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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23: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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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지인들한테 법률 관련해서 조언해주는거 다른 변호사들이 안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무료로 그런거 해주면 변호사 법률 상담의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라고 말이죠.
이런 말 하면 다들 '오오 그러네'하고 납득들을 합니다.
근데 왜 다른 직종들에 대해서는 그리 쉽게 '정'이네 '따뜻한 사회' 운운하며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걸까요. 직업에 귀천없고, 어떤 일이건 그 일에 전문성을 획득하려면 오랜 노력과 경험과 시행착오와 비용과 시간이 들게 마련입니다. 누군가가 그러한 자신의 전문적 능력을 가지고 타인에게 공짜로 호의를 배풀어 준다면 그건 그 사람이 그냥 착한 것 뿐이에요. 아니, 오히려 동종업계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느정도의 피해를 입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당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루지 않고 공짜로 해줌으로 인해 그 업계에서 수요 하나를 줄여버린 것도 문제지만 해당 업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그만큼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낳는거에요. 그렇게 공짜로 득을 본 사람은, 해당 수요를 가진 주변의 다른 지인들이 관련 업체를 물색할때 가서 이런 말들을 할겁니다. '야, 그걸 누가 돈주고 하냐? 난 지인이 공짜로 해주던데' 그럼 사람들에게 해당 업계는 '공짜로도 해줄 수준의 일인데 푼돈으로 적당히 처리할 수 있을 일'이란 인식이 박힙니다. 업계 전체에 대한 민폐에요.
공짜로 해주더라도 생색 제대로 내고 해줘야 하는게 맞습니다. 아주 친한 사이에서만 '이거 졸라 힘들고 비싼 일인데 너랑 나 사이니까 특별히 해주는 거지 어디가서 소문내지 마라'며 밥이라도 한끼 얻어먹어야 하는게 당연한 일이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라면 공짜로 해주면 안됩니다.
어째서, 타인의 전문지식과 시간과 노력을 공짜로 얻어먹으려는 심보에는 관대하면서, 당연히 그거 거절하는 사람의 태도를 가지고 예의가 어쩌네 정이 어쩌네 하는 소리가 나오는지 정말 이해가 안되네요. 그런 소리 하시는 분들은 그럼, 종사하시는 직종에 대해 누가 와서 '야 그거 나한테 공짜로 좀 해주라, 안돼? 그럼 5만원 줄께 해줘. 야 그거 다들 공짜로 해주고 그러는 일이던데 이정도 돈 주면 내가 졸라 많이 쳐주는거 아냐?' 이런 무시 당하면 기분 좋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