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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4 00: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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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은 정치공학적 상식에 비춰 생각했을때, 집권여당인 새누리 당 내의 권력지형도가 변했어야 정상인 선거였습니다.
대통령 임시는 절반을 넘어 후반부로 가고 있고 지지율이 떨어지며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여당 간 선 긋기를 슬슬 시도했어야 하는 지점인 거죠. 여당 내 비박계가 새롭게 권력을 잡았어야 정상적인 흐름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막을 수 없는 대세이고, 그나마 여기서 박근혜가 해먹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전임 이명박처럼 차기 권력자(여당 내 유력 대선주자, 당대표, 혹은 이 둘을 겸하고 있는 사람)과 거래를 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남은 권력으로 힘을 실어주며 동시에 약점을 잡고, 그것을 가지고 자기 임기 후의 안전을 보장받는 거요.
그러나 박근혜는 (그 처참한 무능력 수준에도 불구하고) 끝갈데를 모르는 대단한 권력욕으로 그 총선에서조차 비박계를 짓누르고 공천권을 마구잡이로 휘둘렀어요. 그러나 당시 당대표이자 새누리당 내 차기 유력 대권주자이며 비박계를 이끌던 김무성은 병신같이 휘둘리기만 했습니다.
김무성으로서는 박근혜의 공천폭력 앞에 멍하니 당하기만 해서는 답이 없었어요. 친박 공천으로 총선에서 새누리가 이긴다면 본인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어 금방 팽 당할 처지가 됩니다. 친박 공천으로 총선에서 패배하게 되면 당대표로서 책임은 다 뒤집어 쓰고 비박계에게도 병신 낙인 찍혀 나가리가 되는 상황이었어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다면, 당연히 청와대에 맞서 공천권 사수하며 싸우는 시늉이라도 보였어야죠. 근데 진짜 호구 병신마냥 일방적으로 밀려나기만 하더니 결국 총선에서 패배하고 그 책임은 뒤집어 쓴 채 탈당해서 승리해 돌아온 군소 비박계에게 완전히 밀려난 꼴이 됐습니다.
김무성이 설마 이걸 몰라서 멍하니 당하기만 한 걸까요? 아뇨 아는데도, 이러나 저러나 죽을게 뻔한 상황인데도 저항조차 못했어야 할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보는게 합리적 추론일 겁니다. 당시 김무성과 청와대가 공천권을 두고 당청간 갈등 조짐을 보이던 시점에 김무성 사위 뽕 스캔들이 터졌어요. 근데 재미난건, 위협은 그 패를 공개하지 않고 당사자에게만 보여줬을때 효과를 발휘합니다. '너 이시키 말 안들으면 이거 확 까발린다?'하는 거죠. 근데 김무성 사위 뽕 스캔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패를 깠어요. 왜 그럴까요?
제 생각엔 아마도 그 사위 마약 스캔들이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인게 아닐까 하는 겁니다. 사위 마약 스캔들을 터뜨렸는데, 그런 대형 사건조차도 실제 위협용으로 안 까발리고 숨겨둔 비장의 패가 아닌, 보여주기 용 패였을거란 추측이죠. 이걸 까면 너는 치명상을 입는다, 그럼 너도 뭐 죽자사자 이판사판 달려들 수도 있으니 까지는 않겠지만 알아서 기어라, 이런게 아니라, 진짜 숨겨둔 패를 생각하면 이정도는 맛보기로 까발려도 되는 패다, 란 거죠.
대체 여당 대표 사위가 마약쳐먹은 것 조차도 맛보기에 불과한, 그 뒤에 숨어있는 더 큰 진짜 약점의 몸통이란 대체 어떤 걸까요?? 상상조차 가질 않네요.
유야무야 솜방망이로 덮고 끝나긴 했는데, 여당 대표가 자기 정치생명이 끊어지는 와중에도 찍소라 못하고 정치적 죽음을 택할 정도의 엄청난 약점... 당 대표 사위 마약 스캔들이란 어마어마한 사이즈인데 그것조차도 간보기용 패에 불과했다면 대체 그 몸통은 뭐 어떤 걸까요?
대통령이 사이비 교주 딸년한테 놀아나 국정을 다 떠넘기고 해외 여행에 샥스핀 시식이나 즐기고 있었다는 인간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대형 스캔들이 터진 마당에 이젠 정말 뭐가 더 나와도 놀랍진 않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