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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7 18: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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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체력이 안되면 남자는 그게 무서워져요ㅠㅠ 아내가 싫은게 아니라 지금 그 순간에 그 행위 하는게 무서운 거...
피곤해서 그게 잘 안되면 남자들 사실 엄청 힘들답니다. 일단 그 행위가 성공적(?)으로 상호간에 행복하게 끝나더라도 체력적 부담이 엄청나고, 일단 피로하고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선 부부 둘 다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날 확률도 엄청 높죠. 만족스럽지 못한 결말이라고 체력소모가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게다가 단순히 몸이 힘든걸 떠나서 정신적 데미지도 엄청납니다.
남성이 그 행위에 실패(상호간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남)하면 일단 남성으로서의 자괴감이 큽니다.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예뻐보이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심정만큼이나 남자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강하고 든든해 보이고 행복과 만족감을 주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거든요. 그래서 성행위가 잘 되지 않으면 일단 스스로 자괴감이 엄청나게 듭니다. 여성분들이 결혼, 출산 후에 외모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 종종 있죠? 더이상 남편이 날 안 예뻐해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자괴감이요. 실제 남편이 그렇게 생각하건 안하건 스스로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받게 되죠. 남자가 사랑하는 이와의 성행위에 체력적 문제로 실패하거나 하면 딱 그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이해해줘도 스스로 받는 자괴감을 피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사랑하는 부인이 실망하거나 날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도 느낍니다.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공포스런 실감도 느끼게 되고요. 아내를 많이 사랑하는 남편이라면, 내가 이렇게 실패하면 아내가 스스로 자신의 성적 매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듭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체력적 여유만 있다면 성욕이 왕성합니다.(성욕이 거의 없는 체질의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 평균 성욕은 대단히 왕성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성욕이 감퇴하는 이유는 성행위가 싫어져서 그런게 아니라 체력이 떨어지니 힘들어서 못하게 되는 것 뿐이죠. 그럼에도 남성을 성적 능력으로 평가하는 사회 구조상 남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성적 능력이 떨어져가는 것에 대해 고통받고 두려워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남녀 성의식이 잘못된 사회구조의 탓도 커요. 남녀불평등으로 인해 여성의 성을 억압하고 숨기게끔 강요하는 사회 구조가, 반대로 남성에게도 성적 능력이 좋아야만 한다고 강요하고 강압하는 식으로 작용하고 있는거죠. 여성의 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고 비밀스럽게끔 억압하면서 동시에 남성에겐 능동적이고 적극적이고 공개적일 수 있는 대신 강해야만 한다고 (강하지 못하면 온갖 조롱과 비난, 심지어는 남성성의 박탈까지 운운할 정도로) 공포를 퍼뜨리며 강요하죠. 덕분에 여성은 자신의 성에 솔직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채 20~30년을 살다가 결혼 하고 나서야 뒤늦게 성적 자기 만족을 추구하게 됩니다. 남성은 미혼일때에도 방탕하고 적극적인 성을 암묵적으로 허용받았던 대가로 결혼 후에는 피로와 노화로 인한 성적 능력 하락에 끊임없이 두려워하며 배우자와도 그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홀로 끙끙 앓아야 하죠.
잘못된 성의식,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 여성에 대해서는 결혼 전까지 철저하게 성에 대해 억압적으로 굴다가 결혼 후에는 갑작스레 마음껏 성을 누리라고 풀어주는 괴상한 사회 인식, 동시에 남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강한 남성'이라는 허상을 쫓게끔 강요해 자신의 실질적 성적 능력을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대신 스스로를 과장하고 꾸미고 허세를 부리며 그 허상과 현실간 괴리에 스트레스 받게만드는 사회 인식 덕분입니다.
