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런 사람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람도 있다는게 문제.
생각해보면 지금 문제가 되는 사람들도 '진지함'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유머를 유머로 못 받아들이는게 문제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유머라고 해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는 있죠.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유머는 아닌가, 뭔가 이런 유머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이 있지는 않을까, 충분히 필요한 논의죠. 문제는, 왜 진지하게 구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생각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려면 어떤 말과 행동을 취해야 하느냐 입니다.
닥반이 왜 문제일까요? 남의 글이나 댓글에 비공 다는 것 자체는 문제될게 없습니다만,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한 두 줄, 한 두 단어 찍 남겨놓고 반대하니까 문제인겁니다. 이런건 토론이나 논의가 아니니까요. 이번에 문제된 친목 관련 논란도 사실 아무 일도 아니게 지나갈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거 친목 아니냐'고 문제 제기 한 사람들이 좀 더 덜 공격적인 태도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더라면 말이죠. 어떤 하나의 사건, 하나의 글에 대해 모든 사람이 같은 의견을 가질수는 없습니다. 다만 반론이나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면 상대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건전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죠. 물론, 애초에 말도 안통하고 분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들어오는 어그로들에게는 이런게 안 통하긴 합니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 오유는 이런 어그로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아왔죠. 그래서 분위기가 갈수록 더 험악해지고 유저들 마음속에 여유가 많이 없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들 날카로워지고 작은 일에도 사납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죠(저 역시도 그런 점을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결국 지금 오유가 문제인 부분은 '유머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둥, '진지병 걸린 진지충들이 텃세부린다'는 둥 이런게 아닙니다. 다들 타인에 대해 까칠하게 반응하는게 문제죠. '이런거 친목 아닐까요? 저는 조금 걱정이 됩니다' '저는 이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주의하고 있습니다' 이런식의 논의라면 언제든 일어나도 괜찮다고 봅니다. 매우 생산적이고, 또 커뮤니티가 건전하게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논의니까요. 그러나 '너 친목 나 신고' '뭐임마 왜 날' 이런식으로 흘러가면 답이 없죠. 여기서 문제는 문제 제기나 반론 제시 그 자체가 아니라 서로 말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거죠.
이 와중에, 다른 커뮤 이용자라는 사람들이 와서 '오유의 문제는 진지충들'이라면서, 자기네 커뮤에서 쓰던 거친 말투를 그대로 씁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몰아갑니다. "디씨에서 흔히 쓰는 말투일 뿐인데 이걸로 시비 거는 놈 진지충".. 뭐 어쩌라는걸까요? 이러면서 오유는 애초에 토론이 안되는 곳 운운합니다. 토론을 하고 싶으면 본인부터 토론할 자세로 나와야죠. "오유는 ㅅㅂ 진지빠는게 문제라는 내 주장은 ㅈㄴ 옳다, 근데 내 말투 가지고 뭐라하면 다 진지충." 이거는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태도이며, 토론보다는 그냥 시비걸고 분란 만들려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디씨 말투건 오유 말투건을 떠나 토론을 하려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런거 다 무시하고 험한 말투로 툭툭 시비 걸면서, 정작 자기네가 욕하는 '진지충들'이랑 똑같은 짓을 하면서 누가 누구더러 옳네 그르네 하는 걸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오유에 최근 자게 친목 저격 분란 등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의 원인은 '쓸데 없이 진지빠는 사람들'이라거나,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달을 가리키는 척 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흔드는 사람들 때문인겁니다.
오유 내에서 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도, 달이 문제가 아니라 가운데 손가락을 꺼내 흔든게 문제이고, 이걸로 오유 문제라며 지적하고 있는 일부 타 커뮤니티 사람들 역시 가운데 손가락을 꺼내 흔든다면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