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6
2014-07-29 14:44:23
3/6
유격수가 두명이고 2루수는 한명이다, 단순히 이렇게 보지 말고 다른 시각으로 한번 봅시다.
1루수 박병호/ 2루수 오재원/ 3루수 황재균/ 유격수 강정호 이렇게가 주전일겁니다. 그렇죠? 그럼 내야에 백업요원으로 남는 자리가 2자리입니다.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2~3루 커버 가능한 김민성을 멀티포지션 유틸요원으로 뽑고 나머지 한 자리는 유격수 전문 백업으로 뽑은 것 같습니다. 본인이 유격수 출신에 내야 수비에서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워낙 강조하는 성향이라 '유격수도 가능한 다른 포지션 선수'보다 '다른 포지션이 가능한 유격수'를 하나는 꼭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한 거겠죠.
다들 2루수는 한명인데 유격수 볼 수 있는 선수는 4명이나 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데,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을 생각하면 전문 유격수가 보는 것과 단순히 유격수도 볼 수 있는 다른 내야수가 보는 것의 차이는 안정감 면에서 크지 않나요? 황재균, 김민성, 오재원이 유격수도 '볼 수 있다'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김상수도 2루수를 '볼 수는 있'어요. 몇년전 일이라곤 하나 1군 데뷔를 박진만과 키스톤 콤비로 데뷔한 선수입니다. 똑같은 논리로 따지자면 2루 볼 수 있는 선수도 오재원-김민성-김상수 3명이나 되네요.
내야 4개 포지션에 주전은 다 정해져있고, 2/3루는 김민성이 커버합니다. 유격수는 전문유격수로 커버하겠다는 것이 류감독의 구상이었구요. 1루의 경우엔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백업이 딱히 필요하진 않겠지만 근소한 리드의 게임 후반 수비강화라거나 브룸박 부상이라거나 하는 상황이 났을때 타격은 1루 경험있는 외야자원(1루는 수비보다 타격이 더 중시되는 포지션이니까요), 수비로는 오재원(이 경우 2루는 김민성이나 김상수) 이렇게 백업이 가능하겠죠. 유격수 백업으로 굳이 유격수 한 자리만 커버 가능한 전문유격수를 뽑아 가는건 자리 낭비 아니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점에 김상수가 손시헌 대신 뽑혀간 이유가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지표에서 손시헌에 비해 근소하게 밀리는 김상수이지만(수비지표는 정말 근소한 차이이고, 공격은 타율 2푼 정도 차이인데 어차피 백업요원으로 데려가는거 공격 이정도 차이는 큰거 아니죠. 오히려 작전수행능력 쪽을 보는게 더 낫지) 도루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니 대주자 요원으로도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습니다.
자꾸 서건창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애초에 김상수는 서건창 대신 발탁된게 아닙니다. 서건창 대신 발탁된건 오재원이죠. 김상수를 빼고 서건창을 넣어볼까요? 무슨 일이 일어나나? 2루수는 2명이 됩니다. 나머지 백업 한자리는 유격-3루를 커버해야 합니다. 이게 나을까요, 아니면 백업 한명이 2-3루를 커버하게 하고 유격수 전문 백업을 하나 두는게 나을까요? 2루가 유격수 백업을 버리고 전문 백업 한명을 둬야 할만큼 더 중요한 자리던가요? 박병호-서건창-황재균-강정호를 주전에 1~2루 백업으로 오재원, 3루~유격 백업으로 김민성을 두는게 얼핏 균형이 잡힌 구도라 보일지는 몰라도 1루 백업이 그리 중요한 자리인가 이 말입니다. 차라리 오재원이 비상시에 1루 볼 것을 옵션으로 두고 2~3루를 한명이 백업(그것도 김민성이라는 아주 훌륭한 유틸 카드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유격수자리는 전문 유격수겸 대주자 요원으로 활용 가능한 옵션까지 가진 선수로 하나 백업, 이렇게 발탁한게 류감독의 선택이란겁니다.
