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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먼지티끌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7-01-24
    방문 : 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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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27569
    작성자 : 먼지티끌
    추천 : 2
    조회수 : 235
    IP : 182.211.***.15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1/31 15:14:49
    http://todayhumor.com/?readers_27569 모바일
    (창작) 밤이 되어서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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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걷다가 소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 
     
     아저씬 언제부터 이 일을 했어요?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왜 이 하필 이 일인 거죠? 
     
     무슨 뜻입니까. 
     
     아니, 다른 일도 많잖아요. 아저씨 정도 능력이면 충분히 멀쩡한 직장 찾을 수 있을 텐데. 
     
     가상현실이 꼭 나쁜 일에만 쓰이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모든 기술이 그렇죠. 근데 일단 벽 밖에서는 무조건 불법이라고요. 악용되는 경우도 많고. 그리고, 아저씨가 그런 말 할 처지는 못 될 텐데? 
     
     사내는 노인의 의뢰를 떠올리곤 말을 삼켰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내는 서서히 새어 나오는 졸음을 느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의자 밀면서 가니까 걸음이 좀 느리네요. 
     
     한 시간이나 걸린다는 말입니까? 아무리 느려도 그 정도는 아닐 텐데요. 
     
     아, 마을에서도 좀 더 들어가야 해요. 
     
     정확히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음, 비밀이에요. 이상한 데 가는 건 정말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허튼수작 부리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마을엔 제 친구들이 많습니다. 
     
     아저씨한테 친구요? 우와, 신기하다. 만날 건물에만 틀어박혀 사는 줄 알았는데. 
     
     오해입니다. 사실 그쪽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나오기 때문에....... 
     
     진짜 친구는 아니죠? 
     
     사내는 입을 열지 못했다. 뽀드득뽀드득. 소녀가 눈 밟는 소리만 들려왔다. 등 뒤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하하, 너무 정곡을 찔렀나? 미안해요. 
     
     소녀는 사내 머리 위에 내린 눈을 털어주었다. 
     
     나도 그랬거든요. 연예인 일할 때. 모두 친구인 줄 알았는데, 막상 위급할 땐 다들 나 몰라라 하더라고요. 
      
     사내는 별을 보는 척하면서 소녀를 올려다봤다. 소녀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꼬고 있었다. 
     
     활동을 했습니까? 처음부터 입체영상이 대신 한 거로 아는데요. 
     
     전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아저씨가 멋대로 판단한 거였겠죠. 팔 개월 정도 연습 기간 거치고 일 년 정도는 실제로 제가 했어요. 그리고 입체영상은 가까이서는 가짜라는 걸 아니까, 절 똑 닮은 인형이 주로 사람들 앞에 서죠. 
     
     다리를 잃어서 밖으로 쫓겨났고, 그 자리를 인형이 대신한 것입니까? 
     
     아뇨, 다리를 잃어서 나온 게 아니라 제가 일부러 자른 거예요, 도망치려고. 인형은 그 전부터 있었죠. 실장 얘기로는 애초에 제 자리는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초기에 방송에 저를 내보냈던 이유는 나중에 인형이나 입체영상을 구성하기 위해 저의 행동 특성, 감정 표현 같은 모습들을 수집하는 기간이었던 거래요. 
     
     태엽 감긴 장난감이라 언젠간 멈출 운명이긴 했어도, 그땐 정말 행복했어요. 생각해봐요. 일 년 전까지만 해도 판자촌에서 쓰레기 뒤지면서 살던 애가 한순간에 온갖 부를 누리게 된 거잖아요? 
     
     
     사내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어떻게 밖으로 나왔습니까? 
     
     아, 아저씨. 제가 어떻게 벽 안으로 들어갔는지도 안 말해줬죠?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부터 해 줄게요. 별 이야긴 없어요. 

     


     엄마 장례를 치르고 오니 일자리는 당연히 잘렸고 당장 살길이 막막했죠. 빚 때문에 월세를 못 내니까 집에서도 쫓겨나서 친구 집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어요. 물론 그런 생활이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처음 며칠은 그럭저럭 잘 지냈어요. 사흘마다 집을 바꿨죠.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들러서 맨 처음 머물렀던 집에 한 번 더 가게 됐는데, 그때 친구 부모님의 눈빛은 잊히지가 않아요, 물론 그분들 잘못은 없었죠. 집 없는 여자애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신 거니까. 
     
