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align="center"><iframe width="560" height="315" frameborder="0" src="https://www.youtube.com/embed/pzlw6fUux4o"></iframe><br><br><div align="left">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언젠가 바흐의 이 곡에 대해서 쓰려고 했었다. 그날이 조금 빨리 찾아온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몇 년 전에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듣게 된 곡이다. 그분의 블로그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곳인데 (짝사랑이다, 그분은 모르니까), 검색창에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심리학'이라고 쳐서 발견한 곳이라는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분의 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내가 여태 좋아했던 걸 전부 좋아해 온 사람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아, 딱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그건 바로 <물에 빠진 나이프>라는 만화였다. 그분의 블로그는 <물에 빠진 나이프>를 중심으로 한 곳이었다. 나는 그 중심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벼르고 벼르다 한국에 가서 그 만화책을 샀다. 그리고 이건 아무도 모르지만, 아직 아까워서 3권까지밖에 읽지 못했다. 마지막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마지막 권도 사지 않았다.<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논픽션을 써야 한다면, 문학에 대한 어떠한 감상을 써야 한다면, 그분처럼 쓰고 싶었다. 실제로 나는 2학년 때 들은 문학이론 수업 첫날 이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으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그분의 얘기를 꺼냈다. '어떤 분의 글을 읽었어요. 그분처럼 쓰고 싶어요.' 하지만 그 수업에서 나는 내 대학 생활을 통틀어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교수님은 내 에세이를 보시며 이건 문학이론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언젠가 들어본 말이었기에 놀랍지 않았다.<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어느 날 그분이 바흐의 이 곡에 관한 글을 쓰셨다. 그날부터 며칠 동안 나는 내내 바흐를 들었다. 공부를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내 귀엔 Air뿐이었다. 그분은 또 그런 글을 쓰셨다. '지금 이 순간 죽어도 괜찮겠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언제쯤 올지 궁금해했다. 몇 년이 지나 익숙한 오르막길을 느릿느릿 걷다가 '지금 이렇게 이곳에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지금 이 순간 죽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그날은 여름이었다.</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또 시간이 흘러 일본에 갔다. 호텔에서 문을 닫고 나오는데, 복도의 스피커를 통해 바흐의 Air가 들렸다.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참으로 형편없는 연주의 Air에 감동하며 그 소릴 녹음했다. 흡연자 전용 객실이었기에 담배 냄새로 가득했던 호텔 방도, 복도를 메운 붉은 카펫도, 작디작은 엘리베이터도, 호텔 앞 세븐일레븐에서 사 마신 차가운 물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며칠 뒤 그곳에서 이별을 통보받았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내 에세이는 문학이론이 아니라는 교수님의 말씀보다 더욱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물에 빠진 나이프>는 완결이 됐고 그분은 더 이상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으신다. 좋아하는 작가가 절필하면 이런 기분이 들까 싶었다. 이번에 한국에 가면 결국 <물에 빠진 나이프>의 마지막 권을 사게 되겠지만, 읽지는 못할 것 같다.</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바흐의 Air에 빠졌던 게 아니라 그분이 얘기하고 들려주시는 바흐의 Air에 빠졌던 거다. 처음부터 그랬듯이, 그분의 글이 좋았던 거다. 물론 하나도 놀랍지 않지만 말이다. <br></font></p> <p align="left" style="text-align:left;"><font face="돋움"><br></font></p></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