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87
2017-01-01 02:30:27
9
문재인이 궁물당에 저렇게 손 내밀면 궁물당은 절대 그 손 잡을 수 없죠. 원내 의석수, 지지율에서도 압도적으로 밀리는 처지잖아요. 민주당은 명실공히 제1야당인데다 현재 정권교체 민심을 주도하는 입장이고 궁물당은 탈당한 비박계 개보신탕의 등장으로 그나마 2등 자리마저 밀리게 생긴 상황입니다. 당내 대표 대권 주자 지지율도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중이구요.
이런 세력은 원래 나름 제 3세력으로 규모를 키우고 여기저기 간보기 줄타기로 자기 이익을 챙기며 자신들만의 차별성을 어필해야 살아남는 법인데 지금은 규모도 오히려 줄고 있고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만들어보겠다고 시도한 간보기 줄타기 덕에 오히려 야당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상실한 판국입니다. 니들이 새누리냐 야당이냐 하는 소리마저 들으며 박쥐 이미지만 굳어져 지지율이 개차반이 된거죠(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반 박근혜, 반 새누리 운동에 그대로 찬성만 했다면 오히려 차별화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묻혀 사라질 운명이었겠죠. 즈엉이당이나 군소 정당들이 제 1야당과 기회만 생기면 투닥투닥 트집잡기에 나서는 이유는 이런 필사적인 생존 몸부림 전략인 겁니다. 궁물당은 애초에 민주당 내에서 자기네 계파 싸움질 하다 수틀려서 나온 인간들이라 딱히 차별화 할게 없었단게 근본적 문제지만요)
위기의 순간이 오니 별 수 없이 비박계 개보신탕이랑 손 잡을 악수라도 던져야 할 판이 됐습니다. 물론 궁물당의 유일한 지지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이 그걸 용납할지는 의문입니다만, 다음 총선까지는 한참 남았으니 그렇게라도 덩치를 키워 살아남아 보겠단 짓거리죠.(그러나 이건 정치공학적 이유를 떠나 도덕적으로 용납이 안 될 문제입니다. 호남을 새누리 잡것들한테 남기려 들다뇨. 이건 그야말로 제2의 3당 야합이 될 역사 앞의 대죄입니다)
여기서 문재인이 궁물당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보여주면, 명분으로도 옳은 일이고 민주당이 야권에서 큰형님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행동인데다 범야권의 반정권 투쟁을 리드하는 구도를 그대로 굳히기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나 박지원은 그 손을 잡을 수 없죠. 잡는 순간 궁물당은 민주당에 눌려 서서히 말라죽는 수순을 밟을테니까요. 더이상 제3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기에 사실상의 당 생명이 종료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별수 없이 뿌리칠 수 밖에 없지만 이로써 궁물당의 이미지는 졸렬하고 속좁은 집단으로 고착되겠죠. 게다가 향후 개보신탕과 손 잡는 것도 더 리스크가 커지게 됩니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뭉쳐야 할 시기에 제1야당이 통크게 내민 손은 졸렬하게 뿌리쳐놓고 여당 찌끄레기 새눌당이랑은 손 잡네? 딱 이런 구도가 되니까요.
호남 유권자들이 총선 투표를 다시 하기까지는 앞으로 3년이 더 남았지만, 조기 대선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궁물당이 야권을 분열시키고 민주당의 대범한 제안은 뿌리쳐놓고 다름아닌 무려 새누리당과 합쳤다, 이건 당 덩치만 키워놓고 지지기반은 박살나는 악수가 될겁니다.
결국 박지원과 궁물당은 지금 외통수에 몰려 뭘해도 망하는 위기에요. 그러니 최악의 병신짓을 해서라도 살아남겠다고 고약한 머리를 굴리는 중인거죠. 민주당이 거기에 대고 야 우리 힘을 합쳐보자 웃으면서 손을 내미는 건 매우 현명한 스탠스라고 봅니다. 원칙주의자 문재인이 딱히 어떤 전략적 이유를 가지고 이런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말그대로 명분과 원칙대로 행동하고 있는거 같지만) 이런 '정도를 걷는 길'이 '온갖 꼼수와 교활한 책략만 부리는' 박지원을 오히려 더 궁지로 몰고 있단 사실이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