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face="돋움">샤워<br><br><br><br>나답지 않게 하루를 맞이했다<br>밤과 새벽이, 끝과 시작이 잠시 바뀌는 순간이었다<br>오늘은 다른 때보다 유난히 눈이 따가웠고<br>몸은 자기 전에 바른 로션을 기억하며 미끄덩거렸다<br><br>새끼손가락의 반지가 계속 빠질뻔했다<br>살이 빠졌다 야위었다 날씬해졌다 비슷한 말들을 제치고서<br>무게를 잃었다는 말이<br>내 눈을 감겼다<br><br>보통 머리를 말리지 않고 남자를 만나러 오는 여잔 없죠<br>어떤 남자가 나를 보지 않으며 한 말이었다 그는 운전 중이었고<br>내 머리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br>저는 개보다 고양이가 더 좋아요, 라고 나는 그에게 답했다<br><br>언제나처럼 찬물로 마무리를 했다<br>실은 그 버릇은 내 것이 아니라<br>문학을 공부하고 문학을 가르치면서도 소설을 쓰신<br>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을 따라 한 것이었다<br><br>나는 진즉에 당신을 안고 싶었어요<br>라는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피부 위로<br>당신이 도대체 누굴까 궁금해하며 <br>물을 잠갔다<br><br><br><br></font> <hr><font face="돋움"><br>오늘 새벽에 샤워하면서 생각해낸 시예요. 원래는 운동하고 나서 오후에 씻는 편인데 말이죠.<br>한국에서 머리를 말리지 않고 한겨울에 밖에 나갔다 온 적이 몇 번 있었어요. 머리가 얼더라고요.<br>어렸을 적엔 아빠가 머리를 말려 주셨어요. 진짜 터프하게요. ㅎㅎ 가끔 아빠 손을 떠올리면서 저 혼자 터프하게(?) 머리를 말려요. 그래도 누가 머리를 말려 주는 쪽이 저는 더 좋나 봐요.<br><br>모두 좋은 월요일 되시길 바라요. <br><br></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