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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똘이군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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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wedlock_2059
    작성자 : 똘똘이군
    추천 : 11
    조회수 : 1829
    IP : 89.93.***.231
    댓글 : 27개
    등록시간 : 2016/05/27 07:16:38
    http://todayhumor.com/?wedlock_2059 모바일
    꼬꼬마 시절 눈뜨고 불륜할 뻔한 노잼이지만 처녀들은 볼만한 이야기
    팥빙수라면 신장을 팔아서라도 먹고야 말았던 그때의 나는 그냥 그 자리에 단지 팥빙수를 얻어먹으려고 앉아 있었다.
    습기를 한껏 빨아들인 햇살이 두개골을 뚫고 들어와 뇌수를 팔팔 끓일 것만 같은 한 여름의 정오를 지나 하루의 더위는 살짝 꺾여있었고
    두 사람 앞에 놓여진 소복한 얼음과 달달한 단팥은 숨이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진짜 서로 터치를 안해.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거지.

    아 그러시구나.

    그치. 다른사람들 같지 않달까?
    와이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의 이성친구에 대해 묻지도 않고 배려해주는 편이야.

    아 그러시구나.

    응. 내가 여자친구를 만나도 와이프는 이해해주고 터치하지 않아.
    그리고 뭐 거의 핫핫핫 그렇지 뭐.
    그냥 오랜 친구라고 해야할까?
    인생의 동지라는 그런 느낌이지 이제는 뭐...






    말끝을 흐리며 남자는 창밖에 부딫혀 산산히 조각난 햇빛을 건드리고 있는 녹색의 플라타너스로 시선을 옮긴다.
    시선의 끝에는 유리창에 비친 이제 갓 화장을 시작한 듯 오렌지빛 립스틱이 약간은 어색한 여자의 얼굴이 있다.






    아 그러시구나.





    여자는 애가 탄다.
    일단 타는 듯한 더위는 둘째치고서라도
    가게 저녁준비시간에 잠시 눈을 붙이려는 여자를 날이 더우니 팥빙수라도 먹자며 억지로 데리고 나와 
    먹지도 못하게 계속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남자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여자가 지금 앉아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쪽잠을 자는 것보다 팥빙수를 먹고 싶었던 유혹, 그리고 어른이 먼저 먹자고 나온 것이니 
    한 5분가량 타는듯한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을 감수하기만 한다면 별 비용이 들지는 않겠거니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팥빙수는 그 이름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그 너머의 남자는 여자가 빙수 그릇에 수저를 집어 넣을 기회를 주질 않는다.





    응.그렇지 자기는 요즘 여자잖아?
    그런거 이해하지? 부부끼리 서로 사생활 존중해주고 터치 안하고 쿨하게 사는거.
    요즘 여자들 그런거 다 이해하더라고.
    그리고 우리 와이프도 그렇고. 

    아 그러시구나.

    난 와이프 남자친구도 몇 알아.
    와이프 그 친구들이랑 술도 늦게까지 마시고
    그 친구들네서 잠도 자고 오고 여행도가고 그래.

    아 그러시구나.
    되게 멋있게 사시는거 같아요.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지? 나도 그래. 그게 멋진것 같아.
    결혼했다고 서로의 이성친구나 사생활 터치하는거 너무 구식이잖아.
    요즘이 어떤 시댄데 안그래?

    네 그런것 같아요.





    남자는 대답하느라 오물거리던 여자의 오렌지빛 입술을 바라보던 시선을 그대로 둔 채
    수저를 들어 이제는 차가운 팥죽으로 불러야할 빙수에 수저를 찔러 넣는다.





    아 다 녹았네. 내가 이렇게 생각이 없네.
    자기처럼 어리고 예쁜 아가씨랑 있다보니까 먹는 것도 잊어버렸네.
    남자가 이렇다.
    어리고 예쁜여자 앞에서는 긴장해.
    바보같거든.
    어서 먹자. 다 녹았는데 다시 하나 더 시킬까?

    아니에요. 이거 먹으면 돼요.






    하얀 양 볼은 더위에 달궈져 발그레해진 것인지
    드디어 팥빙수 맛을 좀 볼 수 있다 생각이 들어 그런 것인지
    여자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수저를 들어 올려 눈을 깜빡이는 순간 남자의 수저가 여자의 입술 앞에 도착한 것이 여자의 눈동자에 들어온다.





    자 먹어봐. 요새는 이런거 이렇게 먹여준다며?
    나랑 와이프 연애할때는 이런거 꿈도 못꿨다 사람들 눈치보여서.
    자. 

    아 네.




    어른이 시키는 일은 거스르지 말라는 말을 부모님의 말씀이 세상 다시 없는 진리인양 알고 있던 여자는 
    오렌지빛 입술을 벌려 물이 뚝뚝흐르는 수저를 삼킨다.
    목구멍으로 넘긴 차가운 덩어리가 꿀꺽 넘어간다.
    닫혀진 입술 사이로 여자의 체온에 금새 미지근해진 얼음물이 두어방울 턱을 따라 흐른다.
    남자는 맨손으로 여자의 턱에 흐르는 것을 닦아 혓바닥으로 핥는다.





    자기는 가게에서는 똑부러지는데
    이럴때 칠칠맞네. 귀여워죽겠다. 이래서 어린 여자들하고 이야기하나봐.

    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 명치에 스쳐가는 싸늘한 느낌이 빙수가 너무 차가워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여자는
    시선을 빙수그릇에 고정한 채 수저를 들어 다 녹은 팥빙수를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빨간색, 오렌지색, 초록색의 빙수 젤리들이 수저를 그릇에 넣을 때마다 이리저리 춤을 춘다.











    ----------------

    내가 저 양반 나이가 되고 회상해보니 진짜 전 사자 아가리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던 상태였더군요.
    어른이 되고 일해서 돈도 벌고 대학도 들어가고 하니 전 제가 어른인 줄 알았는데
    저는 수작을 부리는 놈이 수작을 부리는지도 모르는 어린애였어요.
    그러니까 안 넘어간거겠죠. 생각보다 너무 어린애였으니까.

    살면서 보니까 불륜하는 놈들의 시작은 두 부류더군요.
    나는 와이프랑 쿨한관계다라는 놈들과 와이프랑 사이가 좋지 않다 이혼하고싶다라는 놈들.
    물론 둘다 거짓말이죠.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보니 
    세상에 쿨한 관계는 얼굴아는 사이라면 존재할 수 없고
    이혼은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게 아니더이다.

    그냥 밤이 깊었길래 생각나서 써봤어요.

    출처
    똘똘이군의 꼬릿말입니다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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