막말로 내야에 자리 하나만 더 있었어도 2루수 2명 뽑아도 됐습니다. 1루 브룸박 놔둔채 2루를 서건창-오재원, 3루는 황재균-김민성, 유격수를 강정호-김상수 이렇게 둘씩 데려갈수 있었죠. 근데 백업 자리가 딱 2개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떤 포지션 백업을 어떻게 커버하느냐에 대한 해답으로 이런 대답을 내놓은거죠. 이게 그렇게까지 이해못할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류상수네 뭐네 하면서 '실력도 안되는데 자기팀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선수기회를 박탈'이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김상수 실력이 리그 최고는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폄하당할 실력은 아닌걸로 아는데요? 일단 강정호는 빼고 봅시다. 누가봐도 이건 크보 현 유격수 중 압도적으로 최강자니까요. 유격수 2인자 자리(백업자리) 경쟁자 중에 수비지표에서 김상수랑 비슷비슷한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손시헌 정도가 앞서는 편이죠(문규현이라거나 수비지표 데이터로 보면 김상수보다 앞서는 이가 있긴 하지만 소화 이닝수가 400대 이닝vs 700대 이닝입니다... 유격수 중에 가장 많은 이닝 소화한게 김상수로 알고 있습니다) 수비 성적표에서 손시헌이랑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닙니다. 손시헌보다 타격에서도 2푼 정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대신 도루가 압도적으로 앞서죠. 어차피 백업으로 데려갈 선수라면 타격 조금 차이보다 도루 차이를 더 크게 보는게 맞다고 보고요.(3할4푼에 홈런2위짜리 강정호 대신 교체될거면 3할 턱걸이 타격이나 2할8푼 타격이나 그게 무슨 차이입니까, 도루 능력을 보는게 맞지...) 김상수가 해당 포지션 최고 능력은 아니라고 하지만 충분히 상급 성적을 내고 있고 나름의 경쟁력도 갖춘 선수이기에 선수 구성상 필요에 의해 뽑힌겁니다. 이걸 가지고 실력도 안되네 뭐네 폄하당하는 건 좀 말이 안된다고 보는데요?
서건창 당연히 엄청 좋은 선수입니다. 근데 서건창이랑 김상수랑 포지션이 다르고 류감독이 구상한 대표팀에서의 활용도가 다른 선수인데 무작정 같은 선에 두고 비교하면 어쩌자는 걸까요? 타자로서의 능력을 따지자면 서건창이 훨씬 우위인게 맞습니다. 도루 개수 별 차이없고 타격능력에서 엄청 앞서니까요. 2루수라는 자기 자리에서 수비능력도 매우 뛰어난 선수입니다. 하지만 둘은 포지션이 다른 선수잖아요. 유격수랑 2루수랑 비슷해 보인다고 해도 한 팀 내에서 둘의 활용도는 전혀 다른 선수입니다. 이 둘을 단순히 타격능력만 비교해서는 서건창이 더 낫네 김상수가 실력없네 이렇게 말할거 같으면 브룸박보다 홈런도 더 많이 못치는 크보 내외야수 전부 다 실력 없는 거겠네요.