이런걸 해결하려면 여성의 성을 더 자유롭게 풀어줘야 하고 남성의 성 역시 저런 병맛나는 치킨게임(남성을 성적 능력으로 줄세워 평가하는.. 남성들 스스로도 그렇고 사회 전체 인식도 그렇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성적 균형을 맞춰야 하는거죠. 남성이 누리는 성적 자유를 여성에게 나눠주고, 동시에 남성이 홀로 짊어지는 성적 부담도 여성과 나눠 질 수 있게끔 말이죠. ...뭐 그런데 이건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이상적 사회구조가 갖춰진 이후에도 세대가 한참 흘러야 천천히 바뀔수 있는 문제지 어릴때부터 "남자는 울어서도 안되고 '남자다워야'한다!" "여자는 조신하고 얌전하고 '여자다워야'한다!"를 평생 세뇌교육 받고 자라온 우리 세대에서 바로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남편들도 자기 아내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질적 성적 능력을 오픈하지 못하고 그저 혼자 끙끙 두려워하고만 있을 뿐이죠. 그러다보니 저렇게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끼리 반 농담조로 위로를 주고받는 웃지못할 풍경도 나오는거구요. 아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생을 성적으로 억압받고 살아왔는데(여성도 똑같이 사춘기 다 겪고, 2차성징은 오히려 남성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하게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제야 사회에서 마음껏 성적 욕구를 분출해도 좋다는 허용을 받았는데... 뭔가 자기 남편은 이미 많이 늦은거에요. 이게 얼마나 억울합니까. 게다가 심지어 남편은 그런 문제에 대해 혼자 두려워하며 솔직하게 대화로 풀려고도 하지 못합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니 이해하기도 힘들어지는거죠.
그래서 전 혼전 관계에 대해 찬성하는 편입니다. 물론 혼후까지 성관계를 하지 않는 주의(혼전순결이란 말도 있는데 전 순결이란 말을 좀 혐오합니다.. 사람이 성관계 했다고 순결하지 않아지나요? 사람의 '순결함'을 단순히 성관계 유무로 따지는건 폭력 아닌가요? 무슨 가축 취급도 아니고 말이죠)도 존중은 합니다만 그럴려면 평균 결혼 연령이 더 낮춰져야 가능하다고 봐요. 성적으로 한창 왕성할 20대 나이에 취업, 주거, 생존 걱정으로 찌들어 30대 초중반이 훌쩍 넘어서야 겨우 결혼할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요즘 시대에 혼전 관계 했다고 무슨 엄청난 흠인양 따지는 조선시대식 사고방식은 결국 결혼 후에 부부간의 성적 불균형을 더 심화시킬 뿐이니까요.
뭔가 말이 되게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여튼 남편들이 저러는게 부인이 싫어서 그런건 아닐겁니다.(물론 진짜로 싫어서 저런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저러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부인이 싫어서 저런게 아닐거에요) 그냥 그날 성행위 자체가 부담스럽고 힘든데, 그걸 거절하는 법을 못 배워서 저런거에요. 거절하면 부인이 날 싫어하거나 실망하면 어쩌지, 거절하면 내 남성성이 퇴화하는걸 인정하는 꼴이 되는건 아닌지, 내가 이제 늙은건가 하는 겁도 덜컥 나고 하다가 잘 안되면 부인이 날 바라볼 그 눈빛도 막 혼자 머릿속에서 상상되고.. 내가 피하면 부인이 스스로 성적 매력 없다 자괴감 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도 막 들고 여튼 복잡합니다. 부인 입장에서도 실제로 거절당하면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해질테구요. 여태까지 성욕을 억압당하고 살아오다 이제야 결혼해서 마음껏 추구해보려는데 내 남편이 벌써...?! 하는 생각이 들면 억울하기도 하고 겁도 날테고 욕구불만도 쌓일테고 스스로의 성적 매력이 없어진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들 수 있고..
사실 이게 남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에요. 그러니까 다들 혼자 고민하고 혼자 걱정하지 말고, 혼자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성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자기 배우자와, 자기 연인과 대화하는게 필요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필요해요. 부끄러워 할 문제가 아닙니다. 두려워 할 문제도 아니구요. 상호간 불타오르는 만족스러운 성행위도 좋지만, 한명이 오늘 컨디션이 영 아니면 자신의 체력적 부담은 적으면서 상대를 즐겁게 해주는 그런 방법에 대한 타협과 협의(라고 하니까 되게 야하게 들리고 거부감이 들죠? 사실 이런거는 받는 입장에서도 수치심이 들거나 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평생을 온전히 함께 해야 할 배우자라면 이정도 대화는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대화를 통해 둘만의 성을 발전시켜나가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