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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23: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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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만약은 없다지만 삼성이 선취점을 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김광현 선수 정말 잘던지는 투수인건 알지만 완벽주의 성향인지 뭔가 한번 틀어지면 멘탈 무너지는 스타일의 선수 성향을 가지고 있구요.(제가 삼성팬이라 김광현 선수의 대 삼성전만 봐와서 하는 소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경우를 여러번 봤죠. 성근옹 스크 시절에 경기 막판 노히트 노런 직전 상황에서 최형우에게 피안타 맞은후에 멘탈 흔들려 연타맞고 완봉-완투 차례로 깨졌던가..그런 기억도 나구요, 항상 잘 던지다가 한순간 뭔가 '분위기 깨졌다' 싶은 순간에 연달아 맞는 일이 잦았습니다. 오늘 7회도 딱 그랬죠)
훌륭하게 잘 던져가다가 박석민에게 내야안타로 선취점 빼앗기는 순간 경기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중요한 순간이었다는 겁니다. 단순히 삼성이 2:1로 정규이닝 안에 이길수 있던거 1:1로 연장 혈투 벌였다...수준이 아니라 팽팽하던 경기 흐름 자체가 바뀔 수 있는 결정적 상황에서 나온 반칙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선취점을 계기로 피가로가 1승을 더 추가할 수도 있었고, 어쩌면 당장 내일 수원 원정길 떠나야 할 삼성이 9회까지 경기 끝내고 일찍 버스타고 출발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며, 어쩌면 삼성의 필승조 안지만-임창용이 공 3~40개씩 안 던지고도 어깨 아낄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거였죠. 삼성의 앞으로의 일정, 순위싸움은 물론 피가로의 다승왕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 반칙이었던 겁니다.
저도 김광현 선수 좋아하는 편이고 설마 고의로 그랬겠어, 지겹도록 하는 수비훈련이 몸에 베어서 순간적으로 그런거겠지, 생각하고 싶지만 잘못은 분명한 잘못이죠. 그걸 바로잡지 않은것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하구요. 자기 글러브에 공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주자의 정당한 진루를 막아서는 건 명백한 룰 위반입니다. 그로 인한 파장은 위에 말했듯 김광현 선수 혼자 어떻게 책임질 수도 없을정도로 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번 시즌 프로야구판 전체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경기를 이겼고(비록 필승조 다 소모하고 밤차타고 수원가야 하는데 늦게까지 피말리는 게임해야 했으니 손해가 막심하긴 해도) 신인급 선수의 생애 첫 끝내기 안타 등 기분을 풀 만한 요소들은 있으니 과도한 비난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데 야게에서 뭔가 말도 안되는 논리로 김광현 선수의 그 반칙을 쉴드치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진짜 기분 상하네요.
'스포츠 맨십보다 승리가 우선'이라구요? '승리를 위한 센스있는 행동일 뿐 문제가 없다'구요? 스포츠에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건 룰입니다. 룰이 있어야 승리와 패배를 가를수 있어요. 룰도 무시하고 반칙하는걸 옹호하면서 승리만 하면 그만이라니 웃기네요. 룰을 무시하면 승리도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왜 우리보다 쟤네가 점수 더 냈다고 해서 쟤네가 이기게 되는거죠?' 이런 넌센스도 허용되는 거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