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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14: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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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고 없고를 떠나 기본적인 예의 문제죠 그건.
저번에 어느분이 올린 글 중에 여친이 베프라는 남자친구를 자기 자취방에서 자고 가게한다, 둘이 술먹고 놀다 연락 자주 끊긴다고 고민글 올린 것도 봤었는데, 보통 이런 경우에 당사자는 속은 타들어가고 상대방은 뻔뻔하게 나오니 내가 쪼잔한건가 자괴감도 들고 두배로 힘들어집니다.
근데 이건 상대방이 이상한거 맞아요. 바람을 피웠냐 아니냐, 잤냐 안잤냐를 떠나 연인 사이에도 기본적으로 예의가 있어야죠. 서로의 집에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낸다, 글쓴분처럼 모텔(!)에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이건 그 자체로 예의가 없는거에요.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갈 일을 하면서 '세상이 너무 보수적이라 그런거다, 나같이 리버럴한 신녀성 신남성들은 이런거 아무렇지도 않다, 나만 떳떳하면 그만이지, 왜 나를 이해를 못해줘?' 이런식으로 남을 무시하는 태도는 기본적인 예의를 모르는거죠.
바람을 피운다의 정의가 뭘까요?
스스로를 리버럴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이성과 육체관계는 가졌지만 원나잇일 뿐 마음은 안줬으니 바람피운게 아니라고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이성에게 마음은 빼앗겼지만 육체관계는 없었으니 바람 피운게 아니라고 항변하구요. 글쓴분 전 남친이나 제가 위에 언급한 예전 그 남자분의 여친처럼 남들 열에 아홉은 이상하게 볼 법한 일을 태연하게 저지르면서도 둘이 육체관계를 가진건 아니(라고 주장하)니까 문제될 거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자기 주장을 무조건 밀어붙이죠.
"아니 너는 왜 이걸 이해 못해줘?"라면서요. 그리곤 자신은 엄청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이면서 동시에 떳떳한데, 지금 자신을 의심하고 못 믿는거냐며 되려 큰소리를 칩니다. 상대방을 쪼잔한 사람, 의처/의부증 가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세워 더 괴롭히죠.
거꾸로 물어볼게요. 그러는 그런 사람들은 근데 왜 상대방을 이해 못해줄까요?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할때 이상할게 볼 법한 행동을 저질러놓고는,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고 기분 나빠하는 상대방을 이해 못해주는 걸까요? 예의범절은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정해놓은, 여러 사람이 서로 원만하게 지내기 위한 규칙입니다. 그런 다수의 생각에 반대되는 행동을 태연하게 하면서 그걸 기분나쁘게 생각하는 상대방을 이상한 사람, 쪼잔한 사람, 꽉 막힌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건 그럼 배려와 이해가 넘치는 행동인건가요?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저 사춘기 어린애마냥, 세상 사람들의 보편적 사고에 반항하면서 '봐라 우리 친구 사이는 니들이 보통 생각하는 그런 관계를 뛰어넘어 있다, 이걸 이해하는 사람은 리버럴한 신지식인, 이해 못하면 꽉막힌 노땅' 선 긋기 놀이를 하는 중인겁니다. 연애한다고 친한 이성친구 없으란 법은 없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연인에 대한 예의가 우선입니다. 남들이 봤을때 이상한 오해할 행동은 서로 삼가는게 정상이고, 특히나 술자리는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거구요(개인적으로 '나는 얘랑 술취하게 먹어도 별 일 없다'만큼 등신 같은 소리 없다고 봅니다. 그건 자기 자신에 대한 과신이에요. 술 취해서 정신놓고 필름 끊긴 상태에서도 내 몸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자기 과신은 바보들이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안전벨트 없이 음주운전하다 운좋게 한번 살아나놓고 '내 운전 실력 잘 봤냐'자랑하는 철부지로 밖에 안보여요.)그 친구 역시도 친구와 친구의 연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만나서 놀더라도 친구의 연인이 기분나빠하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하고 예의를 지켜야죠.
친구랑 만나 시시덕거리고 신나게 놀면서, 정작 속 타들어가는 연인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예의도 안지키고, 그러면서 연인더러 되려 니가 이해를 못해줘서 그런거다, 쪼잔하게 왜그러냐 몰아붙이는 그런 사람들은 연애할 자격없어요. 평생 그 친구랑 붙어서 섹스 앤더 시티에 나오는 뉴욕 신녀성 신남성 코스프레나 즐기고 살라죠.
연애를 하면 상대방을 최우선으로 배려하고, 서로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걸 어떻게 서로 맞춰갈까를 고민해가는게 맞는 일이지, 자기 하고싶은대로 천방지축 날뛰고 행동하면서(게다가 다른 사람들 열에 아홉은 이상하게 볼 법한 행동도 태연하게 저지르면서) 연인더러 일방적으로 니가 이해해야지 난 원래 이런 사람인데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는 거, 심지어 나는 무척 깨어 있는 사람인데 너는 왜그렇게 고리타분하냐, 나 의심하냐 못믿냐, 쪼잔하게 왜 그러냐 이렇게 나오는 건 연애할 자격이 없는거에요.
글쓴분이 스스로에 대해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에게도 누가 너더러 걔랑 뭔 일 있었다고 뭐라 하는줄 아느냐, 무슨 일 있고 없고를 떠나 남들 볼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볼 만한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 대한 배려가 없는거 아니냐, 니 생각엔 친구 남친이랑 모텔에 가서 밤새 술을 마셔도 잠만 안 잤으면 그만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내 생각엔 잠을 잤건 안 잤건 단 둘이 모텔 갔다는 것 자체가 나에 대한 심각한 결례라 기분 나쁘다, 니 생각 틀렸다 고쳐라 할 마음은 없지만 내 남친이랑 멋대로 그래놓고 일방적으로 나더러 이해하라고 구는거 자체가 친구로써 나에 대한 실례 아니냐, 이야기 하세요. 그래도 이해 못하면 친구 삼을 가치가 없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