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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6 12: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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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의 전말에 관해서는 뭔지 잘 모르겠으니 저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어그로라 신고 받은 유저의 처벌 유무에 대해서 운영진의 신중한 논의 과정 역시 존중하구요.
그러나 '공개저격은 무조건 처벌'이라는 규정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어그로라 생각해 신고한 사람에 대해서는 과연 그 사람이 규정을 어겼나, 아니면 아슬아슬하고 교묘하게 규정위반만은 피해 '합법적 어그로'를 끌었나에 대해 세심한 논의를 하면서, 어째서 공개저격글에 대해서는 그 글이 합당한 내용을 적절한 수위 내에서 쓴 글인지 아니면 허위 사실을 가지고 남들 보기에 불쾌할만한 수위로 쓴 글인지에 대한 판별 과정 없이 무조건 다 처벌이란 거친 규정을 두셨는지요?
오유는 유저들 스스로의 자정작용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한계가 발생했기에 운영진이 규정을 만들어 그에 따른 운영/관리 체제로 바뀐 것입니다만, '운영진의 규정에 따른 관리' 역시 한계가 있음은 마찬가지 입니다. 커뮤니티는 실제의 정치가 아닙니다. 실제 입법과정 처럼 세세한 법규정을 구축한다고 해 봤자 그걸 일반 유저들이 다 인지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걸 구축한다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죠.(밥먹고 정치만 한다는 프로 정치인들이 수백씩 모여도 맨날 실수하고 시행착오와 번복을 거치는게 입법 과정입니다) 커뮤니티 운영은, 오유의 운영은 유저들의 불완전한 자정작용과 운영진의 한계를 지닌 운영이 서로서로 보완해가며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운영진의 규정에 따른 체계적 운영 없이 유저들의 자정작용만으로 어떤 한계를 맞는지는 일베의 치졸한 공격들을 받음으로써 밝혀졌고, 반대로 유저들의 도움 없이 운영진 만으로는 운영상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유저들의 적극적 신고 없이 소수의 운영진 여러분이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수가 올라오는 게시글과 댓글들을 다 관리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점에서 단순히 공개저격글이라 해서 무조건 처벌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유저들은 저격글이라 해서 무작정 믿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어느정도 분위기에 휩쓸리는 이들도 나오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저격글이 올라오면 그것 역시 타당한지 자기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찬성, 반대, 혹은 뒤로가기(무관심)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합니다. 또한 건전한 저격글은 그 자체로 새로운 토론거리를 만들어내기도 하구요.
만약 저격글과 그에 대한 반론 과정에서 양측의 분위기가 과열되거나 애당초 얼토당토 않은, 논리 없이 험한 말만 가득한 저격이었다면, 이때에 운영진의 판단이 개입되는게 옳지 않나 생각됩니다. 욕설은 그 자체로 처벌논의 대상이고, 토론이 아닌 개싸움이 된다면 그때서야 운영진이 이것이 규정 위반인가 아닌가를 논의한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것 없이 단순히 저격글이라고 무조건 다 처벌한다는 규정은 너무 거칠고 포괄적인 규정이 아닌가 싶네요. '구더기가 무서우니 장 담그는 사람 앞으로 무조건 다 처벌'해버리는 식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운영진 여러분이 얼마나 수고해주시는지 잘 알고, 또 항상 감사와 응원의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이라는게 완벽할 수 없고, 또 커뮤니티의 운영은 유저들의 자정활동, 자경단 활동과 운영진의 규정에 따른 운영이 서로 균형을 이뤄 보완해가며 이뤄져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그로 의심 유저에 대한 세세한 판단과정이 있는 것 처럼, 저격글에 대해서도 무조건 안된다 금지시키기 보다 그간 저격글이 오유 자정에 어느정도 순기능을 가졌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허용해주되 어느 선을 넘지 않게 관리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됩니다.
언제나 수고 많으십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