기껏해야 4경기라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한경기 한경기 피말리는 단기전이라고 봐야 합니다. 대회 직전 내야수 중에 한명이 작은 부상이라도 당해 제 컨디션 발휘가 어려워졌다고 생각해보세요. 1루 브룸박 부상이면 타격은 외야수 한명 끌어와 1루에 세워서, 수비는 오재원이 1루 알바 뛰어서 커버 가능합니다.(이때 2루는 김민성이 들어가면 되겠죠) 2루 오재원이 부상이면 김민성이 커버 가능합니다. 최악의 경우엔 김상수가 땜빵을 뛸 수도 있겠죠(자꾸 WBC 얘기 꺼내서 김상수 멀티 안된다고 하시는데 WBC는 그냥 그 자체로 선수 선발과 기용이 바보 같았던거 뿐이에요. 엔트리 여유도 있는데 유격수 3명 뽑은 거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었고 부진한 정근우 계속 밀어붙인것도 문제였지만 정근우 계속 고집한게 단순하게 '김상수가 2루 볼 능력이 안되어서'란 이유때문은 아닙니다. 베테랑은 꼭 살아날거니까 믿어줘야 한다, 라는 류감독 특유의 똥고집이 있어요. 김상수가 2루 그렇게 잘 보진 못하겠지만 다른 유틸요원이 유격수 땜빵 보는 수준만큼은 할 수 있습니다) 3루 황재균이 부상이라도 김민성이 커버 가능합니다. 김민성은 재작년까지 2루 보다가 서건창 등장으로 3루로 옮긴 선수라 2~3루 멀티포지션을 두루 잘 소화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훌륭한 유틸자원이죠. 유격수 강정호가 부상이면 김상수가 커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격력은 확 줄어들겠지만 현직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는 전문 유격수 요원이니까요.(애초에 강정호가 정말 괴물이라 한국팀이 매우 강력한 추가 옵션을 안고 뛰는 것이지 유격수 자리가 공격력 보고 세워두는 자리는 아니죠) 지금 상황이라면 내야수 누가 부상 당하더라도 수비면에서만큼은 매우 탄탄한 세컨 옵션으로 단기전 4게임을 뛸 수 있습니다.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말 안해도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즉, 지금 내야 구성으로는 누구 한명이 빠지더라도 수비면에서는 누수가 없는 구성이란 겁니다.
반면, 김상수를 빼고 내야 유틸을 한명 더 넣는다면 1,2,3루수가 부상 공백이 생겼을 경우 커버하기가 더 쉬워지겠지만 강정호의 자리가 비었을땐 '전문 유격수'가 아니라 '유격수도 가능한 수준의 다른 포지션 선수'를 넣어야 합니다. 겨우 4게임요? 네, 겨우 4게임밖에 안되는 단기전에서 말입니다. 굳이 부상까지 갈 것도 없어요. 1~2점 싸움 벌이는 경기 후반부에 강정호가 안타치고 나갔다고 생각해보세요. 대주자 넣고 작전을 써서 1점 더 뽑으려 애쓰겠죠. 그 다음 수비는 어떻게 합니까? 1~2점 싸움에서 경기 극후반 2~3루간을 전문 유격수가 지키느냐, 그냥 다른 포지션 선수가 유격수 알바 뛰느냐의 차이는 클거라 생각되는데요? 황재균, 김민성 유격수 뛰어본 경험있다...라고 하시는데 그리 따지면 김상수도 2루 뛰어본 경험있어요. 박진만이랑 손발 맞춰서요. 김상수 몇년전에 2루 뛰어본 건 불안하다 못믿는다 능력없다 폄하하시는 분들이 황재균 김민성 몇년전에 유격수 뛰어본 능력은 엄청 신뢰하시나보네요...
내야 엔트리에 딱 한자리만 더 있었으면 서건창 추가하면 완벽해집니다. 1루 제외 내야 전 포지션에 해당 자리 전문 백업용 선수가 하나씩 붙는거니까요. 근데 자리가 겨우 둘 밖에 없으니 멀티 포지션 둘을 넣느냐, 멀티포지션 한명에 특정 포지션 전문 백업 둘을 넣느냐의 선택이 불가결했을겁니다. 류감독의 선택은 2번이었구요, 그 특정포지션을 유격수로 잡은게 이해 못할 선택도 아니라고 봅니다.(2루가 유격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있나요? 진짜로요?)그럼 나머지 한명을 '3루도 가능한 2루수' 혹은 '2루가 가능한 3루수'를 뽑아야 하는데 김민성이란 매우 훌륭한 카드가 있었기에 후자로 뽑은거죠. 오재원의 경우엔 1루도 볼 수 있다는 점과, 구단간 미필 선수 형평성 맞추기에서 군필 서건창 대신 발탁된 것이라 봅니다. 그렇다고 오재원 본인이 납득못할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구요. 서건창이 빠진건 저도 아쉬운 일이지만 서건창 탈락과 김상수 발탁은 애초에 전혀 별개의 문제에요.
지난 wbc의 괴상한 엔트리와, 대회 후 김상수의 sns망발은 충분히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이번 엔트리까지 엮어서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