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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5214
    작성자 : 께소
    추천 : 2
    조회수 : 588
    IP : 130.56.***.4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5/21 15:08:20
    http://todayhumor.com/?readers_25214 모바일
    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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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머리를 감기 싫다고 생각했다

    우산이 없어 어깨가 젖었음에도

    손가락의 상처는 이제 다 아물었는데

    거품을 내주던 손을 제대로 보지 못해

    하얀 욕조 속은 캄캄할 뿐인

    웅크리지 않고 두 발로 곧이 서서

    아니 실은 당신에게 기대어 있었다고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마저 처음 같았기에

    나를 웃게 한 우리의 흔한 냄새는


    내가 굽힌 무릎에 머리를 가까이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나처럼 쉽게 잠들고 싶은데

    지금껏 숨겨온 외로움을 들키기 싫은 마음이

    누군가의 품에 안긴 채로만 깨칠 수 있는 사실에

    당신은 마치 나도 볼 수 없는 내 얼굴이 보인다는 듯이

    울지 말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어쩌면 내 왼쪽 뺨에 맺힌 눈물은 눈물이 아닐지도 몰라서

    시린 손조차 당신이 아닌 내 것이었구나

    아는 척했지만 잘 모르는 사실이 수두룩했음을


    입은 목소리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또다시 내가 있는 이곳을 미워하게 될 것 같아

    나만 빼고 모두 알고 있었다고

    그 애는 왜 날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노는 건데

    그늘 안에서 가만히 한 사람을 기다려본 적 있다면

    닿아야 할 곳에 닿길 바라며 무작정 던진 고백이 나를 못살게 해

    어제 내 꿈에 네가 나왔어 그러면 당연하지 하고 답하던

    짧디짧은 너의 시가 꼭 너의 사랑 같다는 감상에 웃어버린

    잘게 떠는 창문 앞 뭉툭한 모서리에 자꾸만 몸을 부딪쳤다


    그러다 가방 밑의 짙은 얼룩을 그대로 둔 날

    금이 간 종이책과 그 위의 얼굴을 더듬은 날

    붙일 수 없는 부러진 귀 하나를 감춘 날

    굳은 달팽이 그리고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건드린 날

    너무나 쉽게 사라지는 흑백사진을 상상한 날

    기억해줘

    무엇을

    내가 한 말


    그 순간이 끝이었던 날






    집에선 요새 비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갈 때 즈음엔 아마 계속 비가 올 거라고 해요. 장마철이라고.
    왜 나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없는 걸까요. 왜 나를 나누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요.
    디지털카메라를 사려 했는데 저는 그냥 필름카메라가 더 좋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지울 수 있는 게 싫어서. 친구 아버지한테서 필름 인화하는 방법을 배우려고요. 졸업하기 전에.

    말을 잘할 줄 알았으면.


    출처 blog.naver.com/rimbaud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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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22 23:01:27  1.244.***.34  eee..  658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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