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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2 16: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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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잘 보면 우리나라 대다수 노동자, 자영업자들이 자기들의 적인 친재벌+친투기세력 정치꾼들을 찍어주는 것도 이해는 가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노동의 가치가 심각하게 떨어져 있다는 거에요.
사람이 노동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목적 외에도 자기계발, 자아실현,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 등등 형이상학적 목적도 있는 법입니다. 교육과정에서 사람에게 적성을 물어보고 특기를 알아내고 그렇게 해서 그 사람이 진정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사람과 사회의 공생은 이런 겁니다. 사회를 굴리는데 꼭 필요한 여러가지 역할들에 대해 구성원들의 특기/적성을 파악해 가장 적절한 위치에 배치를 하면 무작위로 배치해 억지로 일 시키는 것 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노동인데 하기 싫은 일 남이 억지로 시킨거 등 떠밀려 하는것 보다는 그 일 자체가 자기 적성에 맞고 재능을 발휘해 높은 성취를 낼 수 있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행복하게 가꾸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사회와 개인 간의 윈-윈이 이뤄지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서 어떤 보람과 성취를 찾기 보다 팍팍한 삶에 지쳐 어떻게든 한탕 크게 벌어 노동에서 손을 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내 일에 책임감과 흥미를 가지고 더 열심히 더 잘 해보려는 연구와 노력보다는 어떻게든 노동없이 돈만 벌 방법이 없나 궁리를 하고 있죠.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게을러서 그런게 아닙니다. 노동이 노동자에게 보람과 성취감을 주지 못하게끔 잘못 굴러가는 시스템 때문이죠. 우리나라 학생들과 학부모들 공부 열기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이런 박터지는 노력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던가요?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내가 하고픈 일을 통해 부와 명예는 물론 자아실현을 이루겠다는 것이던가요? 아니오, 여기서 자아실현 같은 것은 없어지고, 그저 부와 명예만을 쫓고 있죠. 그러기 위해 돈이 안되는 직종은 사람이 없어 난리고, 일부 돈 되는 직종에만 바글바글하게 사람이 몰립니다. 그렇다고 그 '돈 되는 직종'은 잘 굴러가느냐? 아뇨, 애초에 그 직업과 그 일에 어떠한 보람도 사명감도 없이 돈만 보고 달려든 인간들이 바글바글한데 잘 굴러갈리가요.
소위 '사'자 들어가는 직업들이 부와 명예의 대명사로 꼽혀왔죠. 그래서 우리나라 의사들의 모습이 어떤가요? 돈되는 성형외과 치과 등은 바글바글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고, 돈 안되고 힘들고 사람 목숨을 다뤄야 하는 위험한(그러나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한) 파트에는 지원하는 사람도 적고, 그래서 거기 일하는 사람들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대접도 못받는 현실 아니던가요? 판사 검사 변호사는 어떤가요? 정의를 수호하는 검사,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야 할 판사, 억울한 희생자를 방지해야 할 변호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정권에 빌붙어 정치놀음을 하는 검사들, 권력 눈치를 보며 기울어진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 돈 있는 자의 횡포를 도와주는 변호사들만 수두룩하고 진짜 정의를 위해 사명감을 가진 이들은 극소수에다 그나마도 대우를 못받고 탄압받고 밀려나죠. 그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뛰어들어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게 아니라 그저 돈, 돈, 돈, 다른 일 하면 돈 안되니까 돈 된다는 직종에 달려든 인간들이 대다수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사람이 노동을 하면 그 노동의 양과 강도에 맞는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그 당연한 명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요. 힘든일을 할 수록 대가도 적어집니다. 그러니 다들 그 일을 기피하고, 돈 많은 직종에 몰리는 와중에 낙오된 이들만이 이 일자리로 떨어져 옵니다. 그런 그들이 그나마도 그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조차 받지 못해요. 이러니 이들에게 일에 대한 보람과 사명감이 생길리가 없죠. 굳이 그런 힘들고 위험한 소위 3D업종들만 그런게 아니에요. 나머지 사회 전반의 대다수의 직종들에서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들 역시 돈 되는 소수 직종에 지원하려다 밀려났거나 애초부터 포기하고 들어온 이들로 채워지죠. '그 일'이 하고 싶고 그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고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그 일을 하는게 아니라, 등 떠밀려 어쩔수 없이 선택한 일자리인 겁니다. 게다가 일한만큼 대가도 받지 못해요. 그러니 '하면서 정들어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조차도 힘들죠. 돈 되는 소수 직종 역시 돈만 보고 일하는 이들로 채워지고 그 일에 어떤 사명감을 건 이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사회 전반에서 노동 그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사명감을 가지며 일을 통해 자아 실현을 하려는 이들의 수는 점점 줄어가고 대부분은 그저 돈 돈 돈만 밝힐뿐 자기 직종에 충실하지 않게 되면서 사회 전체가 정체되기 시작한 겁니다. 돈 안되는 대다수의 직종 종사자들은 살기 위해 돈에 허덕이며 돈을 밝히고, 돈 되는 소수 직종 종사자들은 일과 노동이 아니라 돈을 긁어 모으는 것만으로 자아 실현을 대신하려 들죠.
