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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8 1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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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는 말인게, 길냥이도 이제 도시 생태계 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하나로 봐야죠.
우리 인간은 도시라는 공간이 인간만을 위한 장소라고 착각하고 살지만 사실 도시 안에서도 다양한 생물들이 섞여 자체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개미, 바퀴벌레 같은 것은 인간이 만든 건물들이 아무리 철옹성같이 느껴질지라도 귀신같이 그 틈을 파고 들며 아파트 화단만 해도 원치않는 설치류 손님들이 굴을 파고 살고 있죠. 길 고양이는 이러한 도시 생태계에서 인간을 제외하면 거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종 큰 곤충류는 물론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설치류의 천적으로 그 개체수가 늘지 않고 유지되게끔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거죠.
우리 인간들은 말합니다. 고양이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발정기가 되면 집근처 골목 곳곳에서 듣기 괴로운 울음소리를 밤새 울어대고, 툭하면 영역싸움한다고 괴성을 질러대며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악취를 유발한다고 싫어합니다. 혹은 그냥 이유없이 불길한 동물이란 미신만으로 배척하기도 하죠. 그러나 이들이 도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이들과 인간의 관계는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관계가 아니라 이로운 효과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적어도 길냥이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이로운게 확실해요. 인간의 힘으로는 도시 안에 숨어 사는 설치류를 제어하기 매우 힘듭니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임은 둘째치고 실효를 거둘수 있을까도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 도시 안에는 이러한 설치류를 처리하는 전문가가 이미 살고 있죠. 바로 길냥이들입니다. 이들을 그냥 살게 놔두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설치류와의 전쟁에서 손 안대고 코푸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옛부터 인간은 우리 자신의 편의를 위해 생태계에 어설픈 개입을 해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참담한 재앙을 맞았었죠. 중국의 마오쩌둥은 참새들이 아까운 곡식을 축낸다며 해로운 새라고 박멸을 명령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의 인구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죠. 그 엄청난 수의 인간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참새박멸에 나섰고, 상당한 효과를 거뒀더랬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다음해부터 해충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고,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 역사에 남을 역대급 기아 사태를 발생시켰죠.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네 자연 속 최상위 포식자들은 꽤나 강력한 맹수들이었죠. 호랑이, 곰 등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지구상 최강 포식자들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조상들은 그들과 꾸준히 싸워왔고, 인간의 살상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끝내 그들을 제압하고 멸종시킬 수 있었습니다.(물론 호랑이의 경우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사냥꾼들에 의해 멸종당했다고 하지만요.. 일본의 악행은 역시나 파도파도 끝이 없네요) 우리 땅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결과로 불어나는 멧돼지와 고라니 등의 대형 잡식/초식 동물들의 수를 자연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어졌습니다. 결국 지금 우리는 소수의 호랑이와 싸우는게 아니라 엄청난 수의 멧돼지, 고라니로 부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한 힘들고 끝이 없는 싸움을 하고 있죠.
호랑이, 곰에 비해 길냥이가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은 아주 작은 수준입니다. 인간의 목숨을 해치는 맹수들에 비해 길냥이는 아주 작고 나약한 동물일 뿐입니다. 길냥이가 인간을 습격하거나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으십니까? 길냥이들은 인간이 먼저 공격하더라도 도주하기 바쁘고, 도망갈 길이 아예 없거나 새끼가 위험에 처하지 않는 이상 인간에게 덤벼들지도 않죠. 이들이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이라고는 위에 말한것 처럼 생활 속 작은 불편들 뿐입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그나마의 불편조차 해소하기 위한 적당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잡아서 불임 수술 후 방사하는 방법이죠. 이를 통해 너무 과도한 개체수 증가를 막고 발정기때 일어나는(길냥이가 인간에게 끼치는 불편의 대부분은 바로 이 발정기때 일어납니다. 소름끼치는 울음소리, 정해진 영역 밖으로 벗어나 배회하다 다른 길냥이와 다투는 소리 등등이요) 각종 인간의 불편을 한번에 해결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도시라는 공간에서 나름 길냥이란 동물과 공생하기 위한 방법을 택한 것이죠.(인위적이다, 비인간적이다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입니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 행동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인위적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이지는 않죠. 환경과의 공생이란 개념은 '인간이란 종이 더 오래 생존하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인간을 자연과 분리시켜 인간이 자연을 보호해야 하고 뭐 그런 특별한 존재라 착각하는 것이야 말로 위선적인 행동 아닐까요?)
