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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13: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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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작은 사회문제들을 안고있지 않은 나라는 없겠죠. 우리나라가 치안이나 문화 등등 다방면에 걸쳐 상당히 살만한 나라인 것은 사실입니다. 경제 상황도 크게 못 살 수준은 아니구요.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중에 매우 치명적인 것들이 몇가지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거의 망국병이라 불리울 만큼 시급하고 치명적인 일들이에요.
가장 먼저 사용자 위주, 그 중에서도 특히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 그렇습니다. 모든 경제정책이 덩치 큰 대기업만을 위해 이뤄지다보니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하청업체로나 전락하고 더이상의 성장을 이뤄내기가 힘이 듭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보호, 관리,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대기업들이 그것을 손쉽게 강탈해가는 구조도 문제에요. 결국 아이템 좋고 열심히 일하는 우량 중소기업들이 기존 대기업을 위협하며 그 자리에 올라서는 일이 바늘구멍 들어가는 레벨이 되어 버립니다. 대기업 역시 이런 위기감 없이 나태하게 중소기업 피나 빨아먹는 식의 운영이 되다 보니 스스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위기가 없으면 기회도 성장도 없죠. 자본주의의 가장 근간이 뭘까요? 경쟁입니다. 대기업은 경쟁을 하지 않고 게으르게 누워 있고, 중소기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쟁이 되질 않아 낙담하는 구조에서는 자본주의가 굴러갈 수가 없습니다.
척박하기 그지 없는 노동환경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말도 안되는 레벨의 최저임금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야근/특근/주말출근 등등 태연하게 이뤄지는 온갖 불법 노동착취 방식들이 관례화되어 이제 뭐 이걸 문제시 삼는 사람들 조차도 없는 수준입니다. 노동자가 자기계발을 하지 못하고 여가를 즐길 여유도 없고 자기 삶을 가질 수 없는 환경에서는 질 좋은 노동력이 제공될 리 만무합니다. 또한 노동자는 퇴근 후에는 소비자가 됩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소비자가 뭘 어떻게 소비를 할까요? 내수 시장이 죽네 사네 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들이 더 질좋은 노동력을 제공할 여력도 안되고, 소비를 왕성히 할 여력도 안되기 때문이죠. 소비가 안되는데 자본주의가 굴러갈 수 없습니다.
교육의 부재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교육은, 아이들이 한명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끔 기본적인 것들을 갖추게 해주는데 그 목적을 둬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네 교육은 어떤가요? 정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의 이름이 교육'인적자원'부입니다. 아이들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나게 해주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자원'으로 개발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앞뒤가 바뀐거에요. 이게 왜 그런거냐 하면, 결국은 대기업들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인재를 뽑는 일입니다. 인재라는 것이 단순히, 우리나라가 지금하고 있는 것 처럼, 똑같은 기준으로 쭉 줄을 세워서 그 중에 앞에 있는 애 몇명 커트라인 잘라 뽑아다 쓰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기 회사가 지금 상황에 가장 필요한 재능이 어떤 것인가, 어떤 유형의 인재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겁니다. 지금 자신들에게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요?
헌데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큰 일이에요. 그런 고민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내리는 것도 힘들 뿐더러, 거기서 도출된 답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는 과정도 엄청나게 힘들고, 그런 인재를 찾아낸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갑질하며 애들 줄세우고 윽박질러 끌고 오는게 아니라 타 기업들과 경쟁하며 모셔와야 하는 '갑을관계가 아닌 대등한 동반자적 관계'가 되어야 하죠. 하이 리스크인 만큼 하이 리턴인 일이지만, 우리네 나태한 대기업은 이걸 포기한겁니다. 그래서 그냥 똑같은 기준 하에 국영수 잘하고 말 잘듣는 순으로 일렬로 줄 세운 후 앞에서 부터 몇명씩 잘라 나눠 가져가는 걸 택한거죠.
우리네 교육제도가 아이들로 하여금 건전한 사회구성원, 공동체 일원이 되기 위한 기본소양 교육이 아니라, 무한 경쟁 줄세우기식 입시교육이 되어버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기업을 위시한 사용주들의 나태한 인사관리에 맞장구 쳐주기 위해 초중고 기본교육에서부터 줄세우기만 시키는거죠. 학교내 폭력과 왕따문제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동체일원으로 서로서로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학교를 정글로 만들어 약육강식 경쟁만 시키는데 당연히 따라올 수 밖에 없는 문제죠. 폭력으로 모든걸 해결하려 들고,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무리를 짓고, 무리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외부의 적을 강제로 만들어내고, 힘없는 소수자를 짓밟는 것으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는 욕망, 공포.. 이건 결국 정글에서 짐승들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학교를 정글로 만들어놓고 폭력이네 왕따네 말해봤자 뭐합니까.
교육이 이런 판국이니 역사 교육이네 인문학 교육이네 이런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자연스레 따라붙죠. 아이들이 자라나며 역사인식도 없고, 인문학적인 기본 소양도 부족하고, 철학/도덕/역사/정치 이런 것들을 가지질 못하게 되는겁니다. 게다가, 위에서 말한 노동환경의 문제 때문에 기본적인 가정교육도 이뤄지질 않아요. 가뜩이나 사교육비(본인 대학등록금 빚부터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나라니까요), 결혼에 드는 막대한 비용, 미친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인해 살 집 마련에 들어가는 엄청난 부담, 자식 양육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과 사교육비, 이 모든 것에 대해 나라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해 줘야 할 복지혜택의 미비, 연금 등의 제도가 아직 미흡해 노후에 대해서도 각자에게 떠맡겨둔 후진복지 국가라 자기 노후대비 밑 부모세대의 봉양에 대한 부담 등등을 따지자면 학부모들이 맞벌이로 뼈빠지게 일을 해야만 겨우 애 하나둘 키울수 있을까 말까 입니다. 결국 집에서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가정교육을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여력도 없고, 대부분의 가정이 예전과 달리 자식이 하나 혹은 둘이 대다수인 가정들이라 형제관계를 통한 공동체의식 함양도 기대할 수가 없죠.
여기에 부동산 투기 광풍, 수도권 집중화와 국토 불균형 등등 여러 사회 문제들이 '정말 안좋은 쪽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주는 바람에 나라가 기울 정도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대기업 위주의, 대기업이 똥을 싸건 그 똥위에 주저앉아 뭉개건 정부가 나서서 어이구 우리 새끼 둥개둥개 해주며 덩치큰 등신 마마보이로 만드는 경제정책을 포기하고 중소기업들의 뒤를 봐주며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서로 같은 선상에서 죽자사자 경쟁하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지 않는 이상 이 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
노동환경을 개선해 노동자들이 더 질 좋은 노동력을 확보하고 자기 삶을 누리고 자기 여가를 누리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으며 자기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에게 가정교육을 시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왕성한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지 않는 이상 이 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싼 노동력'으로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중국과 동남아에 밀려날 수 밖에 없죠. 결국 그게 지금 대한민국의 성장 원동력을 잃어버린 제일 큰 이유이구요)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혁해 입시교육을 타파하고 나태한 대기업들이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제 발로 뛰게끔 시켜야 합니다. 교육은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게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만 해요. 대학평준화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건, 혹은 서유럽 일부 나라들처럼 고교 졸업시험을 등수를 매기는게 아니라 합격/불합격만 나오게끔 바꾸건 교육을 개혁해야만 이 나라에 미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