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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0 01: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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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 분위기가 참... 오늘 TK 죽여라 살려라 하는 댓글들 여러번 보게 되네요..
자기 이익을 위해 투표하는 것 자체만 가지고 비난할 문제는 아닙니다. 사람이 투표를 할때엔 두가지 이유를 가지고 자기 표를 던질 곳을 정하게 됩니다. 인간의 근본적인 두가지 본능, 욕망과 공포죠. 욕망에 의해 투표를 하건 공포에 의해 투표를 하건 그 자체만 가지고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욕망과 공포가 현명하고 올바른 이유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그릇되고 무지한 이유에 의한 것인가 하는게 문제일 뿐이죠.
공포에 의한 투표, 그 중에서도 올바르고 현명한 이유에 의한 투표의 대표적 사례는 호남지역의 반새누리 성향 몰표입니다.
호남지역은 새누리당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희대의 독재 살인마 전두환 일당이 나옵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광주의 시민들이 이 쓰레기놈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당했습니다. 그 희생자분들, 그 열사분들의 부모 형제자매 친척 친구들이 아직 다들 분노와 억울함을 가슴에 묻은채 살아계신 곳이 호남지역입니다. 자신의 사랑하는 이를 살해한 살인마 집단을 지지해줄 사람이 그 누가 있을까요? 심지어 살해당한 이유가,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를 누릴 기본적 권리 요구였을 뿐인데 말입니다. 호남지역 분들에게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사랑하는 이를 살해한 개인적 원수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짓밟은 흉악한 독재 범죄자 집단이기에 절대로 표를 주지 않는 것이죠. 이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희대의 범죄자(헌법을 유린한 독재자이며 흉악한 살인마) 집단이 권력을 잡게 해서는 안된다는 '올바르고 지혜로운 두려움에 의한 투표'입니다.
반대로, 똑같이 공포에 의한 투표이지만 그릇되고 무지한 이유에 의한 사례도 있습니다.
매카시즘에 놀아나 북풍 뉴스만 뜨면 무조건 새누리 지지를 높이는 장노년층분들이 그 예죠. 물론 이분들은 실제로 북한에 의한 6.25 침공 피해자이거나 이후 이어진 남북 경색분위기, 그리고 지긋지긋하게 이어진 반공 세뇌교육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자라온 분들입니다. 북한이라면 일단 무조건 두렵고 공포스러운 대상이기에 북한이 우리를 위협한다고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특정 정당에 지지를 던집니다. 물론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 맞고, 우리를 침략해 전 국토를 유린한 전쟁을 일으킨 적도 있으며, 호시탐탐 우리의 빈틈을 노리는 적성국가임은 틀림없습니다만 이들의 이러한 공포는 무지와 그릇된 사고에 의한 것이죠. 왜냐하면 실제로 북풍을 이용하는 새누리당은 안보에 있어 심각한 무능을 여러차례 보여왔고 가끔은 선거 승리를 위해 일부러 안보위기를 자초하는 반역행위까지 일으킨 집단인데도 새누리 지지 노인분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어릴적부터 머릿속에 깊게 세뇌당한 '안보 하면 한나..어 그 뭐시기 새누리당' 여기에 따를 뿐이죠. 새누리 정권에 불만을 가지다가도 북풍이 불면 거의 조건반사 식으로 새누리 지지율을 높입니다. 안보 위기가 왔을때 정작 안보에 무능한 정치 집단을 지지하는 모순을 보이기에 이들의 투표는 '무지에 근거한 그릇된 공포에 의한 투표'인 것이죠.
