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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1 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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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중요한 점은 전쟁은 절대로 안됩니다.
북한도 전면전은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네 정권이 막다른 곳에 몰려 '이왕 죽을거 혼자 못죽겠다' 상황이 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북한 정권이 망하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에 흡수될거라고 낙천적인 믿음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전쟁위기는 북한 정권이 위기상황이 왔을때 급격히 높아질 겁니다. 김뽀글 일가가 잘먹고 잘 사는 동안에는 전쟁 일으킬 이유가 없어요. 전쟁나면 자기네 배에 기름칠하던 그 체제가 다 무너질거란거 잘 알고 있고, 해서 이길수 있는 전쟁도 아니란것도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나 궁지에 몰리게 되면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깽판 칠 위험이 매우 높아질겁니다.
결국 북한의 무력도발은 그냥 간보는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대응은, 적이 도발해오는 그 시점에 강력히 방어+반격해 맞받아 치는 것과(연평해전처럼요) 그 이후의 외교적 반격이란거죠. 홧김에 확전시켜버린다거나, 이미 사건 다 지나간 후에 우리가 먼저 도발한다거나 이런건 정말 멍청한 짓거리란 겁니다. 그러다 전쟁나면 우리만 손해에요.
북한과 한국의 관계는 태생적으로 한국이 불리한 입장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자존심 상해 할 일은 전혀 아닌게, 한 동네에 가진것 아무것도 없고 가족도 없고 맨날 술먹고 도박이나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시비나 걸면서 악평이 자자한 건달 한놈과 재산도 풍족하고 화목한 가정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을 듣는 명망가 한명이 같이 산다고 해봅시다. 길에서 둘이 마주쳤는데 이 '더이상 잃을게 없는 건달'이 그 부자 명망가에게 시비를 걸어왔을때, 부자가 발끈해서 길바닥에서 주먹다툼을 하고 싸우면 누가 더 손해일까요? 건달이야 원래 그런 놈이니 사람들이 신경 안쓰겠지만, 부자에 대해서는 '저 사람 길바닥에서 건달이랑 주먹질하고 싸우네'하고 이상하게 볼겁니다. 만약 둘이 싸우는데 부자가 화가 난다고 칼을 뽑아 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요? 건달은 칼부림 싸움 벌이다 칼맞아 죽어도 손해 볼거 없습니다. 더 잃을게 없거든요. 근데 부자는 아니에요. 여태 쌓아온 재산, 사랑하는 가족들, 명예 다 버리고 사생결단 싸움을 걸 이유가 없어요. 상대가 먼저 걸어온다면 당연히 자기가 가진걸 지키기 위해 손해 계산할 것 없이 목숨 걸고 맞서야겠지만, 상대는 그저 말로 시비걸거나 주먹다짐이나 하자고 달려드는데 내가 먼저 '목숨 걸고' 싸우자고 덤벼들 이유가 전혀, 하나도 없죠. 한국과 북한의 관계가 딱 이런겁니다. 한국은 북한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모범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이름난 문제아에 건달에 신용도 개판인 사기꾼이고 경제적으로 완전 거지꼴인 나라죠. 가진게 많고 지킬게 많은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불리한건 당연한 일이에요.
또한, 국가간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중 하나, 혹은 둘 다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가 무서워 하는 것을 내 손에 쥐고 있거나, 혹은 상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내 손에 쥐고 있거나죠. 우리가 원하는건 뭘까요? 평화와 번영입니다. 우리가 무서워 하는 건요? 전쟁과 그로 인해 우리가 가진 것들을 잃는 일이죠. 이 두가지 모두를 북한이 손에 쥐고 있습니다. 툭하면 시비 걸고, 오래전 우리 나라를 전면적으로 침략해 국토를 초토화시켠 전력이 있는 흉악한 적국이니까요. 이 놈들이 제발 좀 우리 안 건드리게 하는 게 우리가 원하는 일입니다. 반대로 북한이 원하는건 무엇일까요? 경제적으로 살아나는 것입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파탄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체제의 한계성도 있고, 자연재해로 인한 면도 크죠. 그리고 김뽀글 일가의 어마무시한 실정 탓도 상당히 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도 원인이 됩니다. 김뽀글 일가가 자신들의 과오와 실책을 인정할 리는 없으니, 이들은 미국이 경제 제재를 풀어주면 훨씬 살만해질거라 생각할겁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우리 손이 아닌 미국 손에 달려 있군요. 북한이 무서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북한은, 정확히는 김뽀글 일가는 자신들의 독재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제일 무서워 할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북한의 체제를 무너뜨릴 일이 없어요. 위에 말했듯 한국 입장에서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전쟁을 일으킬 이유도 없고, 북한을 괜히 자극하고 궁지로 몰아 북한으로 하여금 전면전을 일으키게 만들 위험 감수도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러나 미국은 다르죠. 중국과 러시아 눈치를 봐야 하기에 참는거지 아니었으면 이라크 대신 북한을 때렸어도 전혀 이상할게 없을 정도니까요. 북한이 무서워하는 것도 미국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 무서워 하는 것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데 북한이 원하는 것, 무서워 하는 것은 미국 손에 달려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강경 강경 입으로 외쳐봤자 사실 북한을 어찌 겁줄 방법이 없다는 거죠. 북한이 원하는걸 가지고 있어야 '너 이 쉐끼 까불면 이거 안준다?'할 수 있는 거고, 북한이 겁내는걸 가지고 있어야 '너 이 쉐끼 까불면 이거 확 터뜨린다?'할 수 있는 건데 둘 다 우리 손에 없어요.
