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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1 17: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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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우리나라 자영업계가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하시는 말씀인지 궁금하네요.
'식당의 경쟁력이 홍보 이외에는 없다는 의미'라고 하셨는데,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요식업계 중에서 홍보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진 식당이 몇%나 될까요? 어마어마하게 맛있어서 무슨 멀리서도 소문듣고 찾아와 먹는 수십년 전통의 맛집이라거나, 말씀하신대로 정말 형편없는 맛과 서비스의 '경쟁력 없는 식당', 우리나라 수많은 식당들의 총 합 중에서 위 아래 소수를 잘라내고 나면 고만고만한 맛과 고만고만한 서비스로 승부하는 보통의 식당들이 어마어마한 숫자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비슷비슷 고만고만한 경쟁력으로 서로 조금이라도 더 고객들에게 노출되어 보겠다고 아웅다웅 하는게 대한민국 음식점들, 아니 자영업계의 현실이에요.
비현실적으로 자영업 비중이 높은게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현실입니다. 노동환경이 불안정하니까 이렇게 된거에요. 임금 수준은 떨어지고, 나이 젊은 사람들은 취업이 안되어서 난리고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툭툭 잘려나와 알아서 먹고 살 길 찾아야 하니까 난리고, 이래서 자영업자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요. 기업들이 번 돈을 노동자에게 뿌리고, 그럼 노동자들이 퇴근 후에 자영업자들한테 먹거리 사고 옷 사고 하면서 뿌리고, 이렇게 돈이 시장에 돌고 돌아야 하는데 일단 기업이 번 돈이 노동자에게 제대로 안 돌고 정체되면서 노동자들이 돈이 없고, 그나마 고용 불안까지 겹쳐서 그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내쫓겨 자영업에 뛰어들어 자영업계가 바글바글 극도의 레드오션이 되고, 이래서 자영업계는 그야말로 지옥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에 고용되지 못해 먹고 살길 막막한 이들이 자영업이라도 뛰어드는 건데 그걸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이렇게 몰려든 자영업자들이, 말씀하신 자기만의 경쟁력? 아이고, 그런거 만들어내야 하는거 왜 모르겠습니까만은 그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그 경쟁력 못 만들어 냈다고 해서 다 망해야 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물론 음식 맛없고 불친절한 식당이라면 도태되는게 맞겠죠. 근데 그런 하위 몇% 소수 말고, 진짜 경쟁력 갖춘 상위 몇% 소수 맛집 말고 나머지 대다수의 중간층을 형성한 보통의 맛과 보통의 서비스를 가진 보통 식당들도 어느정도는 버티고 살아야 하는게 정상인겁니다. 그리고 그런 식당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딱히 다른 식당들과의 차별점을 느끼기 힘든 평범해 보이는 식당이라 뭐 하나라도 더 홍보에 노출되는 것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구요.
배달앱이라는게 편하고 좋은것은 맞습니다. 스마트폰 앱 깔고 다루는데 능숙한 사람들에게는 이사를 하건 뭘 하건 귀찮게 전단지 찌라시 수집하고 모으고 할 것 없이 앱 접속해서 원하는 메뉴 골라 주문하면 그만이니까요. 지금 당장은 찌라시, 광고책자를 완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모든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능숙하게 다루는 것도 아니니까요) 서서히 그 자리를 대신해 새로운 홍보/유통 수단으로 덩치를 키워갈 거라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 중국집 A가 거기 등록을 시작했다는데, 중국집 B, C, D가 그걸 그냥 가만히 보면서 '나는 그런거 신경 안쓰고 맛으로 승부할테야'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우리나라 자영업계 현 상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