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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7 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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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는 일은 무조건 다 나쁘고 모든 자연속 만물을 인간의 손이 닿지 않게 방치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극단적 인간 중심주의입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에요. 인간 역시 자연이 낳은 존재입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생각 모든 행동 역시 대자연의 의지 중 일부일 뿐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자연 속 모든 존재와 자기 자신마저도 파괴하지 않느냐구요? 그것 자체가 자연의 의지라니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어떤 종류의 바이러스나 병균은 숙주가 되는 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침식해 그 생명을 빠른 시간 안에 죽여버리고 맙니다. 다른 숙주를 찾아 감염시켜 자신들의 종을 번영시키기도 전에 말이죠. 이런 바보같은 행각 역시 자연의 일부입니다. 숙주를 너무 빨리 파괴해버리는 짓도, 그로 인해 자기 스스로도 파멸을 맞는 것도 말이죠. 대자연의 균형이라는게 무슨 모든 생물, 모든 개체들이 정해진 어떤 균형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런게 아니에요. 그냥 각자 자기 살길 찾아 자기 앞가림만 신경쓰고 있는 것 뿐이고, 그러다가 주변 환경을 크게 오염시키거나 파괴하거나 다른 여러 생물들을 멸종시키거나 종국에는 스스로 자기 자신조차 멸종해버리는 짓을 하더라도 이 모든게 그냥 자연 그대로의 법칙일 뿐입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생물 종들이 멸종해 왔고 대규모의 멸종이 일어난 시기도 여러차례 일어났습니다. 자연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오염'도 많이 일어났죠. 고사리가 숲처럼 자라고 잠자리가 자동차만하던 까마득한 옛날과 지금의 공기 구성 성분이 같을까요? 엄청나게 높은 산소 농도 덕에 거대 곤충이 지구를 지배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곤충들은 '오염된 환경 탓에 주인 자리를 빼앗긴'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대자연'이나 '어머니 지구'같은 신적 존재의 섬세한 조율을 받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냥 그딴거 알게 뭐야 내가 먹고픈거 먹을래 챱챱챱 하며 닥치는대로 자기 하고픈대로 사는 것 뿐이고 그렇게 그렇게 도태되고 남은 종들이 불안정한 일시적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뿐이에요. 어떤 보이지 않는 균형에 의해 생물 종들의 생태 습성이 미리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생물들이 지멋대로 각자 살고 죽고 망하고 흥해온 결과 살아남은 존재들이 일시적으로 균형이 맞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란 겁니다. 사자가 배부르면 왜 사냥을 안 할까요? 대자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웃기지 마세요. 배불러 더 먹지도 못하는데 왜 죽자사자 그 힘든 사냥에 목숨을 걸고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합니까? 그렇게 사냥한 전리품을 배불러 먹지도 못하는데 라이벌 하이애나 떼와 싸워 지켜야 하는 무의미한 수고는 왜 감당해야 하나요? 자연 속에서 사냥이란게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일인지를 생각한다면 배부른 사자가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 이유가 명확히 이해될겁니다. '인간과 달리 탐욕이 없어서'도 아니고, '대자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효율과 생존의 문제에 따른 것 뿐이에요. 풍족한 상황에선 자연 속 동물들이 탐욕과 낭비를 부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간 역시 생태계 정점에 서서 풍족함을 누리고 있기에 탐욕과 사치를 부리는 거지 원래 습성이 다른 자연 속 존재들과 특별히 다르거나 해서 그런게 아닙니다.
병균이나 바이러스 중 어떤 종류는 숙주를 감염시켜 나가다 어느 선에서 잠시 쉬는 것들도 있다고 합니다. (바이러스란 것에 어떤 의지라 부를 만한게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숙주의 생존을 좀 더 연장시킴으로서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에 득을 취하는 케이스라고 들은거 같네요. 인간들이 요즘들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둥, 환경보전에 힘써야 한다는둥 하는 행동변화를 보이는 이유는 딱 이러한 이유에서 입니다. 그래야 인간이 안 망하고 더 오래 살 수 있거든요. 환경보호 역시 인간 중심에서 나온 생각인 겁니다. 이게 나쁘다 잘못됐다 말하는게 아닙니다. 위에 말했듯 이건 당연한 거에요. 자신과 자기 종에 대한 생존 본능이야말로 대자연의 가장 기초적인 의지죠. 인간의 환경보호운동은 내가 뜯어먹을 자연을 너무 격하게 뜯어먹었더니 먹을게 줄어 우리가 다 죽게 생겼다, 적당히 계획적으로 뜯어먹으며 우리가 앞으로 미래에 뜯어먹을거 남겨두자, 하는 움직임입니다.
