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유명하지.
그... 뭐시기... 암튼 이런 저런 영화에도 나왔었잖아.
잘은 모르지만 영화나 뉴스에서 간간이 이름은 들어본 치명적인 바이러스...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데 한 번 걸리면 길어봤자 3주내에 90퍼센트가 사망하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근데 그렇게 강하기에 다른 사람 전염시키기도 전에 숙주가 죽어버려서 잘 퍼지지 못하는 바이러스.
그래서...
영화에서나 보는... 무섭지만... 나하고는 별 상관없는 바이러스.
그런데 이번엔 좀 심각한가봐.
뉴스를 보니 방역에 구멍이 뚤렸다고 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역을 벗어나 딴 나라까지 퍼진거야.
하긴...
예전엔 에볼라가 발생하는 지역이 대부분 아프리카 오지였고,
거기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 가기도 쉽지 않았기에, 에볼라도 퍼지기가 쉽지 않았어.
사람의 이동속도보다 에볼라가 사람잡는 속도가 떠 빨랐던 거야.
하지만 이젠 자동차, 기차, 비행기, 배 등등이 그런 오지까지 들어가 있어.
에볼라의 전염속도보다 인간의 이동속도가 더 빨라진 거지.
이제 잘못하면 전 세계에 에볼라가 퍼지게 생겼어.
어마~ 무셔라~
더 큰 문제는 얼마 있다가 울 나라에서 국제여성대회가 열리는데, 거기에 아프리카 사람들도 포함됐다는 거야.
아프리카에 에볼라가 발생했다는데, 아프리카 사람들이 울 나라에 온데.
우왕~ 우리도 이제 에볼라에 감염되는거 아냐?
감염되면 울 나라 사람들 픽픽 쓰러지고 결국 나도 죽게 되는거 아냐?
이런~ 큰일이다. 이러면 안되겠어. 가만히 않아 죽을 수는 없지.
왜 하필 이럴 때 국제대회를 열어서 문제를 만들어? 그만두란말야~!
결국 주최측 홈페이지는 각종 항의와 벼라별 욕들로 도배되고 말았어.
세월호 사건도 있고... 그래 내 목숨 내가 지켜야지 누가 지키겠어.
그런데 말야.
에볼라가 발생한 지역의 나라들은 울 나라 국제여성대회에 올 계획도 없었데. 오지도 않을 거고.
그나마 이 지역을 벗어나 발병한 곳이 나이지리아인데, 거기 사람들은 정중히 오지 마시라고 했다는 군.
머...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싶어.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최측은 아직도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어.
왜냐고? 아직 나머지 아프리카 국가들이 남아있으니까. 혹시 얘들이 에볼라 걸려서 들어오면 어떡할 거냐는 거지.
다 같은 아프리카인데 말야. 누가 아냔 말이지. 특히 울 정부가 믿을 만한 것도 아닌데 말야.
그러니 걍 원천봉쇄하자. 아프리카 얘들 못 오게 하고, 어차피 이렇게 된거 대회도 관두자.
에볼라 잖아. 딴 나라 얘들도 다 이해해 줄거야.
이딴 식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흠... 왠지 중세시대에 유행하던 뻥카가 생각나.
'지구는 원반처럼 생겼다. 고로 저 바다 수평선 너머로 나가면 폭포처럼 떨어지는 바닷물과 함께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래 모르면... 참 이성적으로 들려. 논리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잖아.
허~ 참... 이런 코미디를 보면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정말... 웃프다.
그래 맞아. 에볼라 무서워. 과거와 달리 전염될 가능성도 무지 높아졌어.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호들갑 떨기보단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확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미 말했지만,
에볼라가 발생한 국가에선 대회에 참석도 안해. 올 사람이 원래 없었어.
그나마 나이지리아가 있지만, 여기도 못 오게 했으니 문제될 건 없어.
그럼 나머지 아프리카 전체가 문제인데...
내가 볼 땐, 아프리카를 지도로만 배워서 이런 문제가 생긴거 같아.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다시 한 번 눈 크게 뜨고 세계지도 봐봐. 땅 넓다는 중국보다 더 넓은게 아프리카야.
중국 댑따 크다. 일주일을 기차 타고 가도 끝이 없다.면서 중국 갔다온거 자랑하는 놈들 있잖아~ 그런데 아프리카는 그런 중국보다 더 크다고...
뭔 말이냐면... 아프리카 동쪽에서 에볼라 발생했다고 서쪽이나 북쪽, 남쪽 애들까지 걸릴 일이 없다고.
만약 걸린다면 그 지역에서 딴 나라로 비행기 타고 가는 넘들한테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
왜냐고? 서쪽, 북쪽, 남쪽 갈때는 비싼 비행기보다 값싼 자동차를 타고 가거든.
문제는 전염속도고 전염속도는 자동차보다 비행기가 빠르잖아? 하루면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결국 지금 우리가 오지 마라는 아프리카 애들은 멀쩡한데... 미국이나 영국넘들이 걸려서 들어올 가능성이 더 높은 거야.
