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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9 12: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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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복지는 복지고 청년 복지는 포퓰리즘이라... 틀린 부분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반박해야 할지도 난감합니다만, 복지는 나랏님이 나랏돈으로 불쌍한 사람들 적선해주는 개념이 아닙니다. 이 나라에 속한 구성원이라면 최소한 이정도는 누려야 한다는 적정선이자 안전망이죠.
선별적복지란건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물론 복지의 종류 중 어떤 것들은 '선별적'으로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베풀어지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복지조차도, 특정 사람들이 불쌍해서 적선해주는게 아니에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최소한 이정도 이상의 삶의 질은 누려야 한다는 최소 안전망일 뿐이지 이걸 무슨 조선시대 나랏님들이 불쌍한 백성 구휼 나서는 걸로 착각하면 안된단 소립니다. 예를 들자면, 공중그네 곡예를 할때 그 한참 아래 지면과의 사이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죠? 곡예를 펼치던 사람 중에 누군가는 거기 떨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수많은 곡예중에도 한번도 그물 위로 떨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그네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해요. 아직 젊어서 미숙하다보니 떨어지기도 하고 나이 들어서 유연성이 떨어져 그러기도 합니다. 심지어 아주 능숙하고 경험많은 이도 살짝 삐끗하는 실수로 떨어지기도 해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안전그물망이 이런 일부 실수하는 사람들, 그물 위로 한번 이상 떨어져 직접 살이 그물 줄에 닿은 사람들만을 위한 걸까요? 아니요. 아닙니다. 살면서 단 한번도 그물 위로 떨어지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그물망의 혜택을 본 겁니다. 떨어져도 죽지는 않는다, 최소한 내 목숨은 보호받는 상태에서 곡예를 펼치고 있는거다, 하는 그 든든함, 안정감을 지원받고 사는거에요.
보험이란 일종의 도박과도 같습니다. 보험을 들어두는 동안 내가 사고나 질병 등의 불의의 사고에 노출 되느냐 마느냐 하는 도박이죠.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사건사고 한번 없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혹여 당할지 모르는 불의의 사태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믿음 하에 마음껏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혜택은 받고 있는 겁니다. 복지란 이런 보험과도 같은 거에요.
일부 종류의 복지가 마치 가난하고 힘든 사람만을 위한 선별적 혜택일 뿐 거기 해당 안되는 나같은 중산층이나 이재용 같은 갑부들에겐 해당사항 없는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을 하고 계신 겁니다. 이런 생각은 마치, '나는 30년 무사고 안전운전 경력의 베스트 드라이버니까 안전벨트로부터 받은 혜택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소리에요. 실제 사고를 당해 안전벨트로부터 생명을 구원받아 본 사람이건, 단 한번도 안전벨트의 작동(?)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건 우리 모두 그 혜택 하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기초생활 수급비 한번도 타본 적 없는 사람일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기초생활 수급비 제도의 혜택하네 살고 있는 겁니다. 중산층인 당신도, 재벌총수인 이재용씨도 모두 마찬가지로요. '살다가 어떤 불행을 만나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 떨어지더라도 나라에서 내 목숨만은 살 수 있게 최소한의 보호는 제공해준다, 나는 그런 나라에서 살면서 마음껏 경제활동도 하고 삶을 도전적으로 누리고 있는 거다' 이게 바로, 기초생활 수급비 한번도 타 본적 없는 사람들이 그 제도로부터 받고 있는 혜택이란 겁니다.
선별적 복지란건 말장난입니다. 복지제도를 왜곡하고 밀어내려고 기득권층이 만들어낸 아주 고약한 말장난일 뿐이에요. 일부 종류의 복지제도를 그런식으로 곡해해서 받아들이고는 그 개념을 다른 종류복지들에게까지 억지로 대입시키려고 드니까 엉뚱한 이야기가 나오는거죠. 무상 급식도 가난한 집 애들만 먹여야 한다, 무상 교복도 가난한 집 애들만 입혀야 한다 뭐 이런 막나가는 소리요. 무상 급식/ 무상 교복 같은 것은 가난한 집 아이들 밥 굶지 말라고 헐벗지 말라고 주는게 아닙니다. 우리네 아이들이라면, 대한민국에 소속된 아이들이라면 모두 우리가 낸 세금으로 밥 먹여줘야 한다는 개념이죠. 동시에 중요한 교육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너희가 가장 기본적으로 먹고 입는 문제에 대해서는 나라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제공해주겠다는 것을 교육하는 겁니다. 실제로 급식비 내는데 큰 어려움 없는 집안 아이들이라도 '대한민국 국민, 대한민국에 속한 어린이/청소년이라면 이정도는 최소한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란 점을 가르치는 것이고, 급식비 내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겐 '이 공짜밥은 너희가 가난하고 못 살아서 주는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일 뿐이다'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복지는 못사는 사람 나랏돈으로 시혜 베푸는 불우이웃돕기 같은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