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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먼지티끌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7-01-24
    방문 : 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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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7674
    작성자 : 먼지티끌
    추천 : 0
    조회수 : 379
    IP : 182.211.***.15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2/09 01:01:04
    http://todayhumor.com/?readers_27674 모바일
    (창작) 밤이 되어서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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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추천수가 드디어 10이 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작성한지 오래 된 게시물은 가지 못한다고 하네요ㅠㅠㅠㅠㅠ
     


     
     저 인형도 과연 몸을 팔 수 있을까요? 
     

     사내는 마시던 물을 뱉고 한참이나 캑캑댔다. 사례가 심하게 들린 모양이다. 
     

     왜 그렇게 놀라요? 
     

     사내는 대답 대신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걸 왜 묻습니까. 
     
     궁금해서요. 겉모습이야 그렇다 쳐도, 그 복잡 미묘한 내부까지 완벽히 구현할 수 있나? 
     

     사내는 그 복잡 미묘한 내부가 가장 먼저 개발됐을 것이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소녀가 말한 내부는 도덕심 같은 추상적인 감정이었을 것이다. 잠시 의자가 느려지더니 소녀가 말을 꺼냈다. 
     
     
     효율적인 방법으로만 움직이는 인형이니까, 엄청난 제안을 받으면 그것도 하겠죠? 
     
     그것‘도’라니, 매춘이라도 했단 말입니까? 
     
     네, 몰랐어요? 
     
     위문 공연단을 혼자만 나와서 간신히 벽 안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같이 온 사람하고 엄청 큰 건물로 갔는데, 입구에서 맨 처음 만났던 중개인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 사람을 보자마자 각본은 이미 다 짜여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사람은 애초에 저를 벽 안으로 데리고 올 생각이었고, 공연단에 넣은 것은 일종의 길들이는 기간이었던 거죠. 맞으면서 고분고분해지고, 울면서 약해지기만을 기다리다가 적당하다고 생각될 즈음 쏙 뺀 거였고. 근데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다른 언니들도 저처럼 다른데 잘 갔겠지, 라고만 생각했어요. 
     
     
     중개인은 저를 어떤 방으로 데리고 갔어요. 거기에 나이 든 사람이 몇 있었는데 중개인이 그중 한 사람에게 사장님, 하고 부르면서 제 소개를 해줬어요. 소개를 다 듣더니 사장이라는 사람이, 쟤는 연기야, 춤이야?, 하고 묻더군요. 중개인이 대답을 못 하니까 사장이 제게 직접 물었어요. 춤에는 정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서 연기하겠다고 했어요. 연기하는 동안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거니까, 진짜 저란 사람을 잠시 잊을 수 있잖아요. 그 점이 되게 좋았던 거 같아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하죠? 소속사에 들어온 제가 딱 그 꼴이었어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공원에서 노숙자로 지내던 신세였는데 등 따습고 배부르니 마치 평생 이렇게 살아온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거만한 태도에, 위에서도 대놓고 밀어주니까 같은 연습생들은 별로 안 좋아했죠.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별것도 아니었는데, 그땐 왜 그렇게 내가 잘 났다고 생각했는지. 하여튼, 거기서도 따돌림 당한 걸 보면 그게 제 운명인가 싶더라고요.
     
     
     두 달이 지나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까 지도 선생이 단역으로 출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어요. 대사도 거의 없고 그리 오래 나오는 것도 아니라 알겠다고 했죠. 간단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감독하고 잠깐 만났는데 단번에 출연 확정됐어요. 그때는 그냥 제가 연습을 많이 해서 인정받았나보다, 그렇게만 생각했죠.
     
     제가 맡았던 역할은 영화관에서 주인공 연인에게 표 파는 직원이었는데, 감독이 즉석에서 대사 몇 개를 더 넣어서 분량을 늘렸어요. 화면에 단독으로 나오는 장면도 추가했고. 그렇게 촬영 마치고 방송이 나갔는데 그날 실시간 검색어에 제 이름이 딱 뜬 거예요. 오늘 나온 애 누구냐, 그리고 또, 음. 여주인공보다 예쁘다, 하하. 뭐 그런 얘기가 오르락내리락했죠. 
     기분 되게 좋았어요. 와, 내가 사랑받고 있다. 이런 느낌? 그 후로 알아보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광고도 몇 개 찍으면서 나름 유명해졌죠.
     