     소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직이 말했다. 
     
     그래도 몸이라도 팔라는 말을 들었을 땐 많이 울었어요. 
     
     사내는 팔걸이를 움켜잡았다. 
     
     
     밥상에 앉았는데 그릇에 밥이 다른 사람 절반도 안 돼서 조금만 더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이미 버린 몸인데 몇 번 더 쓰는 것도 괜찮지 않냐, 앞으로 여기서 오래 살 거면 그렇게라도 해서 돈을 벌어라. 
     깜짝 놀랐죠. 소문 참 빠르지 않아요? 나중에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이미 동네에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그날 저녁에 집을 나왔죠. 
     골목까지 뒤따라 나온 친구가 미안하다고 펑펑 울었는데 그때는 모든 게 다 미워서 못된 말만 하고 떠났네요. 
     
     
     무슨 말을 했습니까? 
     
     뭐, 그냥 이런저런 원망이요. 
     
     너도 내심 내가 나가기를 바라지 않았냐, 너도 똑같다, 가식 떨지 마라. 그런 소리 듣고도 끝까지 미안하다고만 말해준 걸 보면 되게 좋은 친구였죠? 
     
     소녀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사내는 눈을 떴다. 사내가 소녀 쪽을 돌아보려고 하자 소녀가 사내의 고개를 다시 돌려주었다. 
     
     저기 불빛 보여요? 이제 거의 다 왔나 봐요. 
     
     처음 불꽃놀이를 보는 아이처럼 잔뜩 신난 목소리였다. 들떴는지, 덜컹거림이 전보다 심해졌다. 사내가 물었다. 
     
     그래서 방벽 안엔 어떻게 들어간 겁니까? 
     
     아. 정작 그 얘기를 안 하고 있었구나. 
     
     바퀴의자가 다시 천천히 굴렀다. 
     
     

     집에서 나오고 막막했어요. 빈집에 몰래 들어가 빵만 잔뜩 갖고 나온 적도 있고 쓰레기통 뒤져서 상한 음식을 먹기도 했죠. 저 마을에 공원 있는 거 알죠? 거기에 거지들이 되게 많았는데 저도 그중 하나였어요. 
     워낙 사람이 구걸하기도 편하고 자주는 아니었어도 근처 성당에서 무료급식도 주곤 했으니까 아무래도 많이 모였죠. 사람 마주치는 게 창피해서 주로 화장실에만 숨어 지내다가 햇빛 쐬러 잠깐씩 나왔는데 여자고, 어리고. 또....... 
     
     소녀는 헛기침을 했다. 
     
     예쁘니까. 하하. 온갖 사람이 접근했어요. 같은 거지뿐만 아니라 단순히 지나가던 사람들도 돈 주겠다, 밥 사주겠다, 잘 살게 해주겠다. 갖은 말로 접근해댔어요. 
     그나마 거기서 끝나는 사람은 양반이었죠. 안 그런 사람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거지보단 낫다는 우월 의식이 있으니까 나름 예의 같은 걸 차리려고도 해서 제가 끝까지 싫다고 하면 그냥 포기했어요. 
     
     근데 같은 거지끼리는 그런 게 없어요.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더구나 자기네들도 저 쪼그만 거지 여자애를 어떻게 해보고 싶기는 한데, 훨씬 잘 사는 시민들이 매일같이 찾아오니까 열등감 같은 것도 있었나 봐요. 그러다 보니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덕분에 한 번도 편하게 잔 날이 없었죠. 언제 어디서 불쑥 나타날지 몰랐으니까. 다행히 험한 꼴은 당한 적 없네요. 그즈음부터 버릇으로 이걸 갖고 다니게 됐죠. 

     
     소녀는 품에서 총 한 자루를 꺼냈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탕, 하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거지 하나가 쓰러져있었어요. 저들끼리 영역 다툼 하다가 상대편이 쏘고 간 모양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평소에 지독하게 절 괴롭히던 놈이었어요. 
     놈이 절 알아보고는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제가 가만히 있기만 하니까 결국엔 이걸로 협박하더라고요. 
     
     소녀는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놈의 말투를 따라 하려 했다. 
     
