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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티끌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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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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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7529
    작성자 : 먼지티끌
    추천 : 4
    조회수 : 277
    IP : 182.211.***.15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1/27 14:08:23
    http://todayhumor.com/?readers_27529 모바일
    (창작 소설)밤이 되어서야 -4-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글을 읽은 지인께서 제목을 바꿔보는 편이 좋지 않겠냐 말씀하시기에, '몽상'에서 '밤이 되어서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이야기 진행이 원래 구상했던 바와 달라지면서 스스로도 '몽상'이 글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읽기 전에-

     말따옴표도 없고, 줄간격도 그리 넓지 않은 불친절한 글입니다. 글솜씨가 부족해 한 번 쭉 훑고는 잘 이해하지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

     천천히, 마음으로 또박또박 읽다보면 읽기도 편하고, 이입도 더 잘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내가 말릴 틈도 없이 소녀는 기기 앞으로 다가가 꺼져있던 화면을 켰다. 그곳에는 나체의 소녀가 있었다. 아차 싶은 순간에 소녀가 성큼 다가왔다.

     

     어금니 꽉 물어요.

     사내는 소녀의 말에 따르는 대신 눈을 감았다.

     사내는 입술을 닦았다. 피가 묻어나왔다.

     죄송합니다.

     

     이미 가게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가 불법인 마당에 한 가지 불법에 관해서만 콕 집어 사과하는 것도 웃기긴 했지만, 그나마 사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소녀는 화난 듯 보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놀라거나 소름 끼쳐 하는, 그러니까 자신의 나체를 본 보통 사람이 보일 법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괘씸해서 때리긴 했지만, 괜찮아요.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사내는 소녀를 올려다봤다. 소녀는 화면 속 자신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뭘 놀라요? 당장 저 무대 위에 나도 이렇게 만들어진 된 건데. , 아저씨 솜씨 꽤 하는데요? 나보다 몸매가 훨씬 좋네.

     소녀가 배시시 웃었다.

     기왕 하는 거 나머지도 예쁘게 그려줘요.

     영락없는 그 나잇대 웃음이 오히려 어색했다.



     

     그럼 요즘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입체 영상입니까?

     사내가 물었다.

     음, 몇 명은 그래요. 아닌 사람이 더 많긴 하지만.

     언제 기술이 그렇게 발전했습니까? 제가 처음 이 일 시작할 때만 해도 녹색 선이 지직거리기만 하는 수준이었는데.

     아저씨가 방벽 밖에서만 사니까 그렇죠. 안쪽에선 날마다 새로운 게 나온다고요.

     아, 그러고 보니. 사내는 잊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벽 안에 살던 분 아닙니까? 어떻게 밖으로 나온 거죠? 몰래 나왔습니까?

     

     소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치마를 걷어 올렸다. 왼쪽 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 의족이 있었다. 물론 의족이라 할 수도 없을 만큼 처참한 모습이었다. 신경과 연결되어 제 신체처럼 움직이는 기계체가 아닌, 그저 균형만 잡게 해주는 작대기 수준이었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크게 화상도 입었는데, 얼굴이 알려지면 안 돼서, 병원도 못 들르고 도망 나왔네요.

     소녀는 씨익 웃으며 화상 자국 남은 손을 펴 보였다.

     언제 그렇게 됐습니까

     글쎄요. 이 주 좀 넘었나? 저기, 아저씨. 이제 그만 본론으로 넘어가요.

     

     사내는 그제야 자신의 신분을 깨달았다. 가게 주인. 지금 사내는 지나치게 많은 걸 궁금해한다. 손님 의뢰나 받고 가상현실이나 구현하면 될 것을. 확실히, 게을러졌다.


     

     소녀는 사내의 죄책감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이미 전부 불법인 마당에 이건 옳네, 저건 아니네, 따지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아무리 손님 의뢰라곤 해도 미성년자 나체나 구현하는 거 미안하지 않나요? 보나 마나 뻔한 데 쓰이는 거겠죠?

     사내는 침묵했다. 침묵은 긍정이다.

     미안하죠?

     이번에도 침묵.

     뭐라 말 좀 해봐요.

     사내는 복잡한 얼굴을 했다.

     신고할 겁니까?

     소녀는 탁자 위에 쌓인 돈다발을 가리켰다.

     신고는 무슨? 나도 손님으로서 온 거예요. 다만 부탁을 좀 하고 싶은데요. 아저씨가 정말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들어주세요.

     일단 들어보고 정하겠습니다.

     음, 우선 제 의뢰를 최우선으로 해주세요. 시간이 얼마 없거든요. 그리고 다른 것들도 부탁하고 싶은데, 추가 요금은 받지 마세요. 보시다시피 급하게 나오느라 돈이 거의 없네요. 아저씨께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으시다면.......

