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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7516
    작성자 : 먼지티끌
    추천 : 5
    조회수 : 280
    IP : 182.211.***.15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1/26 20:20:50
    http://todayhumor.com/?readers_27516 모바일
    (창작 소설)밤이 되어서야 -3-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div><font size="2"> 글을 읽은 지인께서 제목을 바꿔보는 편이 좋지 않겠냐 말씀하시기에, '몽상'에서 '밤이 되어서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이야기 진행이 원래 구상했던 바와 달라지면서 스스로도 '몽상'이 글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font></div> <div><br></div> <div> 1화 링크 - <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487&s_no=27487&page=1"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487&s_no=27487&page=1</a></div> <div> 2화 링크 - <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506&s_no=27506&page=1"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506&s_no=27506&page=1</a></div> <div> </div> <div><br></div> <div> -3- </div> <div><span style="font-size:medium;"> 사내는 여자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십 년이 넘는 세월은 사내를 첫사랑에게마저 무디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자가 건네고 간 계약금을 보며 사내는 이내 자신의 처지를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가게 주인. 추억은 분명 기쁜 기억이겠으나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얼마 내리지 않은 단비는 갈라진 땅으로 순식간에 스며들 뿐이다. 여자는 이제 손님에 불과했다.</span></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간만의 추억을 즐기는 것도 잠시뿐, 사내는 곧 자리로 돌아와 칠순을 앞둔 노인을 상대해야 하는 열여덟의 소녀를 자료화하기 시작했다. 전자 종이 속 소녀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여전히 웃으며 춤추고 있었다. 조금 전 여자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연예인이나 미성년자 상대로 욕정 푸는 곳....... 사내는 앨범 속 여자와 종이 안에 소녀를 번갈아 봤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웃음 때문에 사내는 기껏 만들어 놓은 자료를 몇 번이나 지웠다 다시 그리기를 반복해야 했다.</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추수가 끝나고 서리가 앉더니 어느새 눈 내리는 계절이 왔다. 그동안 사내는 세 번 현장 조사를 나갔고 세 번 손님을 받았다. 치매 걸린 할머니가 과거를 되짚었고, 다리 없는 소년이 바다에 발 시려했으며, 안 들리던 청년은 고막 터져라 공연을 즐겼다. 그리고 사내는 감기에 걸렸다. 침대에 누워 작업도 못 하고 앓기만 하는 내내 사내는 앨범만 뒤적였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수줍은 듯 촬영기에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그저 옅은 미소만 짓는 여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추억을 반추할 틈도 없이 여자의 일그러진 얼굴과 그녀가 곧 스스로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내 사내를 서글프게 했다. 사내가 기억하는 여자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앳된 추억에 즐거워하다 우울해지고 결국 슬픈 표정으로 앨범을 덮는다.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이것이 전기라고는 가상현실 기계에밖에 쓰지 못하는 사내의 유일한 취미다. 이마저도 비교적 최근에야 생긴 취미였다. 예전이었다면 멀뚱히 천장만 보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아마 아프다는 이유로 작업을 쉬는 일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최근 몇 주간 사내는 눈에 띄게 게을러졌다. 잠이 많아지고 집중도도 짧아졌다. 결국 작업도 제시간 안에 마치지 못해 노인과의 약속은 비용을 깎아주기로 하고 일주일 더 뒤로 미루어야 했다. 여자에게는 지연 소식을 알릴 수단이 없어서 다음 방문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결국 노인의 의뢰는 한참이 지나서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다지 어려운 작업도 아니고, 완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사내는 자꾸만 뜸을 들이고 있었다. 기껏 연필을 든 사내에게 정문 앞에 세워 둔 경비기계로부터 연락이 왔다.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신원 미상의 인물 접근 중. 여성. 십 대 후반으로 추정.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사내는 기계가 보낸 화면을 들여다봤다. 불을 켜두지 않는 복도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또래보다 작은 키로 보나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꼼지락대는 손가락만 보더라도 아직 애티를 벗어나지 못한 소녀임을 알 수 있었다. 사내는 보고 있던 기기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멋모르고 들어온 모양인데, 쫓아내.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기계는 사내의 말을 친절하게 바꿔 전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이곳은 개인 사유지임. 타인의 출입이 불가능함. 신속히 되돌아가 줄 것을 요청함. 거부 시 강제 퇴거가 가능함.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기계의 하나뿐인 눈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곧장 거기다 대고 말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여기에 말하면 되죠? 저 경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이미 이곳이 어딘지 알고 온 거예요.</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대답이 없자 소녀는 다시 말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들려요? 건너편에 사람 있는 거 맞죠?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화면에 비친 콧구멍만 보던 사내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연결해.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기계는 사내에게 목소리를 양보했다. 사내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사람과의 대화는 꽤 간만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어떻게 오셨습니까.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콧구멍의 자리를 눈동자가 꿰찼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지금 대답한 분, 사람 맞죠? 여기서 전문적으로 하는 거 있잖아요. 당연히 그거 하러 왔죠.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사내는 찡그린 눈썹을 문질러댔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도대체 어디에서들 알고 오는 거야?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방금 못 들었어요. 뭐라고 하셨죠?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아, 아닙니다. 들어오세요.