     날 데려가지 않으면 쏘겠어! 그래도 반응이 없으니까, 총알 하나가 어깨를 스쳤어요. 
     일부러 빗나가게 쐈다기보다는 그냥 어지러워서 잘못 맞춘 거 같아요. 놈이 다시 말했죠. 뭐 하고 있어? 빨리 날 옮겨! 단순히 제가 당황해서 아무 행동도 못 하는 걸로 보였나 봐요. 전 그때 이 기회에 놈을 죽일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놈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어요. 아파. 젠장, 아프다고! 너, 내가 그냥 죽을 줄 알아? 난 절대 혼자 죽지는 않을 거야. 마침 거기 있는 게 너라서 다행이군. 난 시체도 상관없으니 마지막으로 소원이나 풀 수 있겠어. 그러자 방아쇠 당기는 소리가 들렸어요. 
     
     
     사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총알이 없더라고요. 총만 뺏어서 냅다 도망쳤죠. 
     
     다행입니다. 그쪽 성격에 바로 때려죽일 줄 알았는데. 
     
     하하, 아저씨도 참. 
     
     소녀는 다시 사내 머리 위에 눈을 털어주었는데 얼핏 보기엔 그냥 때리는 것 같았다. 
     
     

     놈 앞에서 내색은 안 했어도 사실 속으론 되게 무서웠어요. 
     근처 성당으로 도망갔는데 몇 걸음 걷다 넘어지고, 또 조금 걷다 넘어지고. 우연히 신부님이 절 발견해서 함께 어깨 치료하러 병원으로 갔어요. 그 와중에 문득 이대로 살다가는 언젠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할아버지가 벽 안에 계시다는 엄마 말 하나만 믿고 어떻게든 안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중개인에게 의뢰하려면 꽤 큰돈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 많은 돈을 구할 방법을 찾던 순간에 성당 헌금함이 눈에 띈 거예요. 
     
     한밤중에 몰래 성당으로 가 헌금함에서 돈을 잔뜩 가방에 넣었죠.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나왔는데, 십자가 앞에 무릎 꿇고 계시던 신부님하고 마주친 거예요. 분명 제가 돈을 훔치는 모습을 봤을 텐데 신부님은 꿈쩍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저 팔만 들어서 자기한테 오라고 손짓하더군요. 
     
     그냥 도망쳤으면 그대로 끝날 일인데, 무언가가 등 뒤에서 저를 떠미는 것 마냥 다리가 멋대로 움직였어요. 옆에 가서 앉으니까 신부님이 뭐라고 중얼거리셨어요. 뭐, 주님 어쩌고 어린양 어쩌고....... 그러더니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지금도 기억나네. 
     
     어차피 이 헌금은 너를 위해 쓸 예정이었단다. 가져가도 좋아. 다만,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는 편이 어떻겠니. 그때 신부님 처지에서는 되게 웃겼을 거예요. 조그만 도둑년한테 기껏 선심 써서 가져가라고 하니까 당황해서 손만 덜덜 떨다가 막상 집은 건 만 원짜리 한 장뿐이니! 
     
     성당을 나오는데 놈한테서 도망칠 때보다 다리가 더 후들거렸어요. 공원 화장실로 돌아오고 나서야 가방을 성당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하는 수 없이 다음 날 다시 성당으로 갔어요. 
     
     신부님이 정문에서 기다리고 계셔서 가방만 받고 나오려는데 여기서 살 생각 없냐고 묻더라고요. 마침 그때 거기서 지내는 아이 몇이 잔디에서 공차는 모습이 보였어요. 즐겁고, 평화롭고, 순수해 보였어요. 바로 그 점 때문에 신부님 제안을 거절했어요. 그런 곳에 전 어울리지 않아요. 
     
     
     성당을 나와 한참을 걷다가 배가 고파서 무작정 아무 데나 들어가 맘껏 먹었어요. 만 원어치  뿐이긴 했지만. 
     
     나중에 계산하려고 보니 신부님이 준 가방에 백만 원 조금 넣는 돈이 들어있었어요. 그 돈으로 여러 사람 거쳐서 간신히 중개인과 만날 수 있었어요. 중개인한테 물으니 여자애가 출입관리국에 들키지 않고 들어갈 방법이 딱 하나 있대요. 군대 위문 공연단. 처음엔 벽 바깥쪽을 돌다가 안으로 공연 갔을 때 몰래 도망치는 계획이었죠. 
     
