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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07: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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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진 놈들이 사립대 만들어서 돈세탁 용도로나 쓰고, 대기업은 사람 뽑을때 편하게 일렬로 청년들 줄 세워서 앞에서부터 커트라인 끊어가길 원하니 서로 손을 잡은게죠. 획일적인 입시교육으로 학벌주의를 공고히 해서 사학들과 사교육 시장은 비대하게 살찌고, 대기업은 인재발굴에 힘 쓸 필요 없이 편하게 줄세우기와 카트라인 잘라먹기로 고급 인재 긁어가고, 딱 이런 구조입니다.
그러나 학벌 좋아 대기업 들어간다고 해도 지금 시대엔 결국 신분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냥 재벌 최상층부와 거기 빌붙어 사는 소수 상류층 계급과, 나머지 대다수 노동자 계급간에 이미 건너갈 수 없는 높은 벽이 세워졌어요. 노동자 사이에서도 대기업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라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세분화된 계급구조가 나뉘긴 하지만 그건 뭐 똑같은 노예계급끼리 누구는 금사슬 누구는 은사슬 누구는 쇠사슬 목에 차고 있는 차이 정도일 뿐이죠.
IMF는 당시 정치권과 언론이 떠들어댄 것처럼 국민 대다수의 사치와 향락 때문에 일어난게 아니었습니다. 재벌 위주로 굴러가는 잘못된 경제구조 속에서 썩을대로 썩어빠진 재벌놈들의 비리와 협잡이 한계까지 달해 쓰레기봉투 터지듯 펑 터진 결과였죠.
이에 대해 재벌들이 받은 처벌과 제재는 솜방망이에 불과했습니다. 나태하고 방만한 경영,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로 기업을 말아먹고 나라 경제를 말아먹은 놈들의 후손이 지금도 여전히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지요.
대신 노동자들이 피똥을 싸야 했습니다. 재벌의 잘못으로 기업에 위기가 오자 애먼 노동자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리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쭉 기형적인 노동환경이 이어지고 있죠. 계약직이네 파견직이네 하는 말장난으로 언제건 노동자를 쓰다 버릴 수 있는 고용주들만 살판 나는 구조죠.
국민들이 금모으기네 뭐네 바둥바둥하며 회사에서 줄줄이 잘려 평생 몸바친 회사로부터의 엄청난 배신감과 앞으로 먹고살길이 막힌 막막함, 그리고 자신이 사회로부터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허망함과 싸우다 죽어갈 동안, 그렇게 살아난 대기업 재벌가는 노동자의 피값으로 자기네 살을 찌워갔습니다.
노동자 필요할땐 어디서 대충 데려다 쓰다가 볼일 없어지면, 혹은 오래 일한만큼 돈 올려줘야 할 때가 되면 손쉽게 자르고 내쫓을 수 있는 그들만의 천국 속에서 아주 신나게 배를 불렸습니다.
비리나 횡령으로 잡히면? 재판장에서 휠체어 프릭쇼 한바퀴 보여주고 고오급 교도소 특실에서 요양 좀 하다보면 경제 살리기 특별 사면 같은걸로 풀려나오고 끝이거든요. 며칠 뒤 광복절날 보세요. 볼만할 걸요?
어디 노동자 뿐인가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기술 빼먹고 짓밟고 지랄쳐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중소기업들이 자신들만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을 개발하는 것 조차 벅찬 환경 속에서 어째저째 개발해 냈다 하더라도 지켜낼 수가 없습니다. 시발 대기업 문어발 짓거리에 동네 빵집 커피집까지도 다들 내쫓겨 나가는 판국인데 중소기업들이 버텨낼 수 있을리가요. 좋은 기술 있으면 대기업이 그대로 훔쳐갑니다. 법적으로 따지고 들면 대기업 초호화 법무팀께서 그냥 시간만 질질 끌어요. 한 십년 뒤쯤에 중소기업이(그때까지 남아있지도 못하지만 보통) 승소한다 해도 이미 그때쯤엔 그 기술로 단물 뽑아 먹을 건 대기업이 다 뽑아 먹었고, 푼돈 주고 끝나는 식이죠. 이러니 중소기업들은 얌전하게 대기업 밑에서 하청이나 받아먹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인재 발굴과 채용은 많은 리스크를 안게 되는 일입니다. 자기네 회사에 필요한 인재가 어떤 인물인지, 자기네 회사의 특성과 상황, 지금과 미래의 전체 판도 변화 등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능을 숨기고 있을 인재들을 고르고 골라 다듬고 키워 쓰는 투자죠. 당연히 성공 가능성만큼이나 실패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기업의 기본 의무에요.