게다가 부동산 투기 등등 투기열풍으로 한방에 벼락부자 되는 꼬락서니를 수십년간 보고 살아왔으니 노동 의욕은 더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사회의 부정부패지수도 점점 높아지며 '열심히 일해봤자 줄 잘 선 놈한테 금방 역전당한다'는 사례를 생활 속에서도 수없이 보고 살아왔구요.(박정희가 경제 살렸다는 분들, 자기한테 잘보이면 한방에 대기업으로 밀어주고 자기한테 밉보이면 열심히 노력해 모은 전재산 다 빼앗고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짓거리를 한게 박정희입니다. 대한민국 경제를 뿌리부터 썩게 만든게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같은 독재자들이에요) 이러니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다들 그저 큰거 한방, 도박, 투기, 로또 같은거나 노리고 살게 된거죠.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배워서, 더 일을 잘 할수 있게 되길 꿈꾸지 않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배워서, 일 안하고 날로 먹고 자고 살 수 있는 돼지가 되길 꿈꿉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문제입니다. 정당하게 노력하고 일하고 싸워서 그에 맞는 대가를 받을 수 있으리란 희망 자체가 없는 겁니다. 그저 로또, 도박, 투기로 어쩌다 한번 제대로 걸려 인생 역전하길 바라고 있죠. 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자영업자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새누리당을 찍을까요? 물론 몰라서, 멍청해서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론 낙담하고 있는겁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노동자의 편에 서 줄 이들을 지지해서 열심히 싸우고, 그렇게 시스템을 바꾸고, 열심히 일하면 그에 맞는 대가를 받을 수 있을거라는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는 나라였거든요.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건 그저 누구네 땅값이 한방에 올랐다더라, 직장의 어느 약삭빠른놈이 일은 안하고 사내 정치질만 해서는 특급 승진했다더라, 이런 꼴만 보이구요. 그러니 새누리당을 찍는 겁니다. 한방, 로또, 투기, 도박 이런거의 대표 정당이거든요. 그런걸 부추기고 (사실은 확률이 극악에다 그나마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사기도박이지만) 도박으로 인생 한방 역전하라고 살살 꼬드기는 놈들이거든요. 그래서 거기 속아 넘어가는 겁니다. 이왕 개차반 인생 저놈들 찍어줘서 내 땅값 확 뛰면 나도 인생 역전 해볼 수 있잖을까 하는 그런 헛되고 헛되며 애잔하기까지 한 망상을 품고서요.
결국 대한민국의 근본을 바꾸려면 이걸 바꿔야 해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케 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바뀝니다. 야당에서 이걸 깨닫고 죽자사자 재벌이랑 싸워야 해요. 최저임금 무지막지하게 팍팍 올려주고, 노동자들 임금 떼이고 억울하게 쫓겨나고 이런거 다 야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호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느리지만 그렇게 해야 바꿀 수 있어요. 사람들이 패배감에 절어 인생 한방의 헛된 꿈을 꾸고 있는 지금, 그 꿈이 불가능하다는걸 깨닫고 헛된 꿈에서 깨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패배감의 원인을 찾아 고쳐주는 것도 시급한 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인간은 게을러서 천성이 일하기 싫어하는 거라고. 그러나 저는 반박합니다. 20대 젊은이들을 보세요. 기성세대가 열정페이라는 교활한 속임수로 살살 꼬드기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일을 하고 싶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 꿈을 쫓아서 부나방처럼 달려듭니다. 사람은, 제대로 된 노동을 하게 되면 그 노동으로 부터 자아실현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노동을 하고 싶어하는 동물이며, 해야 하는 동물이고, 하게끔 만들어진 동물입니다. 단순히 그걸 통해 생존을 해결하는 것 외에도, 그것을 통해 사람으로서 자신을 완성하고 인생을 탐구하는 동물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노동의 기쁨을 되찾아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 전제가 되는것이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 지급인 것이구요. 지금 우리나라는 그거조차 안되어 있으니 문제인거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부당하게 노동의 기회를 빼앗고, 과도한 노동을 강요해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드니까 문제인겁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거짓말하지 마세요.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고 나서 그런 소릴 하세요. 노력해도 성공 못하는 세상, 노력 안해도 성공하는 세상, 이런 요지경 세상을 만들어놓고 노력하라고요?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 일 두개 세개씩 뛰며 쪽방에서 쪽잠 주무시는 분들은 그럼 노력 안해서 성공 못하는 걸까요? 금수저 물고 태어났다고 해서 별다른 노동도 안하면서 외제차 끌고 다니며 돈 펑펑 써질러대는 재벌 2, 3세들은 어떤 노력을 했기에 그런 성공을 누리는 걸까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음에 대해 부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방치하는 사회에서, 죽자사자 노력하는 것과 부동산 투기 로또 한방이 비슷한 확률 비슷한 결과를 가지는 잘못된 시스템에서 노력하라는 강요는 헛소리에 불과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