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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씨는 오늘도 우편함 앞에서 망연자실 서 있다.
음…….수도세, 도시가스, 전기세……통지서, 어쩌지? 경아씨는 아직도 오는 편지들-엄밀히 말하자면 정석에게 오는 편지들, 그것들, 그것들만 보면 오늘도 그냥 속옷만 입고 학교에 간 아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학교를 떠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렇다.
주소도 안 옮겼어 게으른 새끼.
방앗간 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경아씨가 서 있는 그곳까지 알싸하게 방금 빻은 고춧가루의 냄새를 불러오는데 경아씨는 이상하게도 배가 고프다. 어제 먹었던, 그리고 토했던, 순대. 그것과 함께 하는, 표준어만큼 구하기 힘든 고춧가루 소금. 그걸 먹고 싶다. 당장. 지금. 여기서.
오늘도 샤워거품은 만족스럽지 않다. 수건을 두르고 머리를 말리는 동안에도 계속 무엇인가 잊어버린 느낌은 경아씨를 따라다닌다.
그걸까, 편지. 정석이에게 온 편지.
글쎄 카드 값일까, 혹은 전에 커플링 가게에서 날아온 할부금이야길까, 이, 손으로 쓴 주소는……보내는 이가 없군. 뜯어볼까, 뭔지를 알아야지 나두. 나에게 온 걸 수도 있는데, 나 참 이 편지는 정 없이 프린트 한 거잖아.
뭐랄까, 경아씨는 즐겁다.
어쩌지, 이건 꼭 받아야 하는 거잖아. 음…….어쩌지? 이것 때문에 연락하는 것도 웃기잖아…….그렇다고 벌금을 물면 나한테 지랄할 텐데.
그랬지 걔는 지랄하는 게 특기였어. 지금생각해보면 첨 만날 때부터 그 지랄 어떻게 숨겼나 몰라. 암튼 나도 돌았지. 돌았어.
경아씨는 수건을 젖히고 거울을 본다. 배를 만진다. 경아씨는 다시금 배가 고프다. 갑자기 생각난 듯 창문을 보면서 수건을 두른다.
경아씨의 원룸을 훔쳐보던 그 남자. 아침이 올 때 까지는 절대로 깨어나지 않던 ‘그’. 경아씨는 홀로 아침을 맞이하곤 한다.
경아씨는 텔레비전을 보기로 한다. 현대 문명의 가장 큰 혜택 티브이, 실상 아니더라도 조용하지 않다. 조용하지는 않다.
경아씨는 일부러 애써 쓰레기통 쪽을 보지 않으려 한다.
이삼일 간의 쓰레기들. 경아씨가 자신의 손으로, 혼자서 샀던 그 모든 것들. 흔적들,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하던.
경아씨는 이거만 다보고 정석이에게 온 편지들을 그 쓰레기통에 집에 넣을지 어쩔지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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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상공에서 KA4237편 항공기가 격추당했다.
‘그’는 -일견 당연한 일이지만-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그런 와중에도 부서질 운명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카메라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내가-아마도-죽으면 누가 그것들에 관심을 가질까.
난 가야해.
오케이, 넥타이를 푸르자.
그 정도의 일들은 당연히 아닐 테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기에 예상했던 결말이 예상했던 방식으로 다가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는 아니다. 이렇게는 아니야.
아직 깔아놓은 복선을 상쇄하는 반전과, 대단원의 카타르시스적 융합, 그리고 감동의 화해가 남아있지 않나.
신이 이렇게 재미없는 각본을 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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