이번에 에볼라 걸린 미국의사를 미국으로 수송했다는 뉴스가 나오던데... 난 이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
예전엔 걸리면 그냥 걸린 지역에 냅뒀어. 살면 살고 죽으면 죽고... 어쨋든 감염의 가능성 자체를 없앴지.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젠 자신감이 좀 붙었나봐. 전 세계에 뉴스를 뿌리면서 옮겼어. (그래서 음모론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머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감염자를 옮기다 보면, 아무리 방역을 잘 한다 해도 조그만 실수에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생기지.
그럼 이제 미국사람 들어오지 말라고 할까?
이거 참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이성적이라는 건 최대한 문제를 넓게 보고, 깊게 생각하는 거라고 봐.
어느 한 가지에 꽂혀서 그것만 정답이라며 감놔라 배놔라, 죽여라 살려라 하는게 아니라고.
그런데도 에볼라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니 아프리카 사람 다 들어오지 마라니...
물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겐 이게 이성적일 거야.
딱 거기까지만, 자기가 보고 싶은 곳까지만 보는 사람들이니 자기 한계나 잘못도 보이지 않겠지.
이런 거 볼 때마다 울 나라가 아직도 참 중세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아귀짓하는 닉들 대부분이 초딩이나 중딩일 수도 있겠지만... 보기 좋은 일은 아니야.
하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어.
이건 이성이 아직 없거나 사라지면 스멀스멀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이니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는 존재고...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 한 이건 고칠 방법이 없지.
미르치아 엘리아데라는 신화학자가 있었는데, 이 사람 친구 이야기로 마무리 할께.
엘리아데의 친구 중에 민요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는 어느 날 매우 아름다운 민요를 발견했지.
"결혼을 앞둔 젊은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산의 요정에게 홀려있었어요.
남자의 결혼식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질투심에 불탄 요정은 남자를 바위 꼭대기에서 아래로 떠밀어 버렸죠.
다음날 목동들이 나무에 걸린 모자와 남자의 시신을 발견해 마을로 가져왔어요.
약혼녀는 남자의 숨이 끊어진 것을 보고 장송곡을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민요였지만... 그에겐 아주아주 매력적이었나봐. 그는 직접 민요가 만들어진 지방에 가서 그 민요를 연구하기 시작했어.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지.
그 민요가 사실은 만들어진지 40년밖에 안됐고, 민요의 모델이었던 약혼녀가 할머니가 되어 아직도 살아있다는 거였어.
하지만 그가 이 사실을 학계에 발표하자, 그 민요를 부르던 지방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어.
민요가 만들어진 것은 몇 백년 전이고 민요의 모델이라는 할머니는 노망난 늙은이라는 거지.
왜 그랬을까?
몇 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민요, 지금까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여기던 민요가 사실은 현실에 기반한 얼마 안된 싸구려 소설이라고 생각해 봐.
그걸 누가 좋아하겠어. 이건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는 거야.
내가 그렇게 사랑스럽게 부르던 민요인데... 그럼 이 민요를 만든 부모는 뭐고, 이 민요를 부르던 난 뭐야?
더 깊게 들어가면 그 민요를 왜 만들었겠어? 약혼녀가 불쌍해서?
아니야, 이 사람들에게 민요는 자신들의 애환을 풀어줄 도구에 불과했어.
약혼자를 잃어버린 약혼녀...
이건 뭔가를 잃어버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왕과 귀족과 지주들에게 늘 뭔가 빼앗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과 이야기를 동일시할 소재에 불과했어.
약혼녀의 불행은 이들의 창작열에, 카타르시스에 대한 열망에 불을 당길 불쏘시개에 불과했던 거지.
세상을 바꿀 의지도 힘도 없던 이들에겐 그것만이 전부였을지도 모르고...
암튼 우리의 현실도 대부분 이래.
마치 어버이 연합이나 엄마부대 봉사단 처럼 진실이 무엇인지 보다는...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가 더 중요한 사람들...
세월호에 분노하면서도 세월호가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눈앞에 이익에 매달리는 사람들...
자신을 점점 옭아매는 사회, 그러한 시스템이 표출된 세월호에는 침묵하면서 엄한 에볼라와 국제대회를 연결시켜 욕을 퍼붓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이성보다 현실을 쫓다 현실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전형이지.
(아... 이민가고 싶다. 크흑... 하라고 할 때 영어 좀 공부해둘껄...)
이들의 매저키스트적 태도가 함열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보통은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엄한 사람 잡아 놓고 즐거워하거나, 진실이 드러나면 마지못해 '미안해'를 연발하는게 고작이니까.
그래도 어쩌겠어?
진실은 즐겁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찾는 것을...
플라톤...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럴 땐 국가론을 쓴 이유가 납득이 가. 납득이--;;
