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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2 23: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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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느 커뮤니티나 마찬가지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듯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이용을 하는데 탈없이 잘 굴러가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이용자들 중에 성격에 문제 있는 사람도 많을테고, 나쁜 의도를 가지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궁리를 하는 쓰레기들도 많이 들를 수 밖에 없죠. 오유만 해도 패륜적인 내용 등의 쓰레기 글들이 수두룩히 올라옵니다. 다만 타 유저들이 꾸준히 반대-비공감을 먹이고 신고를 하고 운영자가 차단을 하고 하면서 그런 글들을 보류로 보내고 어그로들을 쫓아내고 하면서 굴러가는거죠. 사고도 많이 터집니다. 그럴때마다 누군가는 실망하고 떠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잘못을 수습하고 다시 오유가 잘 굴러갈수 있게 할 방법이 있잖을까 고민을 합니다. 그렇게 그렇게 보통의 평범한 커뮤니티들은 매일매일 아슬아슬하게 굴러가고 있는겁니다. 사람 몸이 언제나 완전무결하게 멸균상태로 살아가는게 아니라 언제나 외부 접촉 속에 온갖 병원균들과 만나고 싸우고 쫓아내며 그럭저럭 평균치의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것 처럼요.
일베가 커뮤니티 전체를 싸잡아 욕을 먹는 이유는 그런 어그로와 패륜적인 내용들을 축출해내기는 커녕 그게 주류이자 대세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 민주공화정인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반체제적 성격 등을 배척하기는 커녕 자기네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집단이니까요. 그러면서 오프라인에서 길가는 초등학생 머리를 때리고 도망가는 짓거리를 찍어 올린게 반대/보류는 커녕 서로 좋다고 시시덕거리기나 하고 그딴 게시물들을 관리자가 제대로 관리도 안하고 내버려두는 곳이기에 전체가 욕을 먹는 겁니다.
이번 여시와 오유 사태에 대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냥 일단 한발 물러나 지켜보던 입장이었는데, 서로 커뮤니티 속에 누군가가 사고를 쳤네 마네 저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네 이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 커뮤니티가 그러한 사건 사고를 일어나게끔 방조하고 있었거나 사건 이후 사후 대책을 미흡하게 하여 재발하게 만들거나 그런게 문제인거죠.
요컨대 중요한 것은 그 커뮤니티에 어떤 글이 올라오느냐, 어떤 사고가 터지느냐가 아닙니다. 그 커뮤니티 이용자들 중에 어떤 문제적 인물이 있느냐도 아닙니다. 어떤 커뮤니티건 간에 쓰레기 글은 올라오고 경악스런 사건사고는 터지며 어그로 쓰레기 범죄자 같은 인간들도 숨어있게 마련이니까요. 진짜 중요한것은 그 커뮤니티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그런 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그 사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그리고 재발방지 노력을 하느냐), 그 문제아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베나 여시에서 자꾸 오유에 이런 글도 올라오더라, 오유에 이런 인간도 있더라 라며 언급을 하는데 그거 다 논점을 벗어난 소립니다. 반대로 오유에서 일베/여시에 대해 이런 글이 올라오더라 지적하는 것도 똑같이 의미가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건 '오유에서 그런 글과 그런 인간들을 어떻게 처리하더라'하는 겁니다. '일베나 여시에서도 그런 글과 그런 인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이구요.
오유는 정모에서 성추행 사건이 터진 이후로 유저들간의 정모를 금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목을 다지거나 연락을 취할 수 있을 법한 수단(예전부터도 그런건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있던것들 조차도 싸그리) 날려버렸습니다. 유저들간에도 게시물이나 답글에서 타 유저의 닉네임 언급하는 것조차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친목질을 극도로 지양합니다. 성인공포게시판에 문제가 될만한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자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게시판 자체를 무기한 없애버렸죠. 저는 오유가 아주 깨끗하거나 아주 정의롭거나 완전무결한 커뮤니티라 여기를 주로 이용하는게 아닙니다. 사건사고도 많고 뻘글 어그로도 많고 때로는 여론에 이리저리 쉽게 휘둘리기도 하고 그런 '매우 평범한 커뮤니티들 중의 하나'이지만 그런 것들을 스스로 자정해 내려는 운영자와 유저들의 노력이 있으니까 여길 좋아하고 이용하는 거죠. 제가 오유를 접는 날이 온다면 오유에 뭔가 큰 사건이나 사고가 터졌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러한 사건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자정해내지 못하게 오유의 자정작용이 무너졌을때, 그때가 오면 오유를 접게 될겁니다.
범죄자가 오유회원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오유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오유가 그에 동조하거나 방조했다면 또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개인의 오프라인 사생활을 단지 그 사람이 온라인에서 소속되어 있었다고 해서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나 이용자들이 책임질 이유는 전혀 없죠. 자꾸 오유 특정 회원을 걸고 넘어지며 오유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여시분들은 글쎄요. 오유 운영자가 회원 개개인의 사생활을 모조리 수집해 뇌에다 칩 하나씩 다 박아서 관리라도 하길 바라는 걸까요? 반대로, 여시에서 스르륵이나 여시 내부 특정 게시판에 올렸다는 민망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만한 글들은 관리자나 여시 이용자들이 딱히 그 '특정 회원 개개인'의 사생활까지 간섭하지 않더라도 자정해 낼수 있을법한 사안이었을텐데 그거 해내지 못한거랑 이거랑 동급으로 취급하는건 좀 아니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