이게 나쁘다, 위선적이다 이런 소릴 하는게 아니에요. 인간이 자연을 격하게 뜯어먹어 온 것도, 이제와 그 행동을 반성하고 환경과의 적당한 공존을 바라는 것도 모두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것들이고, 이것이야말로 대자연의 의지입니다. 대자연의 의지에 옳고 그른게 어디있으며 위선적인게 어디 있을까요. 기생이건 공생이건 그건 그냥 자연의 의지이고 '자연스러운' 것 뿐입니다. 생태계 최정점을 차지하고 신나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재미삼아 탐욕을 부려온 것도, 이제와 위기의식을 느끼고 공존과 공생을 통한 생존을 원하는 것도 자연 속 일부인 인간이 자연스럽게 한 행동들일 뿐입니다.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선 악 구분 같은 거 없어요. 자연스러움만 있을 뿐이죠.
선 악 구분은 인간에게만 있는 인간의 기준입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잣대인 겁니다. 환경파괴가 나쁜 이유는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지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리네 뭐네 하는 거창하고 말도 안되는 이유가 아닙니다. 우리가 자연에 내버려 썩지않고 쌓여가는 플라스틱들은 무슨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가 아니에요. 지구 속에 있던 자원들의 일부이고, 자연 환경 속에 다 존재하던 것을 인간이 단순 가공한 것들일 뿐입니다. 태초부터 존재했고 우주가 모두 식어 사라질 그때까지 존재할 지구의 일부, 우주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인간이 마실 물을 오염시키고 인간이 호흡할 공기를 오염시키고 인간이 잡아먹을 식량 생물들을 죽여가기 때문이지 자연을 오염시키네 어쩌네 하는 이유가 아니란 겁니다. 어차피 몇십억년 뒤면 인간의 살도 뼈도 플라스틱 우유통도 그걸 구성하고 있던 모든 물질들은 지구 표면에 거무죽죽하게 눌러붙어 흘러가는 용암 안에 다 뒤섞일거에요. 오염이란 개념 자체도 인간 중심의 개념이지 자연에게 오염이란 개념은 없습니다. 변화만 있을 뿐이죠.
길게 돌아왔는데, 결국 자연보호 환경보호란 것은 인간 중심의,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개념인겁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이 하는 일 역시 대자연의 의지 속 일부일 뿐이지만 그 속에서 최대한 길게 생존해보려고 발버둥쳐보는 것에 불과하단 겁니다. 환경 보호는 '어떻게 하면 인간이 더 오래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이고, 그 해답으로서 주변 환경과 공존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 뿐이지 인간이 자연을 걱정해요? 어이구, 그거야말로 인간이 뭔 특별한 존재라 착각하는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위선일 뿐이에요.
반려동물은 인간이 오랜 세월동안 공생할 생물을 인위적으로 정해온 것입니다. 그 동물은 직접 사냥하고 천적의 위협에서 피해야 할 수고를 더는 대신 인간이 주는 편한 먹이와 안락한 쉼터를 제공 받고, 인간은 그 동물에게서 정신적 위로를 받는 대신 행동범위를 제한하죠. 이것을 위해 강제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집에 가둬두고 이런게 '비자연적'이라 하지 마세요. 다시 말하지만 인간이 하는 인위적 행동들 역시 자연 현상의 일부일 뿐입니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공생으로 보건 기생으로 보건 그건 개인의 자유입니다만 이 관계 역시 자연의 흐름 속에 속한단 것을 부정하지는 마세요.
동정심도 선/악 구분도 모두 인간 중심의 사고일 뿐입니다. 동물학대가 나쁜 이유는, 인간이 감히 '대자연의 일부이신 동물님'께 악한 일을 행해서 나쁜게 아닙니다. 그리따지면 사바나에 사는 사자는 전부 무슨 우주최고 악당입니까? 동물학대가 나쁜 이유는, 인간의 감성과 감정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쁜겁니다. 동정심과 생명존중이라는 인간만이 가진 어떠한 가치를, 인간으로써 져버리는 파렴치범이기에 나쁜 것이지 대자연의 의지에 거스르는 어떤 우주적 절대적 악이어서가 아니에요. 인간으로서 인간의 도리를 하지 않음에 대한 악행일 뿐이죠.
제가 말하고 싶은건, 우리가 인간인 이상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법도를 지켜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대자연의 의지를 거스르네 마네 하는 말은 하지 마세요. 자연 속에 자유롭게 뛰놀아야 할 동물들을 인간이 이기적으로 가둬두고 기른다구요? 자연의 의지에는 선도 악도 없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건 재미로 죽이건 말건, 가둬두고 자유를 박탈하건 뭘하건 관심 없습니다. 인간조차도 자연의 극히 일부일 뿐이니까요. 모든건 인간의 잣대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본인들이 인간이란 종의 한 개체일 뿐임을 잊지 마세요.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만 생각하면 되는거지, 자연의 의지가 어쩌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네 어쩌네 하는 말은 그 자체로 철저하게 인간중심적인 모순된 말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