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런공 찰리의 집을 떠나 쉘하버에 미리 연락된 웜샤워의 집까진 28km ㅎㅎ 정말 거북이 같은 속도로 멜버른을 향해가고 있다. 찰리는 쉘하버까진 정말 "플랫~플랫~ 돈워리" 라고 몇 번을 말해줬고 말그대로 여태까지 달린 구간중 최고로 편하고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코스였다.
평지라서 좋아?
평지라도 힘든데?
호주에서 아침나절이나 휴일에 라이딩을 하다보면 짐을 잔뜩 달고 라이딩 하는 우리를 보고 인사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가끔 서서 말을 걸기도 하는데..
상의탈의한 남자의 접선!
A1 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몸 좋은 왠 청년이 말을 건다 역시 대화는 명실에게 맡겨 놓고 영어 울렁증에 조금 떨어져 있는데 왠지 모를 대화가 길어져서 가까이 가보니 종교 이야기가 한참이다 ㅋㅋㅋ 뭐 전도 하는건 아니었고 이것저것 묻고 대답하고 자신이 궁금해 하는 이유를 대화중 내가 호주 쉘하버 A1 도로 한복판에서 웃통 벗은 남자와 종교 대화를 나눌줄이야.. 샤방샤방 달리다보니 출출허다 올커니 밥때가 되었구나. 찰리 집에서 비빔밥 재료를 사면서 우리의 도시락 재료도 사두었었는데 치즈 한덩이와 햄 수십조각 ㅋㅋㅋ 거기에 양상추 넣으면 샌드위치 뚝딱
찐계란은 사랑입니다.
이 날부터 우리의 아침과 점심에 거의 찐계란이 포함됐는데 마트에서 6개사서 2개 아침에 먹고 4개 점심에 빵과 함께 먹으면 아주 알찬 식사가 되어준다.. 물론 우린 거기에 과일도 먹고 자전거 여행자 치고 아주 잘챙겨 먹고 다니고 있지만 ㅎㅎ 점심 먹고 좀 쉬다가 30분쯤 달렸을까. 이거 또 달릴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풍경을 마주하고 평지.. 아주 중요하다 평지를 달릴 수 있었다.. 그럼 쉬어가야지.. 어짜피 28km 만 달리면 되는데 뭐..
여행을 할 수록 주접이 늘어간다.
좋은풍경에는 역시 물구나무
그렇게 평온하게 달리며 바닷가를 마주한 집들을 한 채 사니 마니 하면서 (거지주제에 ㅋㅋ) 한 시간쯤 달렸을까.. 경사가 아주 심한 언덕을 하나 가뿐히 넘어주고 웜샤워 집에 도착했다.
이 웜샤워에 대한 얘기는 길어도 꼭 해야하는데 집주인인 본인과 부인은 일본으로 스키여행중인데 우리를 게스트로 받아준 사람이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 딸에게 연락하면 문열어 주러 올꺼라며 편히 쓰라고 메세지를 남겨준 사람. 내 기준에서는 도통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지만 큰 감사의 인사를 해야하는 것도 맞다. 우릴 뭘 믿고 집 한채를.. 그것도 가전제품, 가구 기타 등등이 다 있는 상태로.. 연락 받고 온 딸도 역시 쿨내 풀풀 풍기며 냉장고에서 필요한거 있으면 꺼내 먹고 각종 향신료 및 조미료도 많으니 알아서 꺼내 먹어도 된다고 하고 편하게 다 쓰라고 말해준다. 게다가 안방의 침대보와 이불도 갈아주며 안방이 좋으니 안방을 쓰란다 허허... "너의 부모님이나 너나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안방을 쓰라니...
한국에서 살던 집크기의 거실
그런 거실이 2개...
엄청난 주방
그리고 마당엔 수영장...
정말 대저택이 었다.. 어찌 이런 집을 생판 남에게 막 내어주는가. 게다가 뭘 믿고 열쇠까지 주고 딸은 쿨하게 가버리는가.. 이해안되는건 안되는 거고 우리 왔으니 놀자!!
이런 바다가 5분거리인 호스트집
그럼 제가 한번 들어가보겠습니다
기분좋아 바지먹으며 물구나무!!
쉘하버 웜샤워 집에서는 3일간 쉬어가기로 했다. 쉬는건 우리 특기니까.. 게다가 쓸모없는 짐이 많다 판단되어 일부의 두꺼운 옷과 짐을 소포로 보냈다. 그래도 짐은 많지만.. 으으 욕심이여..
얼굴도 타고 슬슬 여행자분위기가 풍기네?!
크흐 이런 바다배경이라니!!
이 웜샤워 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뒷마당이다. 뒷마당에서 바로 바다로 내려갈 수도 있고 (수영 하는 바다는 아니지만) 탁 트인 오션뷰로 별 다섯개 붙은 호텔 부럽지 않다.
오션뷰에서 저녁먹는 기분!?
좋습니다!!
뒷마당 뷰가 정말 좋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뒷마당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도 흐른다.
게다가 밤에는 별이 쏟아진다..
그래서 준비한 밤하늘 타임랩스. 길지 않은 동영상이니 꼭 보고 가시길 강추합니다.
