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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0 14: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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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그냥 치맥 먹으면서 화끈한 타격 보는 맛으로 보는 것도 재밌지만 파고 들수록 점점 더 큰 재미가 넘쳐나오죠ㅠㅠ
투수의 공 하나하나, 볼 배합 하나하나는 치밀하게 계산된 수 싸움입니다. 의미 없는 공이 하나도 없어요. 한참 빠지는 공 같은데 저런걸 왜 던지지 싶은 것도 그 다음 공을 반대방향으로 날카롭게 찌르거나, 아니면 같은 방향 좀 더 살짝 멀리 빠지게 던져서 타자의 눈을 그쪽 방향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목적으로 던지는거죠.
어이없어 보이는 공에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는 것도 사실 그 선수의 성향, 성적, 좋아하는 구종과 코스 분석, 최근 컨디션, 전 타석에서의 공격, 직전 투구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효과를 냈느냐, 또 지금 마운드의 투수 컨디션은 어떠하고 어떤 공을 잘 던지며 오늘 어떤 구종의 컨디션이 좋고 어떤 구종이 안 좋으냐(투수의 전체 컨디션과 별개로 그날 잘 긁히는 구종과 안되는 구종이 또 따로 있습니다 ㄷㄷㄷ),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볼카운트와 아웃카운트, 주자상황과 점수 상황이 어떠하냐 하는 것에 따라 코치진과 포수와 투수가 모두 머리를 굴려가며 다음 투구, 그 공 한개를 결정하죠. (같은 상황 같은 투타 대결이라도 주자상황과 점수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승부가 이뤄집니다ㄷㄷ)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산과는 다른 공이 들어갑니다. 제구가 좋은 투수라면 원하던 방향으로 원하던 구종을 많이 잘 던져내지만 제구가 안 좋으면 계산한대로 안 갈 확률이 높죠. 제구가 좋은 투수라고 하더라도 모든 공이 다 계산대로 가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실투가 간간히 발생하게 되죠.
투수는 그렇게 모두가 머리를 굴려 계산한 그 공을 계산대로 던져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을 벌입니다. 타자 역시 상대가 지금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 예측을 하고 확률 높은 방향으로 대비를 합니다. 누구의 계산이 더 정교했느냐 하는 싸움, 혹은 그 정교한 계산에서 오히려 역으로 헛점을 노리는 전략이 나오기도 하고 투수가 계산대로 잘 던진 공을 타자가 기막히게 골라내거나 커트해버리거나 정타를 만들어내거나 투수가 계산대로 못던진 실투가 나와서 통타 당하거나 타자가 실투를 전혀 예상 못하고 놓치거나 온갖 변수가 발생하기도 하죠. 온갖 치밀한 계산과 머리싸움, 심리 싸움이 전개되는 와중에 변수가 수없이 발생하고, 또다시 그 변수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긴장감에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이렇게 보면 투수의 공 하나하나가 아주 흥미로워 집니다.
별거 아닌 상황 같아 보이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기서 저 선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엄청 재미있어요. 공 하나 던졌는데 그 결과에 따라 투수가 좀 더 유리해졌다가 타자가 다시 유리해졌다가 분위기가 이리저리 바뀌면서 치열하게 승부가 벌어지니까요ㅎㅎ 정말 야구는 파고들수록 더 재밌어지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