(노년층의 이러한 '공포'는 북한에 대한 공포 말고 다른 것도 있습니다. 급속한 발전으로 세대간 단절과 갈등이 심화되어 서로 자기 세대가 먹고 살기만 바쁜 상황에서 경제력을 상실한 노년층은 고립되고 위기감을 느끼게 됐죠. 그리곤 자기네 말을 잘 들어주는 척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높이게 됩니다. 사실 젊은 층을 지원하는 정당을 지지하며 청장년층과 연대를 해야 그들이 경제력을 높여 노년층의 편을 들어줄텐데 그정도 계산도 없이, 겉으로 말만 번지르르할 뿐 실상 그닥 자신들을 챙겨주지도 않는 새누리당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거죠. '우리 노년층이 젊은것들에게 밀려 도태된다'하는 위기감과 공포감, 소외감으로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겁니다)
욕망에 의한 투표 역시 올바르고 현명한 욕망에 의한 것과 그릇되고 무지한 욕망에 의한 것으로 나뉩니다.
올바른 욕망이란, 남의 것을 빼앗아 내 배를 많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 다 같이 배를 불리는 것을 꿈꾸는 것을 말합니다. 그릇된 욕망이란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내 배만 불리면 그만이라는 욕심이죠. 현명한 욕망이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계산과 계획을 세워 그에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무지한 욕망은 그저 눈앞의 일확천금 헛된 망상에 눈이 멀어 실제로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로 내달리는 짓이죠.
올바른 투표행위 역시 근본적으로는 자기 욕망과 욕구를 따르는 행동입니다. 청년들은 청년층을 위해 투표하고, 중년들은 자신들의 세대를 위해 투표하고, 노인들은 노년층을 위해 투표하며, 남성들은 남자를 위한, 여성들은 여자를 위한, 사업주는 사업주를 위한, 노동자는 노동자를 위한 투표를 하는 것이죠. 단, 이것이 올바른 투표가 되려면 그 욕망이 타인의 것을 훔쳐서라도 이루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이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문제는 차치하고, 사실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자기 배도 불릴 수 없다는 기본 계산조차 못하는 무지하고 멍청한 욕심이기 때문입니다. 청년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중년/노년층의 이익을 훔쳐서 이뤄질 수 있는게 아닙니다. 중년, 노년층 각각의 이익도 마찬가지에요.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연합하고 협력해서 다같이 1:1:1의 이익을 나눠가질때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지, 저놈들꺼 등쳐먹어서 나혼자 3:0:0 해먹어야지 하고 욕심내는 순간 내 이익 역시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남성의 이익을 대변하려면 여성과 협력하여야 하고, 여성의 이익을 대변하려면 남성과 협력하여야 하며 사업주들 역시 자기 사업을 크게 불리기 위해서는 노동자 이익을 줄여 내것으로 빼먹을 생각을 하지 말고 다같이 나눠먹으며 공생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남의 이익을 훔쳐 내 배만 불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망상이에요. 바로 그런 무지한 욕심과 경쟁 덕분에 지금 나라꼴이 망해가고 있는 겁니다. 나라가 망하면 내 주머니에 채워둔 그 알량한 재산이 무슨 소용일까요? 한줌도 안될 극소수의 어마어마한 부자들 외에는 나라가 망하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남의 것을 훔쳐 먹으며 나라 전체가 기울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그릇되고 무지한 욕망에 의한 투표'의 예시가 땅값 올려준다는 말에 혹해 새누리를 찍어대는 사람들이나, (호남을 제외한) 지역감정에 취해 내 지역만 잘 살면 그만이란 욕심으로 새누리를 찍는 사람들이죠. TK가 왜 새누리 텃밭이냐는 질문은 간단해요. 새누리가 자기 동네에 이익을 챙겨줄거라 믿는 '그릇되고 무지한 욕망'에 눈 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고, 새누리가 아니면 우리동네에 돌아올 이익이 줄어들거라 믿는 '그릇되고 무지한 공포'에 눈 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고 또 서로 모여서 (안좋은 쪽으로) 시너지 효과를 더 내고 있기에 TK가 새누리 텃밭인 것이지 TK니까 저런 무지한 사람들이 모인거다 란 식의 논리는 안된다는 겁니다. 기실 이런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다 퍼져 있어요. 전국민이 다들 개발독재 과정에서 권력자 눈에 잘보이면 더러운짓으로 노동자 피 빨아먹어도 쑥쑥 뒷배 봐주며 키워주고, 권력자 눈 밖에 나면 아무리 열심히 정당하게 일해 모은 재산도 순식간에 빼앗겨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꼴을 보면서 살아왔거든요. 열심히 죽어라 일해도 권력자의 횡포와 변덕에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는 일이 다반사고, 빈둥빈둥 놀면서 살아도 어느날 아침 갑자기 뒷산 땅값이 폭등하면 졸부행세 하며 떵떵거리고 살게 되는 요지경 세상. 열심히 노력하는 것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일확천금 로또의 꿈만 커지는 나라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이었으니까요. 그러니 다들 어떻게 해서든 남의 것을 훔쳐서라도 나만 잘 살면 그만이고, 권력자들의 눈에만 들면 그만이란 생각이 팽배해진 겁니다. 이게 대한민국 전반에 퍼진 도덕적 해이의 진실이에요.
