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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어릴 적이 생각나는 곳. 나는 바다 앞 목포에서 딱 삼 년을 살았다. 나는 모래사장이 아닌 갯벌이 좋았다. 내게 바다는 헤엄을 치는 곳이 아니라 손발을 푹 빠트리는 곳이었다. 게와 망둑어의 숨구멍을 찾는 곳이었다. 저 먼 수평선이 아닌 바로 내 발밑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곳이었다.
내 기억에만 의지해 말하자면, 바다는 숲과 가까운 곳이다. 해가 항상 떠 있는 곳이다. 도착할 땐 분명 혼자가 아닌데, 떠날 땐 혼자인 곳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와의 추억이 아닌, 나만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그게 마냥 슬프지는 않다.
엄마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셨다. 아직 내가 이 세상에 없었을 적에, 엄마가 아끼시던 카메라가 바다에 빠졌다. 카메라는 건졌지만, 사진은 다시 찍을 수 없었다. 엄마는 내게 그 이야기를 여러 번 들려주셨다. 엄마는 바다가 미우셨을까. 아마 아니었을 거다.
다음번에 나와 함께 바다에 갈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리 사진 많이 찍어요. 내가 가장 아끼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갈게요. 바다가 얼마나 예뻤는지보다는 우리 서로의 발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기억에 잘 담아 봐요. 그리고 해가 졌을 때 깜깜한 바다 앞 좀 같이 걸어줘요. 보답의 뜻으로 내가 바다를 향해 대신 소리 질러 줄게요.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말은 뭐든지요. 혹시 모르잖아요. 내 우렁찬 목소리에 당신도 직접 소리 지르고 싶어질지.
북두칠성
짝사랑하던 네가 밤하늘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저게 북두칠성이야'라고. 별자리를 직접 보며 별자리의 이름을 들은 건 그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뚫어질 듯 쳐다봤다. 아까까지만 해도 서로 아무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별들이 네 말 한마디에 하나의 그림이 되더라. 그게 너무 감동적이어서, 네가 더 좋아졌다기보다는 이런 너라서 내가 널 좋아하는구나, 라고 깨달았다. 고개를 내리니 너는 벌써 저만치 멀어져 걷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나중에 내가 너를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앞으로 '저게 북두칠성이야'가 아닌 '저게 북두칠성이래'라고만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내 생각은 들어맞았다. 너를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밤하늘의 별을 보면, 그러다 나도 모르게 별과 별 사이를 잇기 시작할 때면, 무심코 북두칠성과 네가 떠오르곤 한다. 그게 다시금 설렌다거나 슬프다는 게 아니라, 네가 들으면 분명 무슨 소리냐고 웃으며 묻겠지만, 왠지 내가 어릴 적부터 사랑해온 별들과 그 별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굉장한 기분이 들어서.
네 기억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순간일지라도 나는 네게 고맙다. 그리고 그 사실에 오늘 그토록 바라왔던 희망을 얻는다.
저는 바다를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수영을 해서 물을 좋아하는 것도 있는데 (계곡, 수영장, 웅덩이, 다 좋아요), 바다 옆에서 살았던 그 짧은 3년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별도 좋아해요.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아빠한테서 선물을 받았거든요. 투명한 지구본 같이 생겼는데, 겉에 지도가 아니라 별자리가 여러 개 그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지구본 안에는 전구가 있어서, 그 전구를 켜면 벽에 별자리 그림자가 비쳤어요. 지금은 없어져 버려서, 생각날 때마다 비슷한 걸 찾아보고 있네요. 엄마한테서는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가 든 책을 선물 받았었어요. 음... 어찌 보면 제가 별을 좋아하는 건 엄마, 아빠 덕인지도.
오래된 이야기지만, 가장 긴 시간 동안 좋아했던 아이가 있어요. 고백은 결국 안 하고 짝사랑만 하다가 끝났지만요. 1년간 알고 지내다 서로 멀리 떨어지게 되고 연락도 끊겼는데, 5년 만에 식당 앞에서 정말 우연히 만났어요. 그때 제가 정말 그 애가 맞나? 싶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빤히 쳐다만 보고 있으니까 그쪽에서 먼저 인사를 하더라고요. '여기서 뭐 해?'라면서. 그다음 말이 '예뻐졌다'였고.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많은 사람이네요, 저는. 고맙게도.
출처 | http://blog.naver.com/rimbaudiz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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