</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밝은 곳에서 소녀를 본 순간 사내는 기기를 처리하고 신원을 세탁한 뒤 바다 건너 외딴섬으로 도망갈 계획을 척척 구상해나갔다. 눈앞에 여자애는 노인이 건넸던 전자 종이 속 춤추던 그 소녀였다. 방벽 안에 사는 시민이, 특히 인기 많은 연예인이 여기까지 오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함정 수사인가? 사내는 생각했다. 이렇게 어린애까지 동원하나?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사내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사내가 내심 듣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나도 손님이에요. 왜 그렇게 경계해요? 이상한 사람 아니라고요.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사내는 우선 말만으로라도 긴장을 늦췄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아, 미안합니다. 아시다시피 이 일이 합법적인 일은 아니라 처음 오시는 분에겐 저도 모르게 긴장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더구나 벽 안 연예인이 직접 오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 미성년자시기도 하고.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팔짱을 낀 채 한쪽 눈을 치켜들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안 그래도 돼요. 그럴 거 같아서 일부러 혼자 온 거니까. 그리고 이제 벽 안 사람 아니에요. 연예인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요. 또, 요즘 미성년자는 호적상으로만 애라는 거 알잖아요?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불법 저지르는 사람치고 상당히 당돌하군요, 라고 사내는 마음으로만 말했다.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이곳에 오는 손님이 으레 그러하듯 조촐한 탁자 앞에 앉아 사내가 건네는 차를 받았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드세요. 나름 비싼 차입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들은 체 만 체, 멀뚱히 잔 안에 내용물만 들여다봤다. 차에 비친 소녀도 소녀를 올려다봤다. 소녀는 못 볼 거라도 본 사람처럼 고개를 획 돌렸다.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차는....... 너무 써요.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음, 그래도 살면서 자주 마실 텐데 익숙해지는 편이 나을 겁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잔을 사내 쪽으로 밀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그래도 지금은 아니잖아요? 서두를 필요 없죠.</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갖고 온 책가방에서 차곡차곡 돈을 꺼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돈이 생각보다 무거워요.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다고요. 건물을 왜 이렇게 외로운 곳에 지었는지.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마지막 돈뭉치가 탁자 위에 놓였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자, 한 시간에 오백만 원. 맞죠?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때에 따라 다릅니다. 추가 비용이 청구되는 때도 있어서.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그런 소린 못 들었는데요?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대부분은 기본요금만큼만 해서 그렇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3"> 사내는 거기서 입을 닫았다. 그 ‘대부분’이 어떤 경우인지 굳이 입 밖에 꺼내고 싶지 않았다. 사내의 함구엔 노인의 의뢰와 관련하여 소녀에게 갖는 죄책감도 한몫했다. 사내는 그저 소녀를 일 초라도 빨리 이곳에서 내보내고 싶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지금 손님께서 하려는 일, 불법인 거 알죠? 연예인 일에 타격이 클 텐데요. 게다가 지금 방벽 밖에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게 되기라도 한다면.......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하하하!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갑자기 터진 소녀의 웃음이 사내의 말을 가로막았다. 배까지 움켜잡고 한참을 깔깔대고 나서야 소녀는 눈물을 닦았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알게 되면 뭐요, 걱정이라도 할 거라고요? 신경 꺼요. 아무도 안 찾으니까.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가방에서 전자판 하나를 꺼내 이 단추, 저 단추 눌러 사내에게 건넸다. 판에선 음악방송이 나오는 중이었다. 화면 안에는 눈앞에 소녀와 똑같은 소녀가 춤추고 있었다. 오른쪽 위에 생방송이란 자막이 보였다. 쌍둥이였냐고 물으려던 찰나 이젠 연예인이 아니라는 소녀의 말이 떠올랐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그럼 얘는?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걔는 날 본떠서 만든 입체 영상이에요. 소녀가 말했다. 조종하는 사람이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이긴 하지만.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사내는 판과 소녀를 번갈아 봤다. </font></div> <div><font size="3"> 그게....... 가능합니까?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왜 안 되나요? 무대 전체를 출력 판으로 삼으면 되죠. 구현은 이렇게 하면 되고요.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사내가 말릴 틈도 없이 소녀는 기기 앞으로 다가가 꺼져있던 화면을 켰다. 그곳에는 나체의 소녀가 있었다. 아차 싶은 순간에 소녀가 성큼 다가왔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어금니 꽉 물어요. 사내는 소녀의 말에 따르는 대신 눈을 감았다.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사내는 입술을 닦았다. 피가 묻어나왔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죄송합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이미 가게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가 불법인 마당에 한 가지 불법에 관해서만 콕 집어 사과하는 것도 웃기긴 했지만, 그나마 사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소녀는 화난 듯 보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놀라거나 소름 끼쳐 하는, 그러니까 자신의 나체를 본 보통 사람이 보일 법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괘씸해서 때리긴 했지만, 괜찮아요.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사내는 소녀를 올려다봤다. </font></div> <div><font size="3"> 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소녀는 화면 속 자신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뭘 놀라요? 당장 저 무대 위에 나도 이렇게 만들어진 된 건데. 오, 아저씨 솜씨 꽤 하는데요? 나보다 몸매가 훨씬 좋네. </font></div> <div><font size="3"> </font></div> <div><font size="3"> 소녀가 배시시 웃었다.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기왕 하는 거 나머지도 예쁘게 그려줘요. </font></div> <div><font size="3"><br></font></div> <div><font size="3"> 영락없는 그 나잇대 웃음이 오히려 어색했다.</fon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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