그놈의 뉴타운 장난질에 이명박, 오세훈 뽑아서 수도 서울 시 재정 빵꾸 내놓고도 정신 못차리고 박원순한테 내 집값 살려내라 난리 치는게 대한민국 국민의 현실입니다. TK의 지역 이기주의도 그 사례고, 시 재정 파탄 낸 작자들을 불과 한턴 건너서 다시 뽑아주며 이번엔 내 집값 살려주겠지 기대하는 동네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 선거판은 호남지역을 제외하고는 결국 '저놈들 찍으면 내 땅값, 내 이익 떨어진다', '얘들 찍으면 내 집값, 내 이익 올라간다', '쟤들 찍으면 북한한테 잡아먹힌다' 뭐 이런 엉터리 무지에 의한 욕망과 공포로 좌지우지되고 있는 겁니다. 경상도에서 새누리 죽어라 찍어대는건 단순히 경상도 사람들이 무슨 종교적 광신도라서 그런게 아니라(실제 박정희 이름만 들어도 울고불고 난리나는 박정희교 신자들도 일부 있긴 하지만) 자기네 그 무지에 의한 욕망을 채워줄 집단이, 자기네 그 무지에 의한 공포를 잠재워줄 집단이 새누리당 뿐일거라고 공고히 믿고 있어서 그런거라는 거죠.
욕망에 의한 투표는 잘못된거다! 공포에 쫓긴 투표는 잘못된거다! 이건 접근법이 잘못된 거란 겁니다. 아니, 애초에 저 말 자체가 틀렸어요. 모든 사람은 어차피 욕망과 공포에 의해 투표를 합니다. 다만 그 욕망과 공포가 어떤 것인지, 그걸 이루기 위해/잠재우기 위해 내린 이 선택이 현명한 계산에 의해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는 길인가 아니면 무지에 의해 손해만 보게 될 길인가 하는 게 문제죠.
안보에 대한 불안, 북한에 대한 공포에 쫓겨 투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다만 그렇다면 정말 그 공포와 불안을 불식시켜줄 이를 지지해야죠. 무지에 의해 잘못된 지지를 하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아 주기만 하면 됩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우리 동네 경제 좀 살아나면 좋겠다 해서 투표한다면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그 방법이 어떤 것이고, 그게 과연 장기적으로 가능하긴 한 계산인가 이것을 알려줘 정말 그걸 이뤄내기 위해 누구를 지지하면 될지를 알려주면 되는 일입니다.
