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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0 14: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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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개콘은 제 취향이 아니라 안 보기도 하고(더구나 부엉이 바위 같은 몇번의 병크도 터뜨렸고) 지금의 코메디 프로에서 나오는 시사 풍자라는게 뭔가 깊이 있는 풍자라기 보다 수박 겉핥기 식의 얕디 얕은, 그냥 적당히 '우리 이렇게 용감한 발언도 한다'는 식의 수준 낮은 풍자라는 것에도 동의는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걸 하지 말라고 하는건 해답이 아니죠. 그저 인터넷 상에서의 즉발적인 호응이나 이끌어낼 목적으로 수준낮은 억지 풍자를 하고 있더라도 그런걸 계속 허용해주는 분위기가 되어야 풍자 개그도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장진 감독의 초기 한국SNL의 정치 풍자가 수구 친독재 정권이 만든 암울한 사회 분위기와 cj의 자체 검열로 거세 당해버린 이후에 한국 개그판에 그나마 남아 있는 시사풍자개그가 저런 '깔짝 풍자'류 개그인 거에요. 수준 낮다, 얕다 라며 차라리 없애라고 할게 아니라 그나마 저렇게라도 풍자 개그가 남아있으니 다행이다...라고 보는게 옳다는거죠. 저거마저 하지 말라고 해버리면 한국 개그판은 진짜 시사개그, 풍자 이런게 싹 사라지는 꼴 나는 겁니다.
개개인이 시사 개그에 대해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혹은 지금의 시사 개그는 내가 원하는 레벨이 아니다 라며 불만족스러워 할 수도 있겠죠.(사실 저도 지금의 한국 시사 개그들은 깊이도 없고 신랄하지도 못하고 수준이 낮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단 그건 개그맨들의 탓이라기 보다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 탓이라고 봅니다. 풍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 풍토, '힘없는 자가 힘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것'이 풍자인데 이런 풍자를 흉내내 '힘가진 자들이 힘없는 자에 대해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짓을 가지고 풍자를 참칭하는, ㅇㅂ충 같은 쓰레기 놈들이 풍자의 참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는 현재의 세태, 친독재 정권을 뽑아놔서는 자기네 정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리한 발언을 하는 이들을 온갖 방법으로 괴롭혀대는 막장 정치상황 등등이 우리네 시사개그의 수준을 지금 수준으로 낮춰놓은 거죠. 누굴 탓하겠습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사 개그가 사라져야 한다'라고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거나, 혹은 '시사개그는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와는 별개의 것이다'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이건 개인적 의견 표출 수준이 아니죠. 시사와 개그, 풍자는 인류 문명과 함께 해온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입니다. 특정 시기의 특정 몇 작품이 재미가 없다고 해서 그 문화 장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을 개인적 의견 수준으로 봐줄 수 있을까요? 저 위 댓글에 반박이 주르륵 달리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