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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5 13: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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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가지.. 팜레스트 기능이 들어있다 빠졌다 말들이 많았는데, 여러 사용기 영상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팜레스트가 포함되긴 된 것 같습니다.
스타일러스 펜에 관심 없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우리가 연필로 종이에 뭔가를 쓰거나 그릴때 손 날 부분(새끼손가락~손목으로 이어지는 손바닥 옆면)이 종이에 닿아있게 됩니다. 그림을 그릴때 붓질을 하거나, 데생하듯이 연필을 잡으면 손이 종이에 안 닿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필기하는 손 모양을 취했다면 거의 대부분 종이에 손이 닿은채로 글씨를 적거나 그림을 그리죠. 따라서 사람들은 스타일러스 펜으로 액정화면에 필기/드로잉을 할때도 이런 익숙한 손동작을 그대로 취하게 됩니다. 문제는 해당 기기가 손의 터치와 스타일러스 펜의 접촉을 구분해내지 못하면, 펜이 화면에 닿기전에 손 날 부분의 접촉부에 제 멋대로 선을 그리거나 칠을 해버리거나 하는 사태가 발생하죠. 펜으로 선을 긋는 동안에도 손날부분에 막 뭔가가 멋대로 그어지거나 말이죠. 간단히 말해 손 날 부분에 잉크를 잔뜩 묻힌채로 펜을 들고 종이 위에 글씨를 적는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글씨는 써지는데 손에 묻은 잉크가 종이에 잔뜩 떡칠이 되는.. 바로 그 현상이요.
이걸 위해서 스타일러스 펜에는 '팜레스트'기능이란게 있습니다. 펜이 화면에 일정이상 가까워지면 손이나 신체 일부의 터치를 막아버리는 거죠. 이게.. 별거 아닌거 같은데 사실 무척 까다로운 기능입니다. 펜과 손을 확실히 구분해 언제나 착착 정확히 변환을 해줘야지 중간중간 놓치는 일이 생기면 사용감에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바쁘게 열심히 필기를 하거나 한창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랜덤으로 어딘가 툭툭 잘못된 선이 그려진다고 상상해보시면 이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얼마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죠. 게다가 팜레스트 기능이 발동되는 조건도 까다롭게 맞춰줘야 합니다. 팜레스트가 적용되는 펜이랑 화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펜이 화면에 아주 밀착하기 전까지 터치가 마음껏 일어납니다. 연필을 손에 쥐고 종이에 자연스럽게 접촉시킬때 잘 보면 미묘하게 손 날이 먼저 종이에 닿게 됩니다. 손 날이 화면에 닿은 시점에서 펜 끝이 공중에 떠 있는 그 거리...는 사람마다 다 다르죠. 손 크기에 따라 다르고, 펜을 쥐는 법에 따라 다르고, 사람마다의 신체 특성이나 습관에 따라 다릅니다. 때문에 제조사에서 그 거리를 어디로 얼만큼 잡아줘야 할지 세심한 결정을 해둬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 없이 팜레스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죠. 반대로 이 거리를 너무 멀게 잡으면, 사용자가 화면에서 펜을 떼서 든 채로 다른 손으로 터치 작업(메뉴 버튼을 누른다거나 팔레트의 다른 기능을 선택한다거나)하려는데 여전히 팜레스트가 적용된 상태라 터치가 먹통인 상황이 납니다. 해결책은 펜을 더 높게 드는(....) 건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 정도면 화면에서 펜을 뗀거다'라는 감각이란게 있죠.(그리고 이 감각에 의한 거리감도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따라서 제조사가 대부분의 유저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레 팜레스트 기능이 적용되게끔 여러 세부 설정들을 조정한다는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와콤은 이 분야에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애플펜슬의 공개된 영상들을 보면, 사용자들이 애플펜슬을 가지고 아이패드 프로에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때 손 날 부분이 공중에 떠있는건지 화면에 닿아 있는건지 애매한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심지어 공식 소개 영상에선 계속 공중에 손을 띄운채로 펜만 닿게 해서 그리는 모양새에요(.....) 이걸보고 애플펜슬에 팜레스트 적용 안된게 아니냐는 의혹이 수없이 제기됐었죠. 저 역시 걱정이었구요. 그러나 발표된 사양에서 '애플펜슬의 펜과 손의 터치를 구분할 수 있다'는 부분이라거나, 기자나 일반인들의 hands on 영상을 보면 팜레스트 기능이 들어있긴 들어있는 듯 합니다. 얼마나 잘 작동할지 하는 부분은 일단 차치하고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