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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4 00: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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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은 결과의 통합이 아니라, 과정의 공정함에 있습니다.
답도 없고, 아니 사실 답이 나올 수가 없는 문제죠. 거의 모든 문제가 하나의 결론을 맞이 하더라도 여전히 반론이 존재하고 토론은 계속 이어집니다.
선거도 마찬가지고, 입법도 마찬가지에요. 한가지 결론이 나왔다고 해서 그게 무슨 승패가 영원히 갈리는게 아닙니다. 여전히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은 존재하고, 선거나 입법의 결과에 대해 계속해서 견제와 감시와 재논의가 이어집니다. 물론 일단 결과가 난 것이니 일정 기간동안은 그대로 이어지게 되지만, 5년 뒤 혹은 10년 뒤에 다시금 재평가가 꾸준히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때때로 결과가 뒤집히기도 하는게 민주주의입니다.
(심지어 사회의 균형을 위해 그 결정의 권한이 매우 커다란 사법부의 판단 조차도 이런 격렬한 토론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물론 입법/행정과는 다른 사법부의 판단은 무척이나 권위를 인정받고 일단 결정난 후에는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 성질의 것이지만(예를 들면 일사부재리의 원칙 등), 그렇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사법부의 결정이 매우매우 신중하게 이뤄지도록 온갖 장치를 달아두는 겁니다. 3심제도가 왜 있을까요?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의 재판은 어째서 왕정이나 독재국가와는 달리 철저하게 증거와 그에 대한 타당성을 가지고서만 이루어 지는 걸까요, 귀찮게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은 사법부의 판단은 사회의 균형을 위해 쉬이 뒤집을 수 없는 것이니 만큼 그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 있어 그만큼 철저하고 신중하게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라고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란 토론에 있어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내느냐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아니 애당초 그 답이라는게 나오길 기대할 수 조차 없는 제도에요. 다만 임시방편으로써의 일시적 합일점들만 얼기설기 이어붙여 나가며 살아가는 것이죠. 단지 그 과정이 얼마나 정당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었느냐에 집중하는 제도입니다. 민주주의에 있어 답은, 어떠한 결과를 도출해내느냐에 있는게 아닙니다.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얼마나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쳤느냐에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 정치판이 맨날 치고박고 싸운다고 뭐라들 하지만, 그건 통합을 못이루고 싸운다고 해서 그 싸움 자체가 잘못된게 전혀 아니라는 겁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정치세력간에 서로 치열하게 계속 싸워나가야 해요. 서로 권력을 나눠가지고 견제해가며 치열하게 싸워야 합니다. 인류 역사가 만들어낸 최고의 정치체계인 민주주의는 보통 손쉽게들 생각하시는 아무도 싸우지 않고 평화가 가득한 꽃동산, 유토피아 따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온갖 정치적 사안을 가지고 결과 도출도 못 해내면서 끝없이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무간지옥에 가깝죠.
단 그 싸움판이 보통의 전쟁통과 다른 이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정치 싸움은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 인본주의를 바탕에 두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만 싸워야 한다는 게 중요한 겁니다.
일베가 왜 나쁠까요? 새누리당이 왜 나쁠까요? 독재를 찬양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원칙을 해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과정의 정당성'을 해치기 때문에 나쁜 거랍니다. 민주주의라고 해서 마냥 모든 사상을 다 허용하는 건 아니에요. 사회주의건 공산주의건 자본주의건 뭐시건 다 포용할 수 있지만, 독재와 파시즘, 제국주의와 식민지주의 같은 것들은 절대로 포용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들이니까요. 이건 서로 다름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고, 이것을 무시하는 친독재 세력인 새누리당과 일베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소리에요.
민주주의를 착각하지 마세요. 민주주의는 정신놓고 앉아서 모두 다 함께 싸움도 없이 헤헤헤 꿀빨고 앉아 있는 꽃동산이 아니에요. 각자 손에 쥐어진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 순간도 긴장 놓치 말고 격렬하게 싸우는, 때로는 이 사람들과 동맹을 맺었다가 또 때로는 저 사람들과 힘을 합쳐가며 치열하게 투쟁하고 토론해야만 하는 무간지옥이에요. 언젠가 인간이 내 손에 쥔 떡에 만족하고 남의 손에 든 떡을 욕심내지 않게끔 욕심을 거세당하지 않는 이상, 인간이란 종이 끝없이 남의 것을 탐내고 욕심으로 똘똘 뭉쳐진 존재인 이상, 내 손에 쥔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순간도 정신놓지 말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게 민주주의입니다. 왜냐구요? 주권이 내 손에 쥐어져 있으니까요. 내가 내 삶의 주인이고, 내가 이 사회에서 정당한 지분을 가진 주인의 한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