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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8 16: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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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책임을 대통령이 지라는게 아니라, 재난에 대한 대비와 대처와 후속 조치들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겁니다.
국가의 존재 의미가 뭘까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재난의 발생을 전부 다 국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죠. 남의 나라가 갑자기 무력으로 쳐들어올 수도 있고, 산사태가 날수도 있고 홍수가 나거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막을 수 없는 것이기에 이것 자체만 가지고 국가의 탓을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국가는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재난에 대해 항상 최대한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재난 상황이 지나고 나면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 책임 질 것은 지고 앞으로의 방비를 더 확실히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뜬금없이 대구 지하철 참사를 끌고와 물타기를 시도하시는데, 그 이후에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전혀 모르시나보죠? 지하철 출퇴근, 등하교만 해봐도 바로 알 수 있을텐데요. 푹신푹신하던 지하철 쿠션 시트가 언젠가부터 딱딱한 내연소재 시트로 바뀌었죠? 그게 언제 무슨 계기로 바뀐걸까요? 지하철 화재, 테러 대비 훈련이 꾸준히 이뤄지고 비상시 대처 방법에 대한 홍보, 방송 등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건 언제부터였을까요? 또한 우리는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한 원인을 이미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지하철공사의 무능한 대처, 도망간 기관사, 열차와 지하철 역의 화재 대비 미흡 등등 말이죠. 그로 인해 많은 교훈을 얻어냈고 그 교훈은 지금도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대구 지하철 3호선이 이미 작년 말에 완공된 것은 알고 계신가요? 그게 왜 여태 개통을 안하고 시운전만 하고 있을까요? 대구 지하철 참사를 비롯한 여러 사고들을 비춰봤을때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개통하지 않겠다고 대구지하철공사 측에서 시민 여론을 받아들여 계속 시운전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그리고 지금은 스크린 도어 확대 문제로 논의가 계속되고 있죠)
세월호는 어떤가요? 배의 침몰 자체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임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선사의 비리와 부정과 부실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기는 하나 최소한 지금 정권의 책임만으로 묻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죠. 그러나, 일단 침몰이 시작된 이후 수시간의 구조 골든타임이 있었음에도 국가는, 정부는, 현 정권은 아무런 체계적 대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엉망진창의 일처리를 하다가 수백명의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배의 침몰 자체는 국가의, 현 정권의 책임이 아닐지 몰라도 그 침몰을 수백명이 실종/사망하는 대재난으로 키운 책임은 거의 대부분 박근혜 정권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노무현 정권때 이런 비상사태를 대비한 재난컨트롤 타워를 만들었는데 그걸 이명박근혜 정권 들어서 날려버렸죠. '전 정권의 흔적지우기'라는 지극히 치졸한 정치논리를 가지고 국민 안전을 등한시한 겁니다. 뒤늦게 박근혜 정권에서 뭔가 그 대신할 시스템을 만든다고 뻘짓한거 같기는 한데, 위 아래 똥 된장도 구분못하고 엉터리 시스템을 만들어서는 결국 세월호 침몰이 시작된 이후 그 안타까운 몇시간 동안 보고/지시 체계조차 마비되어 개판 대응을 해버린 겁니다. 대통령이 왜 존재할까요? 이런 비상 시국에 각 부처별로 교통정리 해줄 힘이 필요하니까 대통령이 존재하는 겁니다. 이걸 본인이 하질 않고 장관급 레벨에다 떠넘겨 버리니까 이런 사태가 난겁니다. 책임자의 지위가 다른 장관들이랑 같은 높이인데다가 이런 비상 시국에 특별히 더 높은 지휘권한을 준다거나 하는 것 조차 없었으니 보고/지휘 체계에 마비가 올 수 밖에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느 부서는 어떤 부서에 어떠한 방법으로 무조건 협조해라'이런 명령을 내리고, 모든 보고는 대통령이 꼭지점이 되어 한군데 모인 후에 분류 판단을 거쳐 아래로 아래로 차곡차곡 다시 명령이 내려오는 이런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시스템도 구조도 개판으로 짜놓고 앉아 있으니 보고는 여기 저기 중구난방 올라가고 그러다보니 어떤 보고가 어떤 신빙성을 지니고 얼마나 시급한 것인지 판단도 서질 않고 명령 권한이 없으니 다른 부서에 협조를 요청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칠수 밖에 없어 시간만 흐르고... 이게 바로 박근혜 정권이 보여준 재난 대응의 민낯이라는 겁니다.
누가 배 침몰한 거 가지고 박근혜를 욕하던가요?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 이후 그 많은 안타까운 생명을 가둔채 구조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 대부분의 시간을 보고 삽질 명령 삽질로 허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배 한척 침몰하는 사고를 수백명이 희생된 대재난으로 키운 책임을 물어 박근혜를 욕하는 겁니다.
게다가 그 후속대책은 어떤가요? 대구지하철 참사는 최소한 그 이후 유사 사고에 대한 대비라도 갖추게끔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흘렀는데 뭔가 눈에 띄는 선박안전 대책이 세워진게 있던가요? 아뇨.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고, 원인 규명을 하라고 했더니 박근혜 정권은 그저 그 책임이 자기네에게 불똥 튈까 무서워 해경을 해산시키고 선사에 대해 '침몰 시작의 원인'만 떠넘기고 이것저것 꼬리만 자르며 전전긍긍할 뿐이었습니다. 원인도 제대로 못 밝혀 냈는데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있을리가요. 그래놓고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에게 '세금도둑'이네 뭐네 뻘 소리를 합니다. 이러니 박근혜 정권이 욕먹는 겁니다.
더 무서운건, 그 참담한 재난 대응 능력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 반성은 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에요. 앞으로 또다른 재난,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대형 사고가 터지거나 혹은 북한이 쳐들어오는 사태가 난다고 했을때, 박근혜 정권의 그에 대한 대응 능력은 세월호 참사때로부터 한 발자국도 발전한 게 없을 겁니다. 재해 재난으로 수많은 국민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고, 북한군이 쳐들어와 나라의 명운이 위기에 처했을때에도 박근혜 정권의 각 정부 부처들은 서로 우왕좌왕 혼란속에 빠져서는 제대로 된 정보 파악조차 못하고 있을게 뻔하고, 박근혜는 7시간동안 행방불명이 되거나 혹은 남미나 중동에 나가 탱자탱자 놀고 있겠죠. 이게 진짜 문제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