     
     근데 하루는 영화에 출연하라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이번에도 비중 적은 조연이라 알았다고 했죠. 촬영 전에 대본을 받으러 갔는데 저만 대본이 없는 거예요. 주변 직원한테 물으니까 아직 대사가 준비 안 돼서 그렇다고, 좀만 기다리라고 했어요. 선생한테 이 얘기를 했는데 감독이 저만 따로 신경 쓰고 있다는 소리니까 좋게 생각하라고 말하더라고요. 

     촬영 전날에야 대본을 받았는데 중간에 이상한 게 있었어요. 상대 배우는 대사가 다 있는데, 저는 이름 옆에 괄호만 있더라고요. 지문도 없이. 앞뒤 장면으로 추측해보니까 약간 야한 장면인 거 같아서 좀 꺼림칙했죠. 중학교 때 골목에서 일도 생각났고. 감독한테 물어보니 별거 아니다, 살짝 입맞춤하는 정도다, 그러기에 알았다고 했어요. 원래 성격이었으면 끝까지 따졌을 텐데, 돈 좀 만지면서 무뎌진 감이 있었죠. 
     
     
     그렇게 촬영에 들어갔는데 촬영장에 들어가면서 직원 몇이 쟤도 이제 다 까는 거냐고 낄낄대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뭔 소린지 감도 못 잡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와서 이제 옷 벗으세요, 그러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그게 뭔 소리냐고 물으니 그제야 어떤 장면인지 자세히 말해주더라고요. 나체 정사. 울면서 난 이런 작품 안 찍는다, 짐 싸서 갈 거다, 그렇게 말하니까 직전까지 실실 웃고 있던 직원들이 표정이 한순간에 싹 굳어버리는 거예요. 

     나중엔 감독까지 와서 현장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졌죠. 결국 수십 명 모두 있는 앞에서 얘기해야만 했어요. 애초에 이런 내용이었으면 출현 안 했다, 난 못 하겠다. 그렇게 말하니까 그 사람 좋아 보였던 감독도 웃음기 싹 거두면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너 돈 많아? 
     
     
     안 할 거면 위약금 물고 나가란 소리였죠. 아무 대답도 못 하니까 거기서 더 쏘아붙였어요. 이 장면이 얼마나 중요한 장면인데 너 하나 때문에 망칠 순 없지 않냐,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 노력하고 고생한 건 깡그리 무시하고 너만 생각하는 거냐, 뭐 이런 얘기들. 주변에선 다른 직원들이 계속 한숨 쉬고 혼잣말로 욕하는 소리도 들려오고. 분위기란 것이 참 무서워요. 지금 같았으면 돈이건 뭐건 죄다 무시하고 나와서 경찰에 신고하든, 변호사를 찾아가서 소송을 걸든 했을 텐데, 그때 그 촬영장의 분위기란 것이....... 

     나중에 감독이 태도를 바꿔 어르고 달래기에 결국 촬영에 응했어요. 그 후, 시사회 같은 데도 참석 안 하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영화를 봤는데 정작 극장에선 그 장면이 편집되어 나오더군요. 그럴 거면 왜 찍었는지. 무편집 본은 어디 있는 건지 지금까지도 궁금해요. 

     나중에 밥 먹다가 그 감독을 우연히 만났는데 다시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하면서 다가오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때 그 영화로 무슨 상을 받고, 영화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고, 그런 얘길 했는데. 그 자리에서 먹던 걸 죄다 게워냈어요. 그때 그 새끼 표정이 정말, 어렸을 때 방벽 안에 학교에서 본 그 돼지 새끼가 국 뒤집었을 때 얼굴이랑 똑같아서.......와하하하.
     
