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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1 1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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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자본주의vs공산주의의 이분법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이 남한테 경제학이 어쩌네 뭐네 가르치려 드네요 허 참...
아마도 어릴때 그렇게 배우셨겠죠. 공산주의는 실패한 체제고 자본주의가 승리했다, 옳다, 뭐 그렇게. 근데 그거 아세요? 자본주의도 실패했어요. 망한 체제에요. 지금 대부분의 부유한 나라들이 다들 자본주의 체제 기반인데 뭔소리냐 하실지 모르겠는데, 초창기 자본주의가 얼마나 개막장이었는지 몰라서 하는 소립니다. 그래서 순수 자본주의 경제논리는 망했어요. 망한 뒤에 공산주의와 섞인겁니다. 말들은 무슨 수정 자본주의네 뭐네 말장난을 하지만 지금의 주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 '공산주의' 뭐 이렇게 딱 둘 중 하나로 정의내릴 수 있는 그런 형태가 아니에요. 두가지가 적당히 섞여 있는 체제이고, 각 나라별로 그 섞는 비율을 어떻게 하는게 최선일지 각자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단계죠.
어릴때 그런 얘기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욕심을 간과해서 망했다"류의 말들요. 근데 자본주의도 똑같은 이유로 망했어요. 이쪽은 인간의 욕심을 너무 과소평가 했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자기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들을 공장 기계 밑 좁은 틈으로 꾸역꾸역 밀어넣어 죽건 말건 신경을 안 쓸 정도로 답이 없죠. 그래서 망했습니다. 단순히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틀려서 망한 수준을 떠나 이런 식으로는 결국 돈이 일부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집중될 뿐 경제가 굴러가질 않고 정체되면서 망하게 생겼었거든요.
냉전시대의 두 체제간 치열하고 냉랭한 전쟁은 양측 진영의 일반 피지배 계층 민중들에겐 이념 논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상은 양 진영의 극소수 지배계층 간 파워게임을 위해 자기네 피지배계층을 철저히 사상 무장 시키는 프로파간다에 불과했죠. 결국 공산권 진영이 경제,정치적으로 실패하며 패배하고 끝나기는 했지만 자본주의 진영 역시 순수 자본주의 이념을 그대로 지켜내 이념 논쟁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양대 진영 파워 싸움에서 한쪽이 이긴 것일 뿐 어떤 이념이나 사상이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는 소리죠. 자본주의 역시 분배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거든요. 안그러면 자기네도 경제가 안 굴러가게 생겼으니까.
흔히들 복지나 분배논리를 '이미 벌 만큼 벌었으니까 이제 한 숨 돌리고 그거를 나누는' 쫑파티 개념으로 착각하시는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복지와 분배는 성장과 대치되는 개념이 절대로 아닙니다. 어느정도의 성장을 이뤘으니 이제 성장을 멈추고 그걸 나눠가지는 파티를 하자는 소리가 아니란 말입니다. 자본주의 경제논리가 스스로의 한계에 막혀 더이상 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인,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부자들이 돈을 벌면 그게 그 아래 계급층에게 나눠질거라는 낙수효과는 철저한 환상이고 거짓일 뿐입니다. 이재용 한명이 쌀 한톨한톨에 금박 입혀서 금 밥 먹고 금 똥 싸고 금으로 만든 옷을 입고 산다고 한들, 이재용 제외한 나머지 4천9백9십9만9천9백9십9명이 시장에서 물건 몇개 더 소비해주는게 훨씬 더 경제에 도움을 줍니다. 경제학자들도 이것을 알고 있고, 심지어 지배계층도 이걸 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이름만 자본주의일 뿐 사실상 체제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산주의 체제의 여러 요소들을 도입했습니다. 그냥 아예 두 체제가 섞인거라고 보면 돼요. 어느 정도 비율로 어떻게 섞느냐, 어떠 어떠한 요소를 가져와 섞었느냐 하는 차이는 있습니다만 그것조차도 지금은 정답이 없습니다. 모든 나라들이 다들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것 뿐이에요. 중국도 자본주의 요소를 잔뜩 도입하고 있고, 북유럽 선진국들은 어떤 분들 들으면 기겁할 '빨갱이 정책'을 자본주의식 정책보다 훨씬 더 많이 수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와서는 단순히 어떠한 정책 하나를 도입하거나 제안한다고 "그거 공산주의 논린데! 우리는 자본주읜데!"하는 생떼는 한참 시대를 못 따라온 원시적인 소리에 불과해요. 그리 따지면 최저 임금제라거나 나라에서 사기업의 기업활동을 감시하고 간섭하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나라가 공산주의란 소리가 되는건데요? 나라에서 기업들 마음대로 하라고 놔둔 대가를 우리는 20여년 전에 혹독하게 치뤘습니다. IMF가 왜 왔다고 생각하세요? 국민들이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고 해외 여행 다녀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요??ㅋㅋㅋㅋㅋ 기업들의 방만하고 부패한 운영과 그걸 제대로 단속 못한 정부가 원인입니다. 그 대가는 전국민과 나라 전체가 떠안아서 나라가 망할뻔 했구요. 최근에 조선업계가 휘청하며 수십만이 일자리를 잃네 마네 난리가 난 이 사단은 왜 난 걸까요?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는데 몇년간이나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을 마련하긴 커녕 경영진 본인들의 개인 실적 부풀리기, 적자 숨기기에 급급해 방만하고 태만하게 운영한 결과가 지금 이 꼴인 겁니다.
그리고요, 우리나라는 경제 형태가 자유시장이네 자본주의이네 이런거랑 원래부터 거리가 한참 멀었어요. 나라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같은거 보장해 준 적 단 한순간도 없었던 나라입니다. 나라에 잘 보이려 로비하고 비리나 저지르는 정경유착 소수 대기업들 뒤만 철저히 봐주고 자기 입맛에 안 맞는 기업은 철퇴로 때려 박살내고, 독재시절부터 이어져 온 '존나 큰 정부'입니다.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는 초창기 자유시장 경제 논리로부터도 한참 동떨어져 있는, 정부가 경제에 어마어마한 간섭을 가하는 크고 잘 보이는 손에 의한 경제 운영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간섭이 '경제가 올바르고 깨끗한 방향으로 잘 운영될수 있게끔'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라 자기한테 뒷돈 잘 찔러넣어주는 놈들 뒤나 봐주는 식으로 엉터리 큰 손을 휘둘렀으니 나라꼴이 이 꼴이 된 거지만요. 자유시장 경제논리가 뭔지도 모르고, 우리나라 경제체제가 어떻게 굴러온건지도 모르면서 어릴때 교과서에서 앵무새 인사말 가르치듯 앵왈왱알 자본주의vs공산주의 대결구도 vs놀이에 함몰되어 갇혀 있으면서 누가 누굴보고 경제를 배웠네 마네 가르치려 드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