TK지역의 새누리 콘크리트 지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TK니들은 답없어 포기야 쓰레기들아' 비난하고 비꼬는게 답은 아닙니다. '니들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모두를 위한 투표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자기네 이익을 위해 투표를 하되, 새누리 지지는 자기네에게 사실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 허상이었을 뿐임을 천천히 깨닫게 만드는게 진짜 답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이 답 없다고 절망하실지 모르지만, 실제로 대구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딱 빈틈 하나만 생겨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봅니다. 대구시민들이 무슨 박정희교 광신도라서 오오 박근혜님 오오오 하며 종교적 이유로 새누리 찍는거 아니에요. 대구 사람들도 대구시 경제 개판된거, 앞으로도 계속 개판될거 모르는거 아니에요. 무지하니까, 새누리당 안찍으면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유지 못하고 무너질거 같다고 무지한 공포에 휩싸여 있으니까, 새누리 안찍으면 그나마도 다른 지역에 이권 다 빼앗길거 같다고 무지한 공포에 빠져 있으니까 그런거에요. 바로 그 무지를 누군가 딱 한명이라도 깨준다면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콘크리트입니다.
대구사람들한테 '당신들 이익만 생각하지 말아라' 백번 얘기해봤자 소용없어요. 자기네도 지금 당장 위기감과 공포감에 싸여 살고 있는데 그런 소리 들릴리가 없죠. 심지어 그런 소리는 배부르게 살고 있더라도 귀에 들리지 않을 소립니다. 차라리 '새누리 좋아하는 건 알지만 맨날 걔네만 찍으니까 손에 잡은 물고기마냥 이것들이 위기감을 안가지는거 아니냐, 가끔은 다른 애들도 뽑아줘야 새누리도 긴장해서 대구한테 잘해주지' 이런소리가 훨씬 잘 먹힙니다. 실제로도 이런 공감대가 새누리 지지층 사이에서도 꽤 들려오고 있고요. 다음 총선때 직접적으로 자기 집값에 민감한 영향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런 이유로 한번쯤 '새누리당 정신차려라'하는 식으로 야당 투표할 사람도 많을 겁니다. 지난 총선때 김부겸이 먹혀든 이유도 바로 여기 있구요. 친숙하고 거부감 없는 야권 후보에게 표 한번 던져보자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만약 야권이 철옹성 TK에 진입하는데 성공한다면, 아마 한동안은 이 지역에서 혈전이 일어날겁니다. 새누리당에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을테고, 야권에서는 이 기회에 TK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죠. 어쨌거나 TK지역에서 야권이 첫 진입한 후에 여야가 이 지역 사수/공략을 위해 총력을 다한다면 그 순간 콘크리트는 깨지는 겁니다. TK지역 사람들이 '이거 봐라? 야권 한명 뽑아줬더니 여야에서 다들 난리나서 우리 지역한테 잘보이겠다고 난리 났네?' 깨닫는 순간 TK의 새누리 콘크리트는 끝난거에요. 매번 선거철마다 충청도가 캐스팅보드로 떠오르는거 다들 아실겁니다. 여야에서 충청도 민심을 잡기 위해 그 지역에서 총력을 다하죠. 경상도 사람들도 '선거때 여야 경쟁시켜놨더니 떨어지는 콩고물이 많네?' 깨닫는 순간 새누리 철밥통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만약 그 후에 이재명급 네임드 행정가가 시장자리라도 꿰차는 날엔 게임 끝나는 거구요.
TK지역 사람들을 무슨 악당 취급할 필요도 없고, 그 사람들을 성인군자로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다들 누구나 자기 이익을 위해 투표해요. 혹은 자기 공포에 쫓겨 투표하거나요. 충청도도, 강원도도, 제주도도, 서울과 수도권도 마찬가지에요. 문제는 '니들 공포에 쫓기거나 욕망을 쫓지 말고 대의를 위해 투표해!'이런 강요를 하지 마세요.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되, 지금 자신들이 선택하고 있는 길은 겉으로는 자기 이익을 가져올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낭떠러지다, 당신들 이익을 위한 길은 따로 있다, 이렇게 살짝 끌어주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