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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6 00: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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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자질 문제죠.
노통시절 서해안에서 삼성 유조선 기름 유출사고가 터졌을때 노무현이 대책회의에서 브리핑 받다가 한 말이 있습니다. 장비건 뭐건 필요한거 있으면 다 빌려다 쓰고 외국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손 벌리라고, 뒷감당은 외교적인 것이건 비용적인 것이건 본인이 책임질테니 일단 필요한게 있으면 먼저 동원해 피해 줄이는데 총력을 다 하는 것만 생각하라고. 리더가 이렇게 뒤를 든든히 밀어주면 아랫사람들은 재난 대응에만 몰두해 필요한게 있으면 겁없이 일단 가져다 씁니다. 리더가 책임져 준다고 했으니 재난 대응을 효율적으로 하는 문제만 집중할 뿐 다른거 신경 쓸 일 없으니까요.
근데 박근혜마냥 '아 나는 책임없다' '나는 재난 컨트롤 센터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라 근데 책임자는 추궁하겠다' 이렇게 본인은 발 빼고 밑 사람들더러 마냥 최선만 다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랫사람들은 재난 대응할때 다른 고민을 더 크게 합니다. '아 지금 여기선 저 장비가 필요한데.. 요청할까..아냐 아무도 책임도 안 져주는데 나중에 그 뒷감당 어떡하라고? 비용문제, 부서간 정치적으로 미묘한 알력다툼, 이런거 저런거 다 생각하면 저거 만약 맘대로 요청해 가져다 쓰다 결과 안 나면 나만 독박쓰는거 아니야?' 일분 일초가 급한 재난 대응 상황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언딘이랑 해경 수뇌부가 유착이 있건 없건, 대통령이 '필요한거 다 맘대로 가져다 써! 뒷감당 내가 책임진다!'하면 일선 구조현장에서 그거 모를까요? 저 배건 언딘 외 다른 구조회사 장비건 다이빙 벨이건 성공여부나 비용문제나 책임 문제 고민없이, 상관들한테 문책당할 걱정 없이 필요하다 싶은건 다 가져다 쓰겠죠. 뒷 책임을 무려 대통령이 져준다고 했으니까요. 근데 대통령부터 자기 발 빼고 튀어서는 '책임자 문책' 운운하며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데, 그 이하 모든 고위 관료들이 나는 책임없다 식으로 일관하는데 일선 구조현장이라고 뭐가 다르겠습니까?
이 사태에 대해 박근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대통령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져버렸어요. 그 결과로 이 수많은 안타까운 생명을 잃어야 했고, 그 결과로 전 국민이 충격과 공포와 분노와 슬픔에 빠져있고, 그 결과로 경기는 바닥을 치며 경제마저 휘청일 판국이고, 그 결과로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뢰를 잃어버려 공황상태, 무정부상태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게 박근혜가 무능하기 때문이며, 애당초 대통령이라는 중책에 걸맞지 않은, 깜냥도 안되는 얼간이가 그 중요한 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에 벌어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