햇볕정책을 가지고 목적없는 퍼주기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계신데, 햇볕정책의 성과가 원래 목적만큼 이뤄졌나 아니냐에 대한 것은 개개인의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목적만은 명확한 정책이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컨트롤 할 주도권을 우리 손으로 가져오려는 느리지만 확실한 방법이었어요. 사실 대북문제를 국제사회에서 다룰때, 명분만은 우리 손에 있습니다. 강대국에 의한 강제 분단, 그로 인해 전쟁의 직접적 피해를 입었으며 앞으로 또 전쟁이 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피해당사자니까요. 그러나 실질적으로 북한 문제의 주도권은 언제나 우리 손에서 벗어나 있었죠. 전시 작전권도 우리 손에 없고, 위에 말한 것 처럼 북한이 무서워 하는 것도, 원하는 것도 가지지 못해 컨트롤 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여기서 북한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면 더더욱 국제사회에서 대북문제 주도권을 주장할 힘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니놈 시키들 북한 문제 다룰려면 우리 통해서 해, 최소한 우리 빼놓고 하지마 시키들아, 전쟁나면 나만 피보잖아, 그리고 봤지? 내가 북한 이만큼 지원한다?' 이런 주장을 할 수 있게 만들려던 거죠. 그 당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불리우는 좌지 부시 주니어가 깽판 부릴때 노무현 정권에서 일부러 미국과 어긋난 주장을 주고 받던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매우 현명한 처사였습니다. 미국이 온건하자고 할때 한국이 강경해야 한다고 말하고, 미국이 강경하자고 할때 한국이 온건하자고 말하고, 미국과 협력할땐 하다가도 간간히 이런식의 움직임을 보이면 '북한 멱살 쥐고 있는건 미국이지만 그 미국이 북한 어찌하려 들땐 한국 말 무시하면 안된다'는 구도를 만드는 겁니다. 사실 이게 맞구요. 전쟁나면 한국만 피보는데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하네 마네 하는건 뻘소리죠.
물론 국제정세라는게 우리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북한을 컨트롤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동안 북한이 기다려줄리도 만무하고 북한은 북한대로 지들 할 짓거리 다 하면서(대표적인게 핵개발.. 사실 핵은 북한이 이전부터 계속 가지고 싶어 안달냈던 물건이죠. 핵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의 강려크함, 핵을 지니면 미국 상대로 좀 더 유리한 협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거란 예측 등등으로요.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 만들었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사실 햇볕정책은 우리쪽에서 북한을 제어할 힘을 가지려고 천천히 물밑작업 벌이는 전략이었고, 북핵은 그거랑 별개로 북한이 미국과 일본, 한국 등등 다른 강대국들 상대로 강력한 외교/군사적 압박 카드로 쓰기 위해 궁리해온 거니까요) 햇볕정책의 성과 자체는 예상보다 많이 못 얻어냈지만 그래도 최소한 올바른 목표설정과 훌륭한 전략수립은 칭찬해 줄 만한 정책이었습니다.
이후의 이명박근혜 정권은 입으로만 강경책 외쳤지만 사실 위에 말했듯 강경책 카드따위 우리 손에 없는게 현실이죠. 결국 철학도 방향도 없는 대북정책이 그때그때 앞뒤 좌우 똥오줌 못가리고 우왕좌왕만 하고 있습니다. 북핵이 완성이 되면 햇볕정책이건 뭐건 더이상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제어할 권한을 우리 손으로 가져오기 힘들어 질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악당이긴 해도 최소한 자기 명줄 유지를 위해 수위 조절은 할 줄 알았던' 여우같은 김정일이 죽고 아직 앞뒤 분간 못하는 어린애가 북한 정권의 수장으로 세워진 일도 터지고.. 대북 문제는 정말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쪽마저 이모양이니 갑갑해 미칠 일이죠.
김정일의 무력도발은 그래도 적절한 수위조절을 할 줄 알았습니다.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자기네도 다 죽는 일인거 아니까 절대 거기까지 안가게 만들 의지도 능력도 있었을거에요. 그러나 김정은은 다릅니다. 그런 기본적인 계산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런 조절을 할 능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며, 군부를 철저히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쪽은 더 심각해요. 박근혜는 그런 기본적 계산을 아예 못하는 인물이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적절한 대응 수위 조절할 능력도 없는 인간이며, 군대를 통제할 능력도 없는 군통수권자니까요. 능력 검증 안된 북쪽의 새파란 어린애와,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남쪽의 무능력자 둘이서 무력도발과 무력대응 운운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진짜... 심장이 쫄깃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