     소녀는 텅 빈 가방 내부를 탈탈 털어 보였다.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사내는 일정표를 살피더니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렵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일정이 상당히 빡빡합니다. 손님 의뢰를 우선으로 하면 뒤에 의뢰들은 모두 미뤄야 합니다. 일주일 늦출 때마다 원래 비용이 조금씩 내려갑니다.

     소녀는 다람쥐처럼 잔뜩 볼을 부풀렸다.

     의뢰 하나에 오백씩 받으면서 그 정도 손해도 감수 못 해요?

     사내는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말한 조금그 정도가 아닙니다. 제겐 상당히 큰돈이란 말입니다. , 아마 방벽 안 연예인께는 하찮은 돈이겠지만.

     비아냥거리는 말에도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꼬지 마요. 정말 나한텐 미안한 감정이 전혀 없나 보죠? 떳떳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주제에.

     


     끊임없이 양심의 가책을 찾는 소녀 때문에 사내는 있던 양심도 닳아 없어질 판이었다. 도둑도 절벽 끝까지 추궁하면 도리어 화를 내는 법이다. 소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사내는 이제 정말로 소녀를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양심의 가책도 그렇거니와, 소녀가 전 재산을 털면서까지 가상현실을 한다면, 화상 입은 여자처럼 체험을 끝낸 후엔 자살을 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사실, 제게 남는 건 얼마 없습니다. 한 달에 오는 손님 수도 적고, 그나마 들어오는 돈도 대부분 이곳 공무원에게 뇌물로 나갑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소녀는 질문 있는 학생처럼 손을 들었다.

     아저씨, 오늘 처음 보는 사람한테 뇌물이니 뭐니 이렇게 다 말해줘도 돼요? 제가 신고라도 하면 어떡하게요?

     상관없습니다.

     사내는 소녀의 다리를 가리켰다. 다리 한쪽이 작대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사내는 어떤 상황인지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장애를 갖고 방벽 밖으로 쫓겨날 때부터 그쪽이 벽 안에서 누리던 혜택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니, 등단 자체를 입체 영상이 대신했고 장애인이 됐다는 이유로 곧장 여기로 쫓겨나온 걸 보면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곳 경찰이 그쪽 말을 믿겠습니까, 꼬박꼬박 돈 대주는 제 말을 믿겠습니까

     벽 밖이 어떤 곳인지 안사람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할 겁니다. 여기로 오면서 마을 하나 보지 않았습니까? 평화로워 보였지요? 인구가 십만 명도 안 되는 그 마을에서 하루에 몇 명이 살해당하는지 압니까?

     사내는 손가락을 쫙 폈다.

     다섯 명. 하루에 다섯 명이 죽어 나갑니다. 조폭이 경찰보다도 힘이 센 곳인데 혹 신고한다고 뭔 일이라도 생길 것 같습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가상현실에서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계획하는 편이 백배 천배 낫습니다. 돌아가십시오

     사내는 소녀를 내버려 둔 채 기기 앞으로 갔다. 그동안 미뤄뒀던 작업은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끝낼 생각이었다.

     

     시계가 여덟 시를 가리켰다. 사내 스스로 세운 계획표에 따르면 일과를 마칠 시간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여전히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매몰차게 거절당했는데도 울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반응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앉아 사내가 자신의 몸 구석구석 그리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사내는 그런 반응이 더 어색했다. 차라리 혐오스럽단 눈빛으로 저주나 퍼붓고 나가는 편이 마음 편할 것이다. 늘 그랬듯.

     


     

     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소녀가 문득 물었을 때, 사내는 소녀의 젖가슴을 그리고 있었다. 두 부위만은 끝까지 미루고 있었지만, 결국 때가 온 것이었다.

     저는 모릅니다. 사실 아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저 역시 온종일 여기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이라 바깥세상은 잘.......

     저 말고, 나 말이에요.

     ‘라는 단어가 갖는 사전적 정의에 대해 고민하던 사내는 소녀가 줄곧 모니터 안만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는 누구한테 가나요. 누가 를 의뢰했어요? ‘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사내는 끝까지 못 들은 척했다.

     


     화면에만 머물던 사내의 시선을 끄집어낸 건 무언가 깨지는 소리였다. 침묵도 깨지긴 했지만 사내는 탁자 위에 흩어진 잔의 파편에 더 눈길이 갔다. 소녀가 잔을 잡고 그대로 내려친 것이었다. 식어버린 차가 식탁보를 천천히 적셨다.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도 소녀는 사내만 보고 있었다. 섬뜩해진 사내는 눈을 피했다.

     괜찮습니까.

     사내가 휴지를 건넸다.

     안 괜찮아요.

     피를 닦는 휴지가 어색하게만 보였다.

     사내가 구급함을 가져오는 동안 소녀는 나직이 이야기 하나를 꺼냈다. 짧지 않은 이야기 같았지만 사내는 하는 수 없이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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