     춤이나 노래를 잘할 필요는 없었어요. 반나체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가 주변 언니들만 따라 하면 됐으니까. 그렇게 처음 가게 된 곳이 동부 국경 지역이었어요. 열다섯 때였죠. 네, 아저씨가 생각하는 거기 맞아요. 한창 내전 중인 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니까 사람 성격이 참 난폭해지더라고요. 군인들에게 하루도 안 맞은 날이 없었던 거 같아요. 안 벗는다고 때리고, 못 만지게 한다고 때리고.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같은 처지의 언니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요. 
     
     알고 보니 다른 언니들도 벽 안으로 가려고 이곳에 온 모양이었어요. 밤마다 잠자리에 누우면 벽 안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지 함께 얘기하곤 했어요. 그중 한 언니는 제가 너무 좋아해서 언젠가 같이 살자고 약속하기까지 했죠. 물론 지키진 못했지만....... 
     
     사내가 소녀 옷깃을 털어주며 물었다. 
     
     영영 헤어진 겁니까? 
     
     네. 하루는 무대 준비하고 있었는데 총연출장이 저만 따로 부르더라고요. 높은 사람들만 모이는 방이었어요. 
     결국 올 게 왔구나 싶었죠. 종종 다른 언니들이 그곳에 불려갔다 왔는데 몸 성히 다녀온 사람을 못 봤어요. 멍 같은 건 기본이고. 심하면 뼈가 부러지거나 성병까지 걸려 죽은 언니도 있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잔뜩 긴장해서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안 해서 놀랐어요. 그냥 차렷, 열중쉬어, 뒤돌아, 앉아 이런 거만 시키더라고요. 
     다 끝나니까 앉아있던 사람 중 하나가 물었어요. 방벽 안으로 들어가려고 여기 온 거냐고. 
     
     거짓말해도 소용없을 거 같아서 사실대로 털어놓았어요. 그러자 다른 사람이 지금 당장 벽 안으로 데려다주고 돈도 많이 벌게 해주겠다고 말하더라고요. 연예인 시켜주겠다는 말이었어요. 
     당장 그렇게 하겠다고 했죠. 결국 언니들하곤 작별인사도 못 하고 곧장 떠나게 됐어요. 
     
     
     사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 그쪽이 했다는 일이 이상한 건 아니지만....... 
     
     이상한 거 맞아요. 그뿐인가? 아주 천박한 일이죠. 
     
     아, 네. 그럼 그런 일을 했는데도 무리 없이 등단하는 게 가능했습니까?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당시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일단 저희가 했던 수준의 공연은 불법이었대요. 다른 공연단은 평범하게 춤추고 노래만 하다 갔는데 저희는 그게 아니었죠. 그래서 무대 주변에 교란기가 쫙 깔려있어서 영상 같은 걸 촬영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대요. 
     
     소녀는 다른 국경 지역 몇 곳을 더 읊었다. 
     
     저희 같은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디는 사병들한테 매춘까지도 했다 하던데. 

     그래도 공연을 본 군인들이 있잖습니까? 

     하루하루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곳에서 멀리서 몇 번 본 게 전부인 여자애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 정도로 정상적인 사람은 이미 다 죽어서 없죠. 전쟁터엔 미친 사람들뿐이에요. 
     
     그럼 당사자들은 어떻게....... 
     
     언니들이요? 다 죽였대요. 공습 있던 날에 후퇴하면서. 이제 남은 건 저 하나인데, 그 사람들한테 열다섯 먹은 여자애 하나 구워삶고 협박해서 입 뻥긋 못하게 하는 건 일도 아니었죠. 돈과 빚이면 안 되는 게 없었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공연단은 애초에 충분히 이용하다 언젠가 몰살시킬 생각으로 만든 거 같아요. 저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지만. 
     
     사내는 몸을 떨었다. 옷 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이 매서웠다. 
     
     뭐, 이렇게 해서 벽 안으로 들어오게 된 거죠. 짜잔. 
     
     말을 마친 소녀는 한참이나 기침을 했다.
    먼지티끌의 꼬릿말입니다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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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소설)몽상 -2- 창작글외부펌금지 먼지티끌 17/01/25 22:46 1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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