     
     구토 사건 이후에 한동안 광고고 방송이고 전부 끊겼어요. 누가 그걸 촬영하는 바람에 꽤 유명해졌거든요. 찍어놓은 광고도 전부 파투나서 소속사가 위약금 내고, 하튼 전 윗사람들한테 단단히 찍혔죠. 한동안 할 일 없이 놀고만 있는데, 그러다 알게 됐어요. 공연단 언니들이 모두 죽었다는 걸. 우연히 시사고발 방송을 봤는데, 그날 주제가 위문 공연단인 거예요. 거기서 제가 있었던 공연단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았죠. 그리고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공연단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점도요.

      방송 관계자가 군대 고위 간부를 취재했는데 그런 공연단은 없다고 발뺌하더라고요. 웃겼죠. 당사자가 이렇게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하여튼, 방송 중간에 진행자가 군인 한 명을 면담했어요. 양심고발 하러 나왔다는데, 그 군인이 자신이 직접 그 공연단원들을 죽였다고 하더군요. 후퇴하면서 모두 지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방송 진행자조차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경악했지만, 저는 그 군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어요. 언니들은 정말 죽은 거였죠........
     
     
     울 거 다 울고, 눈물 쫙 뺀 다음 방송국에 전화 걸었죠. 담당자와 만나서 전부 얘기해줬어요. 근데 하루 이틀 지나도 아무 일도 없는 거예요. 다시 연락해보니까 그 방송 관계자들 전부 물갈이됐다 하더라고요.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있던 소속사도 그즈음에 철저히 세무조사 받았어요. 나중에 사장이 그러더군요. 하마터면 싹 망할 뻔했다고. 투자자들이 전부 발 빼려고 했대요. 그때부터 이상한 접대 제안이 계속 들어왔죠.
     
     
     오랫동안 아무 활동도 안 하니까 하루는 소속사 실장이 술자리에 한 번 나가랬어요. 어느 유명한 감독이 새로운 영화를 찍을 계획인데 미리 가서 얼굴도장이라도 찍으라고. 솔직히 별로 가고 싶진 않았는데, 사장까지 나서서 벽 밖으로 다시 내보내버린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갔죠. 

     그 술자리에서 유명한 사람을 되게 많이 만났어요. 영화 찍는 사람만 올 줄 알았는데 정치인, 방송국 국장, 신문사 사장, 유명 방송 책임자까지 와 있더라고요. 심지어는 공연단에 있을 때 본 군 장성도 있었어요. 실장이 짧은 옷 입고 나가라고 할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뒤늦게야 거기가 무슨 자리였는지 알아차렸죠. 몇 사람이 와서 이러이러한 조건으로 방송에 출연시켜줄 테니 나와 하룻밤 자자,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싫다고 거절하니까, 거기 있던 사람들이 전부 와- 웃으면서, 그래 인간은 이래야지. 그러는 거예요. 나중에 같은 자리에 있었던 다른 친구에게 물으니 그 인간들은 성관계용 인형으로는 만족을 못 하는 변태들이래요. 분명 인형도 인간하고 전혀 구별이 안 갈 만큼 정교하다던데, 아무리 자기들 입맛대로 설정해도 가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니까, 인형한테는 그 ‘길들이는’ 맛이 없다는 거예요. 더구나 아동교육수업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기계든, 인형이든 전부 성인 모습으로만 출시하니까 미성년자인 제게 더 눈길이 갔겠죠. 
     
     제가 거절하고, 싫다고 말할수록 그 사람들한테는 더 쾌감이 있었던 거래요. 그것들도 길들이는 한 과정이었을 테니까. 그제야 연예계라는 곳이 얼마나 더러운지 깨달았어요. 당연한 일이긴 하죠. 나라 전체에서 가장 잘생기고 예쁜 애들이 모이는 곳인데 설마 흑심 품고 접근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어요? 그걸 좀 일찍 알았어야 했는데.
     
