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0
2015-05-26 07:56:08
6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습니다.
다만 완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죠.
사회적으로 상대적 약자를 희화화하는 유머의 경우 적정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관대하게 받아 넘길 수 있는 수위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말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그 누군가에게 대해 당신이 너무 예민한거다 라며 수용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누군가를 희화화하는 유머가 허용되는 폭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풍자'라는 울타리 안에서죠. 사회적 강자들을 향한 희화화가 바로 여기 해당됩니다. 아니면 누가 봐도 인류에 해악을 끼친 인물들에 대한(물론 이 역시 그들의 강자로서의 모습에 대한) 희화화도 그렇죠. 독재자, 학살자, 전쟁범죄자 등이 그러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희화화는 더더욱 민감합니다. 이는 자칫하면 언어폭력이 될 수 있는 문제에요. 물론 그렇다해서 약자에 대한 유머가 모두 다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면 성소수자나 인종차별을 받고 있는 특정 지역출신 사람들(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동양계, 히스패닉계 등등)에 대한 희화화 유머가 꽤 많이 넘쳐납니다만 이것들은 정치적으로도 옳고 많은 이들의 보편적 공감을 받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보자면, 이런 코미디들은 사실 겉으로는 약자에 대한 희화화를 하는듯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을 차별하고 괴롭히는 이들에 대한 세상의 잘못된 시선 그 자체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 잘못된 세상의 뒤틀린 모습을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에 과장되게 담아내 스스로의 모습을 비꼬는, 일종의 자학개그에 가깝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글이 글이다보니 정확한 표현의 단어를 쓰겠습니다) 코미디언이 스스로 N-단어를 써가며 인종비하적 개그를 펼친다거나, 성소수자 코미디언이 게이드립 개그를 펼치는 것이 대표적 예죠. 물론 자신이 이런 약자 계층에 속하지 않는 위치의 코미디언이라도 (당연히 훨씬 더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접근한) 이런류 개그를 구사하기도 합니다. 약자에 대한 희화화가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는 딱 여기까지이며, 이 조차도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중에 누군가에겐 이런 위트나 유머를 느낄 감정조차도 사치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들을 먼저 배려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잣대일 겁니다)
이런 경우가 아닌,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는 약자에 대한 희화화 개그는 언제나 도덕과 윤리의 가장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멀리 벗어났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고자드립, 게이드립, 발암드립 등이 그러하고 이번에 문제가 된 김여사드립도 그 중 하나일 겁니다. 워낙 이래저래 많이 쓰이다보니 이제는 딱히 해강 소수자 계층에 대한 포비아나 혐오자가 아닌 사람들조차도 별 뜻없이 사용하기도 하죠. 이 경우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가끔씩 이라도 새삼 그러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나 하는 점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또 이에 대한 지적도 필요는 하다고 보구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작정 호모포비아나 남녀차별주의자 등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휘두르는 이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잘 모르고, 혹은 별 생각없이, 혹은 그것이 좋지 않은 단어라는 생각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얼마나 어떻게 나쁜지 막연하게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죠. 이 경우 완곡한 표현으로 친절히 잘 알려주면 상대도 대부분 납득을 합니다. 당장 고치기엔 힘들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도 있고, 그 말엔 동의하지만 그래도 나쁜의도로 쓴것도 아닌데..하고 앞으로도 그 말을 계속 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정도로만 해도 지적의 효과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들 별 생각없이 흔히 쓰던 단어에 어떤 뜻이 있었구나, 돌아볼 계기가 된다면 말이죠.
처음에 말했듯 사람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수없이 모이고 모여 완벽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이 점은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지적으로 모든 잘못이 다 해결될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상대를 날카롭게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우지 마세요. 나쁘지 않고, 다만 완벽하지 않은 한사람일 뿐일수도 있습니다. 당신과 같이, 저와 같이요. 완벽하지 못할 뿐인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김여사 드립은 '일부 아줌마들의 몰지각한 행태(주차금지 구역에 당당하게 차를 세워놓고도 되려 뻔뻔하게 군다거나 하는 짓)'을 '여성은 운전실력이 떨어진다'는 통념과 섞어, 일부 계층의 몰상식한 짓에 굳이 '여성'을 끼워넣은 단어입니다. 전자는 당연히 비판받을 일이지만 그것이 '여성이라 그렇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게 문제입니다. 다만 워낙 이래저래 많이 퍼지고 많이 쓰이는 단어이다보니 굳이 여성운전자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도 자신이 겪은 교통 피해 사례 중 가해자가 여성일 경우 이를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여성이라 운전을 저렇게 못해서 나한테 피해를 입혔다'는 의도가 아니라, '나한테 피해입힌 몰상식 운전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여자라 이렇게 불렀다'뿐일 수도 있습니다. 여의사, 여사장, 뭐 이런식으로 단순히 그 사람의 성별에 따라 부른, 만약 그 가해자가 남성이었으면 난폭운전 개새찌로 부를 것을 그 케이스에 맞는 여성형 단어(he:she)로 가볍게 생각한 것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다해서 그 단어의 문제적 원 뜻이 어디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초로 그 단어를 지적한 사람이 만약 이러한 점을 생각해 좀 더 조심스럽게, 세심하게 상대를 배려한 지적을 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거 같단 아쉬움이 드네요. 만약 그랬다면 원글 작성자도 '아 그랬구나 이 단어가 그런 의미구나' 혹은 최소한 '아 이 단어로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납득했을 것이고, 사태도 지금 이 지경까지 안 오고 좀 더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싶다면 그 전에 먼저 이 두가지를 마음속에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모두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과, 내가 이 지적으로 얻고자하는 바가 무엇인가..하는 점이요.
내가 지적을 통해 상대방이 납득해주고 잘못을 고치기를 바라는가, 그리고 이에 대해 다들 생산적 토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바라는가..
아니면 그저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다들 난장판 싸움이 일어나건 말건 나는 나 혼자 깨끗하고 고고하다는 자기만족만 얻고 말 것인가.
어느것을 원하는지 먼저 돌이켜 생각을 해 본다면, 타인의 잘못을 지적할 때에도 좀 더 '효과적인' 방법론을 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친절과 배려인가, 공격인가 이 둘 중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