(소리주의. 화질 좋게 해서 보시면 더 좋겠죠. )
밤하늘이 정말 아름다워서 소금기 가득 품은 바닷바람 불어오는 뒷마당에 카메라를 고정해두고 밤세 자동으로 사진을 찍게 했다.. 누가 훔쳐가면?? 으..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아름다운 밤하늘.. 아름다운 밤을 봤으니 아름다운 일출도 보고 싶었다. 우리는 동쪽 바다를 끼고 달리고 있으니 바다쪽에선 매일 해가 뜨고 있으리라.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이 오묘한 하늘을 보고 싶었다.
구름이 낮게 깔려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다 보진 못했지만 순간 순간 청명한 하늘의 색깔이 변하는 장면은 새벽잠과 바꾸기에 충분했다.
환상적인 일출까지 보고 나니 이 집에 하루 더 있고 싶어졌다 원하는 만큼 쉬다 가라는 호스트의 말이 기억나 서둘러서 메세지를 보냈는데 안타깝게도 사촌이 집을 주말동안 쓰러 온다고한다.. 하아.. 아쉽.. 그래서 우린 아쉬운 마음에 점프했다 ㅋㅋ 미리 구글맵으로 경로를 보니 언덕도 많고 쉘하버에서 띵가띵가 베짱이로 살다보니 기차구간 끝까지는 점프하자라는 결론을 내서 보마데리라는 곳까지 기차로 이동 했다. 헤헤.. 그리고 보마데리에서 캠핑장을 찾아 헤매고 다녔는데 처음에 고른 가격 저렴한 캠핑장은 오피스도 없고 물도 화장실도 없는 곳이라..그냥 나왔고 결국 A1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허름한 카라반파크에서 하룻밤.
오늘은 여기가 우리집
이곳 카라반 파크는 타운 바로 옆에 위치하기도 했고 도로변 바로 옆이기도 했는데 조금 신기한 분위기인것이 휴가 혹은 놀러온 사람들이 아니라 이곳 카라반에서 생활.. 그야 말로 사는 사람들 같았다.. 뭐 우리야 사는 사람들이던 아니던 상관 없지만 가끔 영화에서 보던 카라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랄까?
물소독중입니다.
이 캠핑장에서는 사진도 못찍고 그저 저녁준비해서 먹고 자고 출발한 곳이다. 그래도 이때부터 미리 준비해간 정수기(소독기?)가 힘을 발휘했는데 호주는 그냥 수돗물을 마시는 나라라서 안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배탈이라도 나면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초보 자전거여행자기에 꼬박꼬박 수돗물을 소독해서 마셨다. 호주는 생수 가격이 꽤 비싼편이라 챙겨오길 잘했다 싶은 장비! 쉘하버에서 푹 쉬었겠다 점프도 했겠다 이제 한번 달려봐야지!! 다음 행선지는 48km 정도 떨어진 Sussex inlet
하아 힘들어..
이때는 몰랐다 우리가 웜샤워도 카우시서퍼 호스트도 구하지 못해 일주일 넘게 캠핑장을 전전하게 될 줄은..
느아아아ㅏㅏ 오르막 싫다!!
쉘하버까진 날씨도 흐리고 달리기 좋았는데 이 날 부터는 해가 쨍쨍 내리쬐서 낮에는 그늘 찾아 쉬지 않으면 안되는 날씨로 변신했다. 그래서 나도 정신 못차리고 라이딩 사진 몇 장 안찍고 캠핑장에 도착
도착했으니 집만들자.
얼마나 힘들었으면 렌즈 후드가 돌아간 것도 몰랐네..
집 만들었으니 밥먹어야지?? 밥 당번은 내가 맡고 있기에 서둘러서 밥 준비를 한다.
뭐 훔치는중 아닙니다 밥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사방에서 어찌나 쎄게 불어재끼는지.. 막을 길이 없어 남의 집 창고 밑에서 밥하는 처량한 신세 반찬은 양상추와 소세지 스팸 볶음.. 정체모를 양념을 해서 매콤하게 ㅎㅎ 우린 찰리네 집에서 비빔밥에 쓰고 남은 고추장이 있으니까!!!
보이는건 이상해도 꿀맛!
자전거 여행 + 캠핑 조합을 막 시작 한 나는 벨런스를 찾기 참 어려웠는데 힘들게 도착했으니 텐트치고 좀 쉬고 싶고 수영장 있는 캠핑장이면 수영도 좀 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그러다 보니 찍어 놓은 사진은 쌓여가고 블로그 업뎃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핑계야 인터넷을 맘대로 쓸 수 있는 캠핑장을 잘 만나지 못해서라고 하지만.. 그때 그때 사진 수정도 하고 이것저것 해야할 일이 많은데.. 밸런스가 참 어렵다.. 여튼 밥먹고 빈둥빈둥 하다보니 어김없이 별이 떠오른다.. 그럼 사진 찍어야지!
영롱한 밤하늘 그러나 사진실력이 저질.
이 캠핑장 누구도 밤하늘이 신기하지 않은지 심드렁하게 다니는데 나혼자 길바닥에 앉아서 삼각대 꺼내 놓고 사진찍고 있으니 캠핑장 주인이 "굿 포토그래퍼~ 뭐찍니?" 라고 물어서 "밤하늘" 이라 대답했더니 .. "뭘 그런걸 찍어~" 라고 하고 사라졌다.. 난 뭘 그런걸 찍으며 이곳에서 밤을 보냈다. from 시드니 : 약 220 km 자전거 여행 8일차 (한국 떠난 지 약 10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