     
     술자리가 끝나고 나서도 끊임없이 연락이 왔어요. 어디니, 보고 싶다, 잠깐 만나자, 얼마 주겠다. 사장도 계속 그런 자리만 소개해줬고. 싫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그런 식으로 나오면 방벽 밖 출신인 거 다 까발리고 불법 체류자로 신고한다, 내가 힘 조금만 쓰면 넌 일반 교도소가 아니라 악질 남성 죄수들만 있는 방으로 가게 될 거다.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지는 알아서 상상해라, 그렇게 말하는데, 정말 이건 의도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놈들한테 그런 제안은 계속 오고. 못 하겠다고 말하면 놈들은 그걸 모욕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술 취한 놈한테 술병으로 얻어맞은 적도 있고, 온갖 희롱에 추행은 다 당해봤어요. 

     한 번은 정말 벽 밖으로 쫓겨나도 되니까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전부 녹음해서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 구식 휴대전화로 간신히 녹음해서 한밤중에 몰래 경찰서로 갔는데 경찰이 절 보자마자 어디론가 연락하는 거예요. 그러자 잠시 후에 실장이 나타났어요. 세상에 내 편은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죠. 그날 밤은 정말, 단순히 실장한테 맞은 것 이상으로 너무 아팠어요.  
     
     
     

     숲속에서, 사내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뭇잎이 달빛을 잘게 쪼개 바닥에 흩뿌리고 있었다. 은빛 물결이 땅에서 일렁였다. 사내는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되돌아봤다. 눈 위로 숲 입구까지 평행하게 이어진 두 바퀴 자국이 보였다. 그 사이로 꾸준한 발자국이 있었다. 끝없이 난 흔적을 되짚던 사내는 문득 궁금해졌다. 
     
     숨기고 싶은 과거일 텐데, 이렇게 전부 말하는 이유가 뭡니까? 
     
     소녀가 걸음을 멈췄다. 자신도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 듯하다. 
     
     그냥, 제가 말하고 싶으니까요. 수학여행 밤 같은 느낌이에요. 왜, 그때 막 진실게임 같은 거 하면서 자기가 누구 좋아한다고 친구들
    한테 고백하는 애들 있잖아요. 다음날 놀림 받을 걸 알면서도 말이죠. 적당한 분위기에 적절한 감정. 다시는 이때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그런 아쉬움에 취해서 지금을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숲을 빠져나올 때쯤 소녀가 다시 말했다. 
     
     
     사람들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거예요. 매체에서 보여주는 그 명랑하고 철없는 인형만 기억하겠죠. 그렇게 되면 막상 진짜 저는 잊히는 거잖아요? 그래도 누구 하나쯤은 진짜를 기억해줬으면 해서 그런 거예요. 저라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갔는지....... 으악, 오글거려.  
     
     
     소녀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가게가 있는 마을이 보였다. 다행히 길바닥에서 자기 전에 도착한 것이다. 
     
     
    근데요, 아저씨.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 거 귀찮아요? 얘기....... 그만할까요. 
     
     그만하라고 하면 안 할 겁니까? 
     
     하핫, 물론 아니죠. 이제 이야기 거의 끝나가니까 조금만 들으면 돼요.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맞아. 결국엔 경찰마저 믿을 존재가 아니었던 거죠. 그렇게 소속사에서 거의 반 감금된 형태로 지냈는데 사람들 관심도 점점 사그라지고, 인기도 식으니까 그때부턴 완전히 노리개 취급당했어요. 

