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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30 01: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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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나이 먹으니 연애하기가 힘들어지는거 같아요.
일단은 글쓴분 말씀처럼 주위에 내 또래는 싱글이 없어요. 결국 만나게 되는 상대는 나와 나이 차가 좀 나는 연하 이성들인데요, 그러다보니 입장차이가 좀 나게 됩니다.
연애란게 만나고 서로 알아가다 마음 맞으면 결혼 할 수도 있는 거지만, 반대로 만나다 서로 안 맞으면 이별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지금은 제 나이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게 되니까요.
솔직히 저 개인적으론 아직 결혼에 그리 급한 마음을 먹지는 않습니다. 나이에 쫓겨서 억지로 결혼을 서두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당장 빠른 시일 내에 결혼할 대상을 목표로 삼아 찾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냥 평범하게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하고 사귀고 서로 가깝게 알아가다가 마음이 맞으면 결혼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 맞지 않으면 다른 결말이 나더라도 감수할 수 있을, 그런 보통의 연애가 하고 싶을 뿐이에요. 사람을 만나고 사귄다는게 그런거니까요.
그러나 내 나이 때문에 상대는 좋건 싫건 마음에 부담을 가지게 될겁니다. 아 이 사람 나이 생각하면 이 사람이랑 사귀게 되면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야 하는구나, 하구요. 물론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로 인해 그 사람의 결정권이 제약받게 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가족들의 생각부터가 압박을 해올테죠.. 만약 내가 내 주변의 사람이랑 가까워져서 연애를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단지 나이 많은 나랑 사귄다는 이유 때문에 주변에서 '결혼을 전제로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게 될 겁니다. 나와 서로 잘 맞아서 결혼으로 이어진다면야 별 문제될 게 없겠지만, 만약 서로 안 맞아서 그 사람과 내가 헤어진다면 나는 둘째치고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람이 '결혼 전제로 누굴 만나다 파토난 사람'이란 낙인이 찍힐까봐 그것도 두렵습니다. 내 나이때문에 상대에게 무슨 민폐에요 그게.. 상대는 나랑 달리 아직 창창한 나이의 젊은 사람인데 말이죠..
워낙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고 살아야 하는 우리네 사회 특성상, 내 나이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는게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괜히 어떤 강요로 받아들여지거나 선택권을 제약하거나 혹여 이별하게 됐을때 민폐를 끼치거나 이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누굴 만나는게 더 조심스러워지네요.
게다가 뭐 스스로 결혼을 조급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것도 크겠죠. 아직 철이 덜 든건지, 그냥 혼자 이것저것 놀것 놀면서 사는게 즐거운데 굳이 마음 맞는 사람 찾지도 못했는데 억지로 결혼하려고 안달내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또 누군가와 가까워지려고 해도 상대방이 밀당을 하거나 시큰둥하거나 어떤 부정적 시그널이 조금만 보여도 아, 네, 죄송합니다 하고 노력을 관두게 되네요. 그게 단순 밀당이나 튕기는 것이건 혹은 진짜로 내가 그닥 마음에 안 드는 것이건 어느쪽이건 상관없이 나한테 호감 없다는데 뭐 서로 귀찮게 만들 필요 있나, 하고 마음이 돌아섭니다.. 어릴땐 밀당이냐 진짜 내가 싫은거냐 몰라서 대응 못했는데, 나이 먹고 나니 밀당이건 내가 싫은것이건 알면서도 대응 안하게 돼요.. 어느쪽이건 귀찮거든요...
나이를 먹다보니 연애를 시작한다고해서 막 감정에 휘둘려 앞뒤 안가리고 달려드는 실수는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밀당이나 서로 미묘한 감정 기싸움 같은 것들은 또 하기 싫죠. 수없이 해봐서 이미 뻔하고 귀찮고 피곤하니까요 그런 것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면 일단 교제하는 이성에게 해야할 예의를 다 합니다.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 서로 빨리 친해지고 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막 불타오르거나 해서 그러지는 않아요. 그냥 마음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알아보고 천천히 가까워져야지 여유롭습니다.
반면 상대는 한참 밀고 당기고 연애 초기의 감정 기싸움을 즐길 나이란게 문제죠. 내가 뭔가 친해지고 싶어 다가가면 튕깁니다. 당연하죠. 나이 많은 상대가 훅 다가서면 위에 말했듯 결혼이나 이것저것 부담이 많을테니 일단 거리를 두려고 하겠죠. 그래서 그럼 내가 천하태평으로 바꿨더니 기싸움 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누가 먼저 안달내게 되는지 보자 이거야? 이렇게요..
나이가 들고 나니 이런 밀당에서 살짝 밀면, 마치 무중력 상태에 있는것 마냥 한없이 쭉 밀려납니다. 안녀엉 하고 그냥 둥실 끝까지 가게 되네요.. 만약 밀당이 아니라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거라면 서로 더 잘 된거니까 뭐 달라질게 없죠.
상대가 밀당을 하는게 보이고 뭘 원하는지 알면 맞춰주면 될것 아니냐 싶겠지만, 그게 귀찮아요. 내가 아주 마음에 드는 사람이고 꼭 이 사람의 마음을 손에 넣겠다 싶으면 모르겠는데, 응 뭐 좋은 사람이고 호감이 가는 건 맞는데 내가 그렇게 타이밍과 눈치싸움과 스트레스를 감내해가며 '연애의 기술'같은 걸 쏟아부어 저 사람 마음 얻기 위해 노력을 해야하나? 나도 아직 저사람을 잘 모르고, 저사람도 나를 아직 잘 모를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더 어릴적엔 그렇게 일단 억지로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는 식으로 일단 상대 마음 얻고 보자고 필사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억지로 겉만 친해진다 해도 그게 연애의 끝이나 전부가 아니란걸 아니까 굳이 내 '운명의 상대'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그런 덧없어 보이는 노력을 쏟기 귀찮아지는 거죠..
뭐 이런저런 변명을 쏟아냈습니다만 결국 내 자신이 별 의지가 없는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확실히 나이 먹고 나니 이성교제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지긴 합니다. 남의 눈치 많이 보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에선 더더욱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