길냥이를 그냥 방치하면 쥐보다 고양이 개체수의 증가가 더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럴 일은 없어요. 물론 고양이가 시도때도 없이 발정이 오고 번식력이 상당히 강한 동물임은 사실이지만, 생태계의 법칙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생태계 피라미드의 위로 올라갈수록 개체수의 증가가 힘들어지는게 자연의 법칙이죠. 큰 덩치에 걸맞는 더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하지만 먹이가 되는 생물의 수는 한정적이니까요. 결국 먹이가 되는 생물수가 증가해야 포식자의 수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먹이가 될 생물이 많이 잡아먹혀 그 수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포식자들도 굶어 죽어 도태되는 수가 늘 수 밖에 없죠. 게다가 길냥이는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는 아닙니다. 길냥이의 천적인 인간이 있기 때문이죠. 길냥이보다 더 많은 수의 인구를 가지고 그 힘 역시 훨씬 강력하며 체계적인 사회까지 구성하고 있는 인간이 길냥이의 천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니 길냥이의 수가 말도 안되게 불어날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길냥이를 주식으로 삼아 잡아먹거나 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저 불편해 하는 수준으로 그치고 있기에 길냥이들이 멸종 안되고 살아남을 수 있을 수준이죠. 그럼에도 인간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길냥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그 수명과 개체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는 길냥이들의 주식이 되곤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각종 조미료들은 작은 체구의 육식동물인 고양이들에게 해로운 효과를 주죠. 자동차에 치여 죽는 고양이의 수도 상당히 많습니다. 아니, 그냥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고양이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기에 이 민감한 동물들의 수명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길냥이의 수명은 생각보다 많이 짧죠. 우리가 길냥이를 혐오하건 미워하건 어쩌건 그런 것과 별개로 인간의 존재 자체가 도시 생태계 속 길냥이의 개체수를 자연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 대해 개인적 호불호는 갈릴 수 있습니다. 어떠한 동물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을테니까요. 내가 고양이 좋아하니까 너도 고양이 좋아해라, 하는 말은 내가 코끼리 좋아하니까 너도 코끼리 좋아해야 한다는 소리랑 다를게 없습니다. 그런건 개인 취향일 뿐이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러나 그런 개인적 취향과는 별개로, 그 동물이 생태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지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동물이 맞춰주고 있는 생태계 균형이 우리 인간에게 어떠한 이로운 효과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취향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를 싫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 생태계에서 길냥이가 어떤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맞춰진 균형이 인간에게 어떠한 이로움을 주는지, 그 균형이 깨졌을때 인간이 어떤 해악을 받을수도 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고 살기 시작한 옛적부터 인간은 어떤 동물 종과 원치않는 동거를 해야만 했죠. 인간과 쥐의 오랜 악연, 오랜 전쟁을 말하는 겁니다. 그 쥐가 인간에게 어떤 해악을 끼쳐왔는지 생각해본다면 아주 쉬운 문제입니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었으나 인간만을 위한 장소는 아닙니다. 도시 안에도 수많은 생물들이 섞여 살며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죠. 생태계 피라미드를 생각해본다면, 위에 있는 동물을 제어하거나 멸종시키는건 쉬운 일입니다. 개체수가 적고 덩치도 커서 눈에 잘 띄거든요. 근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설치류나 작은 곤충 단계에 이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이 되죠. 죽여도 죽여도 끝도 없고, 덩치가 작은만큼 번식력도 왕성합니다.(그렇게해야 멸종 안당한다는걸 지들도 알거든요) 눈에도 잘 안 띕니다. 숨어서 해로운 효과만 전해줄 뿐이죠. 도시 안에서 인간과 같이 살아갈 파트너를 골라야 한다면 누가 나을까요? 제어도 안되고 막대한 질병과 해악을 전해주는 시궁창 쥐들이 나을까요, 아니면 제어도 쉽고 생활속 작은 불편 외에는 인간에게 딱히 해를 끼치지도 않는 길냥이들이 나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답이 명확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