근데 대기업은 이걸 안 하려듭니다. 모든 청소년을 단 하나의 획일적 잣대로 일렬로 줄을 세워버리는 입시교육의 목표는 딱 이겁니다. 인재에 대한 평가를 존나 편하게 날로 먹겠다는 거요. 청소년들은 각각 다듬어지지 않은 고유의 천연자원 같은 존재들입니다. 누구는 석탄 누구는 철 누구는 우라늄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죠. 근데 입시교육은 이 모든 천연자원을 몽땅 화로에 털어넣고 누가누가 불에 잘타나 테스트를 하는 꼴입니다. 연료로서의 가치가 높은 석탄 석유 같은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야 고평가를 받겠죠. 근데 철, 금, 구리 같은 다른쪽의 뛰어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은 단지 불에 안탄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웃기는 입시교육 줄세우기가 유지되는 이유는, 학생들의 교육 평가를 날로 먹고싶어하는 나태한 교육부 관료들과, 비대해진 (그리고 돈 가진 놈들의 돈세탁소 역할을 해주는)사교육 시장, 마지막으로 이렇게 일렬로 줄 세운 인재 시장에서 간편하게 커트라인 끊어 인재수급을 받으려는 대기업의 게으른 인사정책이 더럽게 엉겨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기준으로 인재를 강제 일렬 줄세우기를 해두면,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과 인재 확보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다양한 인재들이 시장에 막 섞여 있으면 대기업이 놓친 숨은 인재가 중소기업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나거나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그냥 강제로 한가지 기준으로만 줄을 세우고 그것을 강제로 계급화 해 고착시킨 후에, 중소기업보다 약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커트라인 끊어 줄 앞에서부터 갈라먹기를 합니다. 이런 짓은 자신들의 인재 발굴 과정에서도 비효율을 자처할 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인재발굴과 육성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중소기업들을 더더욱 불리한 위치로 몰아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또 이렇게 뽑은 인재도 험하게 막 굴리다 내쫓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IMF 이후 전반적인 노동환경 불안정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고용 유연화 운운하는 개소리로 노동자들을 짧게 써먹다 돈 더 들어갈 거 같으면 내쫓고 다른 싼 노동자 새로 구해 충당하는 양아치 짓거리가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계약직/파견직(박근혜 무능정권은 이걸 더 확대하겠다고 지랄 중이시죠? 미친 새끼들ㅋ)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정규직들 역시 IMF 이전 같은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사람이 먼저다 어쩌고 하던 기업 있죠? 네, 자기네 삽질로 기업 어려워지니까 사람을 먼저 자르더군요.
이런 식이니 노동시장에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없어요. 고용주와 노동자의 계약관계란, 일단 고용을 한 이상 일이 있건 없건 매달 월급 주고 복지 주고 연말 연봉 계산해 올려주고 해야되는 그런 관계인데, 저 썩을 고용 유연화 어쩌고 개양아치짓은 철저하게 고용주 자기네 유리한대로만 하겠다는 땡깡인 겁니다.
예를 들면 결혼을 했으면 좋을때나 싫을때나 웃을때나 울때나 어쨌거나 둘은 계속 부부여야 되는데, 지금은 이런거에요. 고용주씨는 존나 자기 배고플때만 노동자양에게 우리 부부잖아? 밥차려!를 시전합니다. 그리곤 월급 들어온 날은 내가 번건데 니가 왜 달라 그래? 남의 돈 탐내고 있어! 남남을 시전합니다. 쎾쓰 하고 싶을땐 우리 부부잖아 옷 벗어를 시전하다가도 임신해서 못해요 라니까 그럼 너 이혼! 이러고 다른 젊은 여자 찾아갑니다. 적나라하게 말했는데, 계약직이란게 이런거에요. 파견직은 그나마 혼인 도장도 안 찍고 사기쳐서 같이 사는 결혼사기고요. 사람이 먼저인 기업을 보셔서 알겠지만 정규직이라고 다를게 없어요. 그냥 좀 자르는 절차가 좀 더 번거로운 부품 조각 쯤으로 봅니다.
이런식이니 노동자들은 죽어나가고 일의 노하우가 인재의 손에서 점점 발전하고 숙달되며 효율이 올라가고 기업도 발전하고 이런 정상적인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긴 커녕 기업도 발전을 못한 채 정체됩니다. 고용주, 재벌 일가만 신나게 배 불리는 구조에요.
IMF가 우리나라의 비극이라는데, 천만에요. 99% 대다수 국민들에게만 비극입니다. 1% 재벌과 그들에게 부역하는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 상류층 인간들에겐 존나 횡재이자 기회였어요. 그 과정에서 재벌 중 몇놈이 고꾸라지고 자기네끼리 순위 재정리 하는 소동이 좀 있긴 했지만, 살아남은 놈들은 존나 꿀 빨며 비정상적으로 배를 불렸죠. 노동자의 피라는 이름의 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