     하루는 어느 사장, 다른 날은 어디 국장, 의원 등 허구한 날 온갖 술자리에 불려 나갔죠. 솔직히 그것들이 제안하는 조건이 아주 솔깃하긴 했어요. 눈 딱 감고 몇 번 자면 억대 연봉에 온갖 인기를 누리게 될 테니까. 근데, 그런데....... 정말 침대 직전까지 갔다가도 아, 그 뭔가, 말 못할 무언가가 마지막에 딱 붙잡더라고요. 그만하라고, 이러면 안 된다고. 그 덕에 간신히 선은 안 넘을 수 있었죠. 그게 뭐였느냐고요?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녔을 거예요. 그냥 추측건대, 성병 걸려 죽은 언니들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근데 그 오기도 오래 못 갔어요. 하루는 몰래 광장에 나갔는데, 마침 벽 철폐 시위가 있더라고요. 아, 시위까지는 아니고 약간 모여서 영차영차 하는 그 정도? 조그만 무대에 사회자 한 명 있고 그 앞에 백 명 정도 모여 있었죠. 기계 경찰들이 주변을 빙 두르고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희한하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가데요? 

     맨 앞줄에 서서 사회자가 말하는 걸 쭉 들었어요. 분명 얼굴을 다 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귀신같이 알아차린 사회자가 무대 위로 끌고 오더라고요. 그 사람이 확성기를 주면서 한마디 해라, 그렇게 말했어요. 어색해서, 안녕하세요, 라고 말했는데 와-하는 함성이 들리면서 광장이 난리가 난 거예요. 그것 때문에 괜히 관심 끌려서 온갖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무대 앞에 모였죠. 

     그렇게 많은 시선을 받으니까 너무 긴장해서 말을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사회자가 능숙하게 상황을 진행하더라고요. 이런저런 질문을 했는데, 당황해서 거짓말도 못 하고 평소 생각했던 그대로만 말했어요. 벽 안과 밖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쫓아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뭐 이런 말들. 그러자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물었어요. 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거기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와, 난 망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어요. 영상을 본 높으신 분들의 심기가 아주 불편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에 어떤 기업 회장하고 약속이 잡혔다고 말해서 식당으로 갔어요. 큰 방이 여러 개 있는 식당이었는데 다른 방은 전부 비고 저하고, 실장하고, 그 무슨 기업 회장만 있었어요. 그 회장이란 사람이 이번에 보여줄 게 있다면서 방송 화면을 보여주더라고요. 시상식 장면인데, 저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상을 받고 있었어요.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실장이 저를 대체할 새로운 인형이다, 그러는 거예요. 저 대신 술자리에 나갈 인형이라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죠. 작품 활동 같은 공식적인 일은 인형이 하고 저는 뒤에서 투자자들을 계속 만나야 한대요. 당연히 싫다고 말하려 했는데, 실장이 이 인형이 뭘 의미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냐고 물었어요. 모르겠다고 하니까 이제 세상에 저는 없는 거래요. 여차하면 절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죠.  
     
     
     저를 쏙 닮은 인형에게 말 걸고, 웃어주고, 안아주는 사람들은 보면서,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어요. 돌아갈 고향이 없어졌단 말은 들어봤어도 돌아갈 ‘나’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네요. 
     
     
     뭐, 이런 생각이었겠죠. 저기에 있어야 할 건 나인데, 사람들은 내게 손뼉치고 환호해야 하는데, 왜 인형이 저 자리에 있는 거지. 아, 그래. 지금 여기 있는 건 내가 아니야. 나는 저 자리에 있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몸이 어떻게 되든 나는 상관없어. 저 화면 안에 웃는 사람이 진짜 나니까. 
     
     
     실장이 사실 사장은 널 죽이라고 했지만 회장님이 특별히 널 아끼셔서 그분 말씀만 잘 따르면 목숨은 유지할 수 있다, 라고 말하더군요. 알겠다고 했죠. 그 후로 매일 밤 회장 침실로 들어갔어요. 때때로 손님이 오면 회장은 저를 그들에게 하룻밤 빌려주기도 했어요. 
     
     
     길들이는 맛이 있어서 진짜 사람을 데려온 건데, 웬 삶의 미련을 몽땅 잃은 거 같은 애가 오니까 회장은 그 점을 마음에 안 들어 했어요. 그래서 평범한 여자라면 극도로 꺼릴만한 행위를 하면서 제가 거절하고, 울고, 빌기를 바랐죠.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어요. 
     
     아저씨. 고문 다음으로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뭔지 알아요? 마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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