 아니다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복지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불쌍해서 주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니까 주는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의 삶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로 움직여지는 거 뿐입니다.
물론 기초생활 수급자 같은 극빈층에 대한 지원책이 뭔지도 모르고 평생 살아가는 부자들도 많고, 보통의 중산층들도 살면서 그 혜택을 한번도 받지 않고 살수 있게 되는게 좋은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돈을 직접 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 제도의 혜택을 안 보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사는 나라가, 이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정도 이상의 삶은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다, 라는 이게 바로 혜택인 겁니다. 우리나라도 복지에 대해 갈 길이 한참 멀긴 했지만, 복지 후진국 사람들의 삶은 이런 식입니다. 운명의 장난질 앞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삶이에요. 제아무리 자기가 조심하고 열심히 산다고 해도 사고 한번 덜컥 나서 장애를 가지게 되면 인생 끝나버리는 그런 삶입니다. 사업하다 실패 한번 했더니 엄청난 빚과 당장 먹고 살 걱정에 재기따위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삶입니다. 가난한 집 자식으로 태어났다고 제 아무리 노력해봐야, 능력이 있어봐야 부잣집 자식들에게 짓눌려 성공할 수 없는 계급사회를 사는 그런 삶입니다.
복지는 나라 구성원들이 살면서 이렇게 불의의 사건 사고를 당해 일시적인 추락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삶은 살 수 있게 완충 작용을 해줘 다시금 재기를 꿈 꿀수 있게 해주는 안전망입니다. 또한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사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키우고 발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이기도 하구요. 선별적 복지라는 말은 복지가 아닙니다. 말장난일 뿐이죠. 복지는 시스템이에요. 누가 누구한테, 부자가 가난한 사람한테 혹은 가난한 사람이 부자한테 일방적으로 돈을 건내주는게 아니라, 모두가 어떤 규칙에 의해 나라에 내고 모은 세금을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단지 '우리 나라 사람이라는'이유만으로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해주겠다는 뜻일 뿐입니다.
세금을 누가 더 내고 누가 덜 내고는 세금을 걷는 문제일 뿐입니다. 물론 그걸로 복지를 하는 것이고, 그러기에 그 세금을 누가 더 많이 부담하고 있느냐의 말이 자주 연결되어 거론되는 것일 뿐, 사실 세금을 걷는 문제와 복지는 전혀 별개의 일입니다. 그 둘을 엮어놓고 누구 돈이 누구한테 가네 마네 하는 것은 복지가 뭔지 도대체가